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유치원 선생님들이 '탄원서'를 제출했던 이유는?
유치원 선생님들이 '탄원서'를 제출했던 이유는?
  • 윤철수 기자
  • 승인 2010.08.12 14:23
  • 댓글 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일반 운영 관련 탄원서 제출했다가 철회 '소동'
유치원 교사 "요구사항 수용돼 자진 철회"...전교조 "외압에 의한 철회"

지난달 26일과 27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와 제주도교육청, 그리고 서귀포시교육청에는 서귀포시 지역 유치원 교사 42명이 연서한 탄원서가 제출됐다.

내용은 유치원 종일반 문제와 관련한 근무여건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현재 서귀포시에서는 37개 유치원 중 36개 유치원이 방학 중 '종일반'을 운영하고 있다. 종일반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느낀 애로사항과 개선사항들을 이 탄원서를 통해 개진했다.

종일반을 운영하면서 유치원 교사들이 겪는 애로는 한두가지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들에게 점심해라 공문 보냈다 '취소' 소동도

유치원 교사들의 '화'는 지난달 제주도교육감 명의의 공문에서 더욱 커졌다.

'교육감 지시사항 알림'이라는 공문이 각 유치원에 시달된 것이다. 이 공문의 내용 중에는 원생들의 점심식사 문제를 선생님들이 하라는 내용까지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기 중에는 초등학생들과 함께 영양사와 조리사를 통한 정상적인 학교 급식이 이뤄지지만 방학중에는 학교 급식이 이뤄지지 않아 선생님들보고 직접 급식을 하라는 시달이었다.

점심식단을 짜는 일에서부터 식재료를 구입하고, 음식을 만들어 배식하고, 그리고 뒷마무리까지 교사들에게 그 업무를 전가하려 한 것이다.

이러한 교육감의 지시사항에 유치원 교사들은 크게 반발했다. 법적으로 보더라도 어긋나다는 것이다.

결국 여론에 밀린 교육청은 이 공문의 시달사항을 취소하면서 이 소동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는 한 사례에 불과하다.

무더운 여름철 뙤약볕에 어린이들을 걸어서 통원하게 놔둘 수 없어 안쓰러운 마음에 일부 교사들은 자신의 차량으로 원생들을 통원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근무여건은 상당히 열악했다.

통원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저런 불만에 쌓인 유치원 교사들이 급기야 관계당국에 탄원서를 제출하게 된 것이다.

탄원서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만약 선생님들이 어린이들을 자가용으로 태워 통원시키다 사고가 나면 그 책임은 어디에 있느냐, 이는 행정적으로 지도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등 이런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극히 당연하고, 유치원 교사의 '권리'적 측면에서도 응당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였다.

또 유치원 교사들의 권익향상 측면에서라도 관계기관은 이러한 내용들을 하나의 민원으로 받아들이고, 적절한 대응책을 모색해볼만도 했다.

그러나 이 민원이 제출된지 며칠 되지 않아, 각 기관에 제출됐던 탄원서는 모두 철회됐다.

탄원서를 작성했던 유치원 교사들의 자발적인 철회였다. 왜 철회했을까?

도의회의 한 관계자는 "왜 철회했는지 그 내용은 잘 모르겠다"면서 "다만 도의회에 제출된 탄원서가 자진 철회됐기 때문에 이 내용은 안건화할 수 없다"는 입장만 밝혔다.

#해당 유치원 교사 "요구사항 거의 받아들여져 자진해서 철회한 것"

이에대해 해당 유치원 교사는 12일 미디어제주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진 철회"였음을 강조했다.

이 교사는 "우리 선생님들이 종일반 운영과 관련해서 하소연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해서 탄원서를 작성하게 됐던 것"이라며 "그러나 교육감의 급식관련 문제는 원만하게 처리됐고, 나머지 애로사항들도 교육감 등의 면담과, 효율적 종일반 운영방안에 대한 2차 지침이 개정되면서 우리의 요구가 거의 받아들여져 자진 철회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어떤 외압에 의한 철회는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교육청이 앞장서서 민원을 철회"

하지만, 전교조 제주지부는 이 탄원서 철회과정을 '압력'에 의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12일 이와 관련한 입장을 내고, "한 교육청 관계자가 이 탄원서 민원을 취하하도록 종용하고 강요했다"고 밝혔다. 또 도의회 탄원서 철회과정에서는 한 교육위원이 나서서 철회를 시켰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전교조는 "서귀포시교육장은 지난 8월6일 민원 철회에 반대하는 교사가 철회가 무산되자, '앞으로 어려워질 거다. 이것은 교육에 대한 정면도전이다'라며 민원인에게 위협을 느낄 수 있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이 과정에서 교육감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됐다는 강한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피력했다.

전교조 제주지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유치원 교사들의 민원 철회사태와 관련한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줄 것을 해당 기관에 요구하는 한편, 관련자들의 공개사과와 법적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진 철회를 했다는 유치원 교사의 주장, 그리고 전교조 측에서 제기하는 의혹이 엇갈리고 있다.

탄원서 철회를 둘러싼 2차적 논쟁 보다도, 본질적 문제였던 유치원 교사들의 종일반 운영 근무여건은 앞으로 어느정도 개선되어 갈까.  <미디어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위 기사는 해당 유치원 교사 측에서 '외압'이 아니라 '자발적 철회'라는 내용의 반론권 보장 요청이 있었기에 최초 기사에서 내용이 일부 수정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16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han 2010-08-22 14:19:04
반론요청을 한분 누급니라? 거짓말을 하시는 분 공개해 주십시오
부탁입니다 언론에까지 공개적으로 거짓말을 하시는 분 실명 공개바랍니다

사랑 2010-08-13 14:45:44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졌다구요? 무엇을 받아들였나요? 철회신청한 그샘의 요구만 받아들였나요? 궁금하군요

.. 2010-08-13 13:53:09
자진철회인지 외압에 의한 철회인지 진실을 밝혀야 하겠네요

학부모 2010-08-13 13:35:38
우리 선생님이 이렇게 힘들게 근무하고 계셨네요. 교육청에서 우리선생님 힘나게 좋은 행정 펼쳐주셔야 겠는데 힘내세요 선생님

약자 2010-08-13 13:33:26
유치원교사들에게 이렇게 많은일을 요구한다면 유아교육의 질이 나아지겠습니까? 교사들에게 전문성 신장을 위한 연구의기회를 줘야지 무슨 행정을 그렇게 하신대요? 병설유치원에 보내고 싶은데 고려해봐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