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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서 바라보는 6.15공동선언의 의미
교단에서 바라보는 6.15공동선언의 의미
  • 문경미
  • 승인 2008.06.05 13: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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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8주년 릴레이기고]<9> 문경미 전교조 제주지부 4.3통일위원장

# 해프닝

선생님, 공산당이 뭐예요?”
 점심시간이 끝나자 한 아이가 달려와 내게 물었다. 4학년의 질문이라기엔 너무나 뜻밖이어서 나는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응?! 뭐라고?”
 “운동장 구석에 있는 동상에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써 있던데요? 그게 뭔데 싫어요?”
 학교에 부임하면서 종종 잊고 있었던 이승복 동상. 나는 황급히 대충 얼버무리며 얼굴을 붉힌다.

“으응, 그거 우리 학교 지을 때 이승복 어린이에 대한 이야기교육을 잘 시키라고 동상도 지었던 건데. 이젠 잘못된 거라서 가르치지 않는단다. 아직 학교에서 치워버리지 못했구나. 그냥 잊어버려도 될 거야.”
 
학교에서 설마 아직도 반공교육을 강조하기 위해 동상을 그대로 내버려뒀겠는가. 그러나 변화되는 시대의 한 구석에 밀려 숨어있을 뿐 아직도 반공교육과 민족끼리의 차이를 강조하는 교육이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음은 변명할 여지가 없다. 그것은 잊어버리고 바쁜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 어른들의 책임임이 분명하며 아이들에게 ‘그냥 잊어버려도 될 것’으로 치부해버려서도 안 될 일이다.


# 남북교육자 대표자회의 결과를 보며

지난 5월 29일, 금강산에서는 뜻깊은 만남이 이루어졌다.

6.15공동선언이 발표된 후 교육계에서도 통일의 기운이 일어나며 2002년부터 남북교육자대표자회의 및 남북교육자상봉행사가 매 해 열려왔다. 작년의 10.4선언에 힘입어 올해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북남)교육자 대표자회의>가 열린 것이다. 이 회의에서 발표된 공동보도문에서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기치 밑에 자주통일,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남북교육자들의 당면 과제’에 대한 의제가 담겼다.

필자도 2004년, 2005년 남북교육자 상봉행사에 참석했던 경험이 있어 남과 북 교육자들의 노력이 이렇게 면면히 이어지고 있음에 대해 더욱 감격스럽고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한반도 정세를 이야기할 때 남북 당사자들의 이야기보다는 주변 정세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때마다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는데, 이렇게 ‘우리 민족끼리’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음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 교실 현장에서는


그러나 교실 현장에서는 어떠한가. 굳이 MB정권과 공안정국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직도 우리 한국사회는 낡아빠진 국가보안법조차 폐기하지 못한 답답한 상태이다. 운동장 한 구석에 서 있는 이승복 동상처럼, 아직도 살아숨쉬는 국가보안법은 자라나는 새 세대에게 ‘공산당이 싫다’, ‘통일 미래는 두려워’ 식의 맹목적인 감성을 심어주는데 충분하다. 통일교육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올해 초 구속된 교사가 있는 이런 상황에서 어찌 통일에 대해서 희망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4.3교육에서부터 통일교육에 이르기까지 진행해 본 짧은 소견을 이야기하자면, 교사 개인이 교실에서 진행하기는 너무나 어렵다는 것이다. 교사들 대부분이 반공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이고 민족 동질성보다는 차이점을 부각시키는 교육에 익숙해진 세대이다. 교재조차 변변한 것이 없고, 그렇다고 교사 연수도 미비한 상황에서 현장 교사들이 제대로 통일교육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통일교육에 있어서 통일의 당위성은 차치하고라도, 민족 동질성을 찾고 감성을 회복하는 활동, 그리고 통일만이 한반도가 살 수 있는 길임을 인식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하여 내용 측면을 적극적으로 각 교과에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통일교육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입장이다. 이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라 보인다.

# 6.15와 10.4로 열어가는 통일교육

2000년 6월15일 이전까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광경들로 가득해진 뉴스를 본다. 어렵게 만나 감격적으로 포옹하는 두 정상의 사진, 경의선-동해선 열차가 분계선을 통과하는 영상 등 우리 주변은 통일교육의 꺼리들로 가득 차 있다. 6.15선언은 그래서 아주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선언은 선언일 뿐 그것을 이행하고 실천하려는 움직임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국제정세가 와도 그것을 우리의 기회로 삼으려는 노력이 없다면 모두 헛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교조와 교총에서는 해마다 6.15공동수업을 추진하며 더욱 그 지평을 넓혀나가고 있다.
 
한미FTA의 쇠고기 수입문제에서 촉발된 촛불집회는 숭고한 민주주의의 모습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해법 또한 제시하고 있다. 그 어떤 외세와의 협약보다도 우리 민족끼리의 공조가 가장 절실하고 안전하다는 것 말이다.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통일의 문제들이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를 6.15정신에 기초하여 나아가자는 비전을 교사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문경미 전교조 제주지부 4.3통일위원장 (gonbi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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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2008-06-07 21:55:25
선생,자본주의,민주주의,공산주의,사회주의개념을아는지,왜공산당설명못해,공부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