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발표된 국내 영리법인 병원 논란과 관련한 도민여론조사 결과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새로운 정책을 수립할 때 민의수렴을 위한 공론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지난 6월 제주특별자치도 3단계 제도개선안이 발표된 직후 터져나온 이 문제는 두달 가까이 도민사회 뜨거운 논쟁을 불러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제주자치도가 특별법에 명시된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불거져 나왔다.
또 여론조사 실시방침이 결정되면서부터는 각급 단체들을 총 동원한 '여론몰이'가 이뤄지면서 반대 단체에서는 여론조사 자체의 신뢰성을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4일과 25일 이틀간 리서치 앤 리서치에 의뢰해 제주도민 1100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여론조사 결과 찬성 38.2%, 반대 39.9%라는 결과가 도출됐다.
결국 이번 여론조사에서 과반의 찬성여론을 확보해 3단계 제도개선에 반영하려던 제주자치도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에대해 김태환 지사는 "도지사인 저의 부덕함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도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 들이겠다"며 "그러나 저는 제주의 미래를 위해 이 제도는 반드시 도입되어져야 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으며 이와 관련하여 훗날 분명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하지만 이런 기회를 확실하게 살려내지 못하고 도민 여러분의 이해를 구해내지 못한 부분은 도지사인 저의 부덕함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 큰 정성으로 도민 여러분과의 신뢰를 형성하는데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는 정부입법 기한이 있기 때문에 어려운 내용을 도민여러분이 수긍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 드리지 못한 점 또한 매우 안타까운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며 "저는 매우 아까운 기회라고 느끼고 있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도민의 뜻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건이 성숙되면 도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를 놓고 보면, 앞으로 상당기간 재추진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3단계 제도개선안이 발표된 후 두달 가까이 끌어온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해군기지 문제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 조사결과는 여러가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첫번째가 제주자치도가 새로운 정책을 수립할 때 민의를 제대로, 그리고 올바르게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여론조사 결과 당초 제주자치도의 '예상'과는 달리 도민들의 의견은 달랐다. 일방적 여론몰이가 의사결정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그 만큼 도민들의 의식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두번째, 정책입안 과정에서 이제는 공론화 과정이나 절차에 대한 방식이 달라져야 함을 보여준 결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절차, 더 이상 일방적 추진은 안된다는 것을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보여준다고 하겠다. 도민들과의 충분한 협의와 논의를 통해 정책결정을 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결국 이번 여론조사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결국 도민이 주인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민의를 얻지 못하면 그것은 '실패한 정책'이 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앞으로 제주자치도는 이번 여론조사의 '충격'을 하루 빨리 딛고 특별자치도가 올곧게 갈 수 있도록 '후폭풍' 최소화에 노력해야 한다. 특히 특별자치도 출범 후 제주의 미래 생존전략을 수립함에 있어 도정의 일방적 정책을 그대로 적용시키는 것이 아니라 의회와 도민들이 함께 열린 마음으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대중노선의 원칙' 속에 함께 지혜를 모으고, 정책을 결정해 역량을 모아 추진해 나가는 행정시스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여론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냉철히 고민하고, 제주도정의 시스템을 발전적으로 개편하는데 지혜가 모아져야 할 시점이다. <미디어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두번ㄴ이 이렇게 다를줄이야
한달전만 해도 찬성 75%라더니.
한국갤럽 여론조사기관 맞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