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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 반평생,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마침내 고향 제주바다로
수족관 반평생,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마침내 고향 제주바다로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2.08.04 14: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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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봉이, 2005년 어선에 혼획된 후 17년간 돌고래 공연
수족관에서 새끼 돌고래도 얻었지만 먼저 떠나보내
공연시설 폐쇄에 따라 방류결정, 야생적응 훈련 돌입
2005년 한림읍 앞바다에서 혼획된 후 수족관에서 지내던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사진=핫핑크돌핀스.
2005년 한림읍 앞바다에서 혼획된 후 수족관에서 지내던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사진=해양수산부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2005년 봄, 한림읍 비양도 인근 해상에서 어업활동 중이던 어선의 그물에 제주 남방큰돌고래 한 마리가 걸렸다. 다른 어종을 잡기 위해 처놓은 그물에 걸린, 이른바 ‘혼획’이었다. 그때 잡힌 남방큰돌고래는 나이가 5살에서 6살로 추정되는 어린 개체였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10살에서 12살 정도의 나이다.

그 어린 돌고래는 어선에 혼획된 그 자리에서 즉시 다시 바다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그 돌고래는 바다로 돌아가지 못했다. 돌고래가 향한 곳은 서귀포 중문의 한 돌고래 공연 업체의 수족관 시설이었다. 그 돌고래는 그 시설에서 17년을 살았다. 수족관 시설에서 공연에 동원되면서, 젊은 시절을 바다와 떨어져 지냈다. 사람들은 그 돌고래에게 ‘비봉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비봉이처럼 어선의 어업활동 중 혼획돼 국내 수족관으로 향한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그 외에도 7마리가 더 있었다. 제돌이와 춘삼이, 삼팔이, 태산이, 복순이, 금등이, 대포다.

이 7마리는 비봉이보다 늦게 수조관 생활을 시작했지만, 비봉이보다 먼저 제주바다로 돌아갔다. 제돌이와 춘삼이, 삼팔이는 2013년에 제주 바다에 방류됐으며 태산이와 복순이는 2015년에,  금등이와 대포는 2017년에 고향인 제주바다로 돌아갔다. 법원의 결정에 따른 방류조치였다.

하지만 이 법원의 결정은 비봉이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공소시효’ 때문이었다.

당시 검찰은 남방큰돌고래가 혼획 이후 수족관으로 옮겨져 공연에 동원되는 것을 수산업법과 수산자원관리법 위반으로 보고 2011년 제돌이와 춘삼이, 삼팔이를 시작으로 7마리의 남방큰돌고래 사례에 대해 법원에 기소했다. 법원이 법 위반을 인정하면서 이들에 대한 방류가 이뤄질 수 있었다.

이 7마리는 모두 2009년 이후 포획돼 검찰의 기소가 이뤄지기 전까지 수산업법 및 수산자원관리법 위반 사실에 대한 공소시효 기간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2005년 포획된 비봉이의 경우는 수산업법 및 수산자원관리법 위반에 대한 공소시효 기간이 지나 있었다. 이 때문에 다른 돌고래들이 모두 바다로 돌아가는 동안, 비봉이는 수족관에 남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수족관 시설에서 안에서 비봉이는 가족도 꾸렸다. 일본으로부터 수입된 큰돌고래인 ‘아랑이’와의 사이에서 2015년 ‘바다’라는 이름의 새끼 돌고래를 얻었다. 하지만 비봉이의 어린 새끼 돌고래는 태어난지 7년만인 지난해 9월 먼저 세상을 떠났다.

자신의 새끼도 앞서 보낸 비봉이의 공연 동원은 계속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돌고래 공연 시설을 소유하고 있던 호반그룹에서 공연시설이 낙후 등을 이유로 시설 폐쇄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31일 공연시설은 영업을 종료했고, 수족관 시설에 남아 있던 비봉이와 일본 큰돌고래 ‘태지’ 및 ‘아랑이’의 향후 처분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다른 수족관 시설로 옮겨지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이에 대해서는 핫핑크돌핀스 등 도내외 환경단체의 반발이 이어졌고 결국 제주바다에서 태어났던 ‘비봉이’만이 고향이 제주바다로 돌아가는 것이 결정됐다. ‘태지’와 ‘아랑이’는 거제도에 있는 다른 수족관 시설로 옮겨졌다.

그리고 2022년 8월4일 오전, 비봉이는 제주바다를 떠난지 17년 4개월만에 다시 제주 바다로 돌아갔다. 신도리 앞바다에 설치된 가두리 시설에서 수개월의 적응 훈련을 마치게 되면 방류가 이뤄지게 된다.

2005년 한림읍 앞바다에서 혼획된 후 수족관에서 지내던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4일 오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 마련된 가두리 시설로 옮겨지고 있다. 가두리시설에서 야생적응훈련을 끝낸 비봉이는 향후 바다로 방류될 예정이다.
2005년 한림읍 앞바다에서 혼획된 후 수족관에서 지내던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4일 오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 마련된 가두리 시설로 옮겨지고 있다. 가두리시설에서 야생적응훈련을 끝낸 비봉이는 향후 바다로 방류될 예정이다.

비봉이의 나이는 22살에서 23살로 추정된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40대 중반이다. 어린 시절 사람의 손에 붙잡혀 반평생을 고향바다를 코앞에 둔 수족관시설에 갇혀 지내다, 마침내 다시 바다로 돌아가게 됐다.

비봉이가 성공적으로 바다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과제가 남아 있다. 방류 전 비봉이와 야생무리들의 원할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비봉이가 바다로 돌아간 후 문제없이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와 해양수산부, 해양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 등은 야생적응훈련에 더해 야생무리들과 비봉이의 소통이 원할하게 이뤄지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핫핑크돌핀스는 그 외에도 가두리시설 주변으로 제트보트 및 관광선박의 이동을 제한해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도 가두리시설 주변으로 선박의 접근이 제한되고 있지만, 그 범위를 더 넓혀야 하다는 주장이다. 선박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핫핑크돌핀스의 설명이다.

비봉이가 바다로 돌아간 후에도 비봉이를 포함한 남방큰돌고래들의 보호를 위해 신도리에서 영락리를 거쳐 일과리까지 이어지는 해안가 앞바다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제 막 바다에서의 적응을 시작한 비봉이가 고향바다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남은 과제들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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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호 2022-08-06 10:53:08
티비에서 비봉이가 바다로 가는거 봤는데, 얼굴에 만연한 미소만 보였던 것은 저만의 착각을 아니었을거에요.
남은 생, 바다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