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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대할망 설화 왜곡으로 결국 역사 왜곡까지 초래”
“설문대할망 설화 왜곡으로 결국 역사 왜곡까지 초래”
  • 미디어제주
  • 승인 2017.06.0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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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거짓투성이 설문대할망 신화 <4> 본론(本論) ③

구전으로 전해져온 ‘설문대할망’을 제주 창조 신화의 주인공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제주지역 학계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글은 이처럼 설문대할망 이야기를 신화로 만들어가는 데 대해 관련 전공자인 장성철씨가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취지의 반론적 성격의 글이다. 실제 제주대 국어국문학과 현승환 교수도 지난 2012년 ‘설문대할망 설화 재고’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연재 기고를 통해 설문대할망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주]​

 

 

5. 설문대할망 신화관 건립 논거에 대한 검토 ① : 제주특별자치도는 그 논거로 9편의 글을 제시했다. 이제 그 글들 중에서 필요한 부분만을 추려 들여다보자(저자는 가급적 밝히지 않음).

 

5.1. 「제주신화 속의 여성신들 · 그 특징과 의미」(2004년)

 

5.1.1. 위 글의 주요 내용 : ⑴ 설문대할망은 제주도 및 이곳의 여러 자연물을 창조한 거신(巨神)이다(201쪽). ⑵ 설문대할망 신화는 단편으로 나뉘어 마치 전설처럼 전하고 있다(201쪽). ⑶ 설문대할망은 마고할미와 동궤의 여신이다(284쪽).

 

5.1.2. 위 ⑴에 대해서 : 설화 이론에 의하면, ‘낱개의 사물’(예: 제주도) 또는 ‘일군(一群)의 사물’(예: 오름들)은 전설의 속성인 ‘특정의 개별적 증거물’이고, ‘모든 섬’ · ‘모든 산’ 등은 신화의 속성인 ‘포괄적(包括的) 증거물’이다. 그러니, 제주도나 오름들 따위를 만든 설문대할망을 신(신화의 주인공)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설화 이론을 범하는 처사이다.

 

한편, 제주설화 체계에 의하면, 본풀이(제주신화)의 필수불가결의 속성은 ‘축원사항 성취라는 공리적 기능’(환언하면, ‘직능’)이다. 그런데 ⑴에는 이 속성이 없다. 이는 민중이 설문대할망에게 제주도 등을 만들어 달라고 빌지 않는다는 말이다. 고로, 설문대할망은 신일 수 없다.

 

반면, 일본설화 체계에 의하면, ⑴은 옳은 주장일 수 있다. ‘국토 형성’에 해당하니 말이다. 하지만 탐라설화(탐라 민중의 소산)를 일본설화 체계와 연관짓는 것은 이치에 닿지 않는 짓이다. 탐라와 일본의 설화체계 차이는 양자(兩者) 민중의 ‘삶의 자리’ 차이에 기인한 것이니까.

 

위 ⑵에 대해서 : ⑵는 전술(前述)한 바(신화→파편화→전설)이므로 생략한다.

 

위 ⑶에 대해서 : ⑶의 진의는 설문대할망이 마고할미의 아류(亞流)라는 말이다. 달리 말하면, ⑶은 ‘본디 탐라 소산’인 설문대할망을 ‘본디 한반도 소산’으로 만들려는 속셈의 일환이다. 하지만 설문대할망은 탐라 민중 삶의 소산이고, 마고할미는 한반도 민중 삶의 소산이다.

 

위 ⑴·⑵·⑶은 실은 ‘장주근 견해’(『풀어쓴 한국의 신화』에서 재론함)를 답습한 것에 불과하다.

 

5.1.3. 위 글에는 설문대할망 설화의 신화 · 전설 여부를 판가름해 줄 시금석인 ‘설문대할망 설화 본문과 설문대할망 자의(字義)에 대한 해석’이 전무한 실정이다.

 

5.2. 「문화영웅으로서의 여신들」(2001년)

 

5.2.1. 위 글의 주요 내용 : ⑴ “설문대할망은 제주섬을 창조한 여신이다.”(71쪽) ⑵ “여신에 대한 이야기는 조각조각 찢어지고 흩어져서 매우 단편적이다.”(72쪽) ⑶ “다리가 생긴다면, (중략) 망망대해에 고립되어 문물(文物)이 막히고 젊은이들의 출세길이 막히는 일도 없을 것이었다.”(72쪽) ⑷ 설문대할망은 물에 빠져 죽었다고도 하고, 해저(海底) 통로인 물장올을 통하여 용궁으로 돌아갔다고도 한다.”(73쪽)

 

5.2.2. 위 ⑴ · ⑵에 대해서 : ‘장주근 견해’(『풀어쓴 한국의 신화』)를 답습한 것에 불과하다.

 

위 ⑶에 대해서 : 설문대할망 설화 본문은 십여 편이다. 그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연륙교(連陸橋) 만들기’ 또는 ‘다리 놓기’라는 제하(題下)의 것이다. ⑶은 바로 이 본문에 대한 해석인 듯하다. 하지만 이 해석이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것인지는 후술할 ‘설문대할망 전설 본문 해석’을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내처 말하면, 설문대할망 자의(字義)도 이 본문에 들어 있다.

 

위 ⑷에 대해서 : ⑷의 전반부는 설문대할망 설화가 전설이라는 말이고, 그 후반부는 신화라는 말이다. 전설 주인공은 반드시 역경에 희생(좌절)당해야 하고, 신화(본풀이) 주인공은 반드시 역경을 극복한 연후에 신으로 좌정해야 하니까, 참, 좌절은 비극이고, 비극 중의 비극은 죽음이다. 그럼, 전반부와 후반부 중 어느쪽이 참, 아니, 거짓일까? 생각건대, 후반부가 거짓이다. 설문대할망이 모계중심사회 소산이면서 용왕(남자) 세력권하의 용궁(부계중심사회 소산)으로 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러고 보면, 후반부는 개인이 모종의 저의(底意)를 가지고 조작(造作)한 것인 셈이다. 이는 설문대할망 설화가 신화가 아니라 전설이라는 말이다.

 

5.2.3. 설문대할망 자의(字義) 해석도 없고, 그 설화 본문에 대한 해석다운 해석도 없다.

 

5.3. 「비교신화의 관점에서 본 설문대할망」(2010)

 

5.3.1. 위 글의 주요 내용 : ⑴ “설문대할망이 (중략) 오백이나 되는 아들 형제를 생산하고 (하략). ⑵ 석신앙(石信仰)의 오랜 전통에서 우리는 (중략) 영원한 생명력을 돌에서 찾으려 했던 수다한 증거들을 가지고 있다.[註(주): 성경 「예레미아」 2장 27절에서, 예레미아가 돌을 보고는 ‘너는 나를 낳았다’라 한다]”(20쪽) ⑶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오백 형제가 동시에 먹을 죽을 쑤어야 하는 상황은 설문대할망과 오백 형제의 성적 교접의 신화적 표현일 가능성도 있다.”(p.23)

 

5.3.2. 위 ⑴에 대해서 : 이는 설화 왜곡이다. 「설문대할망 설화 재고」(2012)에 의하면, 설문대할망은 오백장군 어머니가 아니다. 첨언하면, 설화 왜곡은 끝내는 역사 왜곡을 야기한다.

 

위 ⑵에 대해서 : “워라에덴 아트 여릿한”(Biblia Hebraica, Stuttgartensia). 이것이 「예레미아」 2장 27절의 히브리어 본문이다. 그리고 그 번역은 불어(TOB)로는 “Ile disent au bois: “Tu es mon père.”, à la pierre: “C’est toi qui m’as enfanté.”이고, 한국어(대한성서공회 공동번역)로는 “너희(왕이나 고관들이나, 사제들이나 예언자들)는 나무를 보고 아비라, 돌을 보고 어미라 하며 (나[야훼]를 외면하고 등을 돌렸다가도, 재앙만 만나면 나더러 살려 달라고 한다)”이다. 물론 이는 목상(木像) · 석상(石像) 등에 대한 신앙을 우상숭배로 단죄하는 내용이다. 고로, ‘위 註(주)’는 성경 왜곡이다. 그러고 보니, ⑴도 ⑵도 왜곡인 셈이다. 그럼, 위 글을 신뢰할 수 있을까?

 

위 ⑶에 대해서 : 설화는 그 전승(傳承) 공동체 삶의 소산이다. 한편, 짐승도 어미와 새끼들 간의 집단 성적 교접은 하지 않는다. 그럼, ⑶은 ‘탐라 선조는 짐승만도 못한 족속일 수 있다’라는 말일까? 경악을 금치 못할 망발이다. 이에 대한 견해를 제주특별자치도에 묻고 싶다.

 

5.3.3. ‘설문대할망 설화 본문’과 ‘설문대할망 자의(字義)’에 대한 해석이 전혀 없다.

 

 

<프로필>
- 국어국문학, 신학 전공
- 저서 『耽羅說話理解』, 『모라(毛羅)와 을나(乙那)』(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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