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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할머니'의 미덕, "세상은 아름다워요"
'천사 할머니'의 미덕, "세상은 아름다워요"
  • 박소정 기자
  • 승인 2008.12.24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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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세상] 성탄절 '천사 할머니'의 뒷 이야기

얼마전 어려운 생활형편에도 불구하고, 나눔의 손길을 이어가고 있는 '천사 할머니'가 화제가 됐다. <미디어제주 12월3일자 보도>

오늘도 하루종일 남의 밭일을 하며 벌어들인 일당 4만원 중 만원 한장을 꼬깃꼬깃 접은 채 누런 봉투에 집어넣는 김인정 할머니(79.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할머니의 선행이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은 김 할머니의 처지가 도움을 받아 생활해야 하는 기초생활수급자이기도 하면서, 현재 손녀와 손자 2명을 돌봐야 하는 딱한 처지에 있기 때문이었다. 주위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임에도, 소액 수입으로 이를 다시 보다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는 미덕을 그는 몸소 실천했다.

할머니의 나이 이제 며칠 있으면 여든이다. 하루종일 남의 밭일을 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하루하루 만원

한장을 이 봉투에 집어넣을 때마다, 할머니의 얼굴에는 금새 미소가 번진다.

이렇게 한달동안 20만원을 차곡차곡 모은 할머니는 연말 때가 되면, 매년 서귀포시 표선면사무소를 찾아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흙 때 묻은 봉투를 내밀었다.

미디어제주 취재진이 김 할머니를 찾았을 때는 하루 밭일을 쉬는 날이었다. "왜 우리같이 어려운 사람이 이웃을 돕는 건 안되나요? 나눌 수록 즐겁고 마음이 부자되는 것아요."
자신의 선행을 '색안경'으로 보지 말아줄 것을 부탁이나 하듯, 어렵게 말문을 이어갔다.

"TV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북한 어린이를 돕는 성금 모금 프로그램을 보면서 내내 울었던 기억이 나요. 그러다가 첫째 손주가 '만원이면 20명의 어린이를 살릴수 있다'고 해서 때마침 5만원 정도 모아둔 돈이 있어, 그 돈을 들고 표선면사무소에 찾아갔죠."

1998년, 할머니는 어려운 이웃에 써달라며 5만원을 무작정 표선면사무소 한 직원에게 내밀었다. 당시 기초생활수급자로 손녀와 손자 2명을 돌봐야 하는 할머니의 어려운 상황을 알고 있었던 표선면사무소 직원들은 용돈으로 사용하라며 할머니의 돈을 받지 않았다.

이에 화가 난 할머니는 표선면장에게 전화를 걸어 "왜 내 돈을 받지 않냐. 적은 돈이어서 그러냐"며 항의(?)를 했다. 그렇게 시작된 할머니의 사랑의 손길은 10년 째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할머니는 매해 남의 밭일 등을 하며 모은 돈 중 10~20만원씩 불우이웃성금으로 기탁했고, 올해 초에는 태안지역 기름유출사고 위문금으로 10만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또, 올 여름에는 5개월동안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검질(김)을 매면서 땀 흘려 받은 값진 돈 30만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선뜻 기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선행이 알려지면서 할머니는 올해 9월 1일 제주도지사상을 받았다.

젊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 인생을 헛 살아온 것 같다는 할머니는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앞으로 계속 성금을 기탁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남들보다는 적은 돈을 기탁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너무 늙은 나이에 남을 도울수 있는 방법을 알아서 너무 안타까워요...젊은 친구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거 보면 인생을 헛살았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해야죠."

연말연시 각계각층 인사들의 이웃돕기 성금 기탁과, 사회복지시설 위문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 나눔캠페인의 붐 조성을 위해 이러한 손길은 반가운 측면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김 할머니의 선행은 아직도 제주인의 '인정'은 살아있다는 것을 물씬 느끼게 하면서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박소정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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