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얘기라는 이유로 신빙성 부여, 논점 부적절”
“익숙한 얘기라는 이유로 신빙성 부여, 논점 부적절”
  • 미디어제주
  • 승인 2017.07.0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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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거짓투성이 설문대할망 신화 <8> 본론(本論) ⑦

구전으로 전해져온 ‘설문대할망’을 제주 창조 신화의 주인공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제주지역 학계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글은 이처럼 설문대할망 이야기를 신화로 만들어가는 데 대해 관련 전공자인 장성철씨가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취지의 반론적 성격의 글이다. 실제 제주대 국어국문학과 현승환 교수도 지난 2012년 ‘설문대할망 설화 재고’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연재 기고를 통해 설문대할망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주]​

 

 

9. 설문대할망 신화관 건립 논거에 대한 검토 ⑤

 

「설문대할망의 창세신적 특성과 변모양상」(부제: 주변민족 여성신화와의 비교를 중심으로)[허남춘(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2014, 泮橋語文硏究 第38輯 別刷本]

 

9.1. 위 글의 논지(論旨)는 ‘앞 글’(「설문대할망과 여성신화」)의 그것과 대동소이하다. 그러고 보면, 이 글 검토는 중복 검토인 셈이다. 그런데 위 글 저자가 ‘설문대할망이 천지창조 여신임을 증명하는 신화 본문을 찾았다’라며 의기양양하게 아래 [송기조] · [진성기]를 첨부해 놓았다. 하긴, 그런 본문이 없다는 게 늘 켕겼으리라. 아무튼, 여기서는 이 두 본문만 검토한다.

 

[송기조] “(전략) 엿날에는 여기가 하늘광(하늘과) 땅이 부떳다(붙었다). 부떳는디 (중략) 제주도를 맨들엇다 허는디 거 다 전설로 허는 말입쥬.”[옛날에는 이곳 하늘과 땅이 붙어 있었는데 ‘큰 사람’이 나타나 떼어놓았다. 떼어놓고 보니, 여기가 물바닥(물이 질퍽질퍽한 곳)이라 (사람들이 도무지)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큰 사람’이 사람들을 위해) 가장자리로 물길을 낸다는 것이 (엉뚱하게도) 목포까지 파 버렸다. 그래서 목포와도 단절되고 말았다.(이하에서는 A라 함) / 그런데 ‘설문대할망’이 그곳(그 ‘큰 사람’이 파 버린 물바닥)을 메우려고 (치마에) 흙을 싸서 걸어가다가 (흙이) 많이 떨어지면 큰 오름이 생겨나고 작게 떨어지면 작은 오름이 생겨났다.(B라 함) / 치마에서 많이 떨어진 흙은 한라산(큰 오름)이 되고, 적게 떨어진 흙은 도두봉(작은 오름)이 되었다.(C라 함) / (중략) (아니, 육지와) 붙어 있었던 게 아니라 (이곳 제주 땅은) 전부 물바닥이라 (육지와는 달리) 하늘과 땅이 붙어 있는 형편이었소. (여하튼,) 천지개벽 때(붙어 있는 이곳 하늘과 땅을 뗄 때) 이러니저러니 해도 ‘연(뗀) 사람’이 있었을 거란 말입니다. 그 ‘연 사람’이 누구냐 하면 ‘아주 키 크고 힘센 사람’이었을 거란 말이오. 바로 그 ‘아주 키 크고 힘센 사람’이 (하늘과 땅을) 딱 떼어서 하늘은 위로, 땅은 밑으로 가게 해서 보니 물바닥이라 살 수가 없었소. 그래서, 가장자리로 돌아가며 흙을 파 올려서 제주도를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단 말입니다.(D라 함)]

 

[진성기] “설문대할망은 옥황상제의 말잣딸이었다. (중략) 설문대할망은 하늘과 땅을 두 개로 쪼개어 놓고, 한 손으로는 하늘을 떠받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땅을 짓누르며 힘차게 일어섰다. 그러자 맞붙었던 하늘과 땅 덩어리가 금세 두 쪽으로 벌어지면서 하늘의 머리는 자방위(子方位)로, 땅의 머리는 축방위(丑方位)로 제각기 트였다. (후략)”

 

9.2. 위 글 저자의 주장 : ⑴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창세신화의 흔적을 담은 설화([송기조])를 만나게 되었다. 제주시에서 채록(1980년, 오라동 동카름, 김영돈 · 고재환 조사, 송기조 남 · 74)된 것인데 (중략) 최근 몇몇 연구자가 이 설화의 신화적 면모를 주목했다.”(317쪽) / ⑵ “제보자(송기조)의 생각은 명료했다. 키가 크고 힘이 센 설문대할망이 천지가 붙어 있던 혼돈의 시절에 하늘을 밀어올려 분리시켰던 이야기와, 제주 섬을 만든 이야기를 함께 구술했다. (중략) ‘큰 사람’은 ‘설문대할망’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해서 표현한 것이고, 뒤에는 더 구체적으로 형상화하였다.”(319쪽) / ⑶ “여기([진성기])에서는 설문대할망이 ‘한 손으로 하늘을 떠받들고, 다른 손으로 땅을 짓눌렀다’라고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뒤에는 다음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천지분리의 사실을 안 옥황상제는 진노하였는데, (중략) 말젯딸(설문대할망) 소행임을 알고 그를 땅의 세계로 쫒아냈다. 설문대할망은 속옷도 챙겨 입지 못하고 인간세상에 내려오는데, 흙을 치마폭에 담고 내려와 흙으로 제주도를 만들었다고 한다. (중략) 속옷도 입지 못하고 내려온 것과 결부되어 속옷을 만들어 주면 육지까지 다리를 놓아주려 했던 이야기 등등 설문대할망과 관련된 이야기가 모두 종합되어 있다. 천지분리 화소를 제외하고는 모두 익숙한 화소들이다. 그런 측면에서 천지분리 화소도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된다.”(320쪽)

 

9.3. 위 ⑴·⑵에 대해서 : [송기조](A·B·C·D)는 A·D와 B·C로 나눌 수 있다. A·D는 ‘큰 사람’(연 사람, 아주 키 크고 힘센 사람)이 여기(제주의) 하늘과 땅을 뗀 다음 제주 섬을 엉성하게 만들었다는 것이고, B·C는 ‘설문대할망’이 흙으로 오름들을 만들어 물바닥 수준의 제주 땅을 보완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제주 땅’을 만든 것도 설문대할망이 아닌 셈이다. 그런데 위 글 저자는 뜬금없이 ‘큰 사람’과 ‘설문대할망’을 동일시했다. 실로 언어도단이다.

 

위 ⑶에 대해서 : [진성기]는 『신화와 전설』(부제: 「제주도 전설집」, 1959년 초판, 2001년 20판, 진성기) ‘28쪽’의 것이다. 그런데 ‘같은 책, 20쪽’에 (주인공이 ‘설문대할망’ 대신 ‘도수문장’으로 된) ‘동일 내용의 것’[“옥황상제 밑에 도수문장(都首文章)이라는 이가 있었는데, (중략) 도수문장은 하늘과 땅을 두 개로 쪼개어 놓고 한 손으로는 하늘을 떠받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땅을 눌러서 힘차게 일어섰다. 그러자 맞붙었던 하늘과 땅덩어리는 금새 두 쪽으로 벌어지면서 그 하늘의 머리는 자방(子方)으로, 다시 땅의 머리는 축방(丑方)으로 제각기 뜨이면서 열려졌다. (후략)”]이 있다. 물론 이는 설화 조작이다.

 

사실, 위 책은 ‘어떤 어머니’를 ‘설문대할망’으로 변조함으로써 설문대할망을 오백장군 어머니로 조작한 바로 그 책이다. 또, 이 책의 부제는 ‘설화집’이 아니라 ‘전설집’(「제주도 전설집」)이다. 조작도 불사하고 설화 분류 의식도 없는 이런 책을 인용하다니, 낯뜨거운 노릇이다.

 

여하튼, [진성기]는 ‘설화’ 곧 ‘민중 공동작(共同作)’이 아니라 ‘개인작(個人作)’이다. 설문대할망이 모계중심사회 소산이라면 옥황상제(부계중심사회 소산)의 (할머니나 어머니 아닌) 딸일 수는 없으니까. 또한, 도교(道敎)의 우주기원(천지개벽 등)은 ‘신(옥황상제)’이 아니라 ‘동(動)과 정(靜)의 상호작용’[예: 주돈이(周敦頤)의 <태극도설(太極圖說)>]에 의한 것이니까. “<태극도설>: (전략) 태극이 움직여 양(陽)을 낳고 움직임이 극에 달하면 고요하여지고, 고요하면 음(陰)을 낳는다. 고요함이 극에 달하면 움직임으로 되돌아간다. 한 번 움직이고 한 번 고요함이 서로 그 뿌리가 되어 음으로 갈리고 양으로 갈리니 곧 음과 양이 성립하게 된다. (후략)”(『중국철학사』, 풍우란, 형설출판사, 1989년, 334-335쪽)

 

참, 익숙하니 신빙성이 있다고? 그럼, 익숙하지 않은 것은 신빙성이 없는 것일까? 아니, 대관절 ‘익숙한 것’과 ‘신빙성 있는 것’ 간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단 말인가? 생각건대, 이는 ‘논점부적절(論點不適切)의 오류’를 범한 발언인 동시에 유치하기 짝없는 맹신(盲信)의 발로다.

 

 

<프로필>
- 국어국문학, 신학 전공
- 저서 『耽羅說話理解』, 『모라(毛羅)와 을나(乙那)』(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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