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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는 기쁨의 참맛을 느끼길 바라며
나누는 기쁨의 참맛을 느끼길 바라며
  • 송미영
  • 승인 2008.12.20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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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송미영 서귀포시 표선면 주민생활지원담당

2008년 12월 18일, 코끝이 빨개지고 움 추린 어깨를 펴지 못할 만큼 추운 날씨 속에서 20kg이나 되는 쌀을 낑낑대며 나르는 내 마음은 봄날의 햇살보다 따뜻했다. 지난 1년 동안 직원과 면사무소를 방문한 면민들의 작은 정성들이 '나눔 더하기' 동전모금함에 모아졌고, 그 결실로 사랑의 쌀을 전달하였던 것이다.

동전 모으기에 동참해준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과 쌀을 받고 연신 "고맙다"며 내손을 꼭 잡는 할머니의 따스한 손길이 나를 뿌듯하게 하여 힘이 불끈 솟았다. 사회복지 업무를 추진하면서 힘들고 짜증나는 일도 많았지만 자신보다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업무로 상처받았던 내 마음을 치유하고 살찌우게 된다.

올해도 어김없이 흙 때 묻은 봉투를 내밀던 김인정 할머니는 당신 역시 넉넉지 않은 살림 속에 손자녀 2명을 돌보면서도 "조금이라도 어려운 이웃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5년째 성금을 기탁해오고 있다.

매일 하루도 쉬지 않고 밭일과 귤 따기 등을 하여 모은 돈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봉투안의 성금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소중한 사랑 그 자체였다. 뿐만 아니라 14년간 남모르게 어려운 이웃 2가구에 매월 성금을 지원해온 김춘보씨와 그러한 아버지의 마음을 이어받아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김성완씨, 2004년부터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거노인과 한부모 가정에 매월 성금을 지원해온 조재권씨의 이웃사랑은  나에게 감동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하고 교훈을 줬다.

이 분들은 자신들의 선행이 외부에 알려져 관심을 받게 되자 하나같이 "생색내려고 하는 일이 아니라 그저 나눌수록 즐거워 계속 하고 있는 것 일 뿐"이라며 주위의 관심을 부담스러워 했다. 이처럼 나눔의 기쁨이란 것은 실천하는 자 만이 그 참맛을 알 수 있기에 표선면에서는 매월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독거노인, 장애인, 소년소녀가정 등 질병 및 가정형편으로 가사 일이 힘든 가구를 직원들이 직접 방문하여 청소며 빨래, 고장 난 물건 수리 등을 하고 돌아온다. 2년 동안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추진하면서 에피소드도 많다. 수집증이 있는 어르신 집을 방문하여 청소를 하다 결국 쓰레기차를 불러 한차 가득 물건들을 버리기도 하였고, 한방가득 산더미처럼 입었던 옷을 빨지 않고 담아두어 트럭2대로 빨래 감을 옮기기도 했었다.

황금 같은 주말을 반납하고 생고생 한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청소를 마치고 방안을 돌아볼 때의 기분은 숨이 턱까지 차오름을 무릎 쓰고 오른 한라산 정상에서 백록담을 바라보는 기분이랄까? 요즘 어려운 경제난으로 세상 사람들의 마음마저 얼어붙어 온정의 손길이 줄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표선면은 나누는 기쁨의 참맛을 아는 직원들과 면민들이 있기에 이웃과 하나 되어 살아갈 수 있는 참 살기 좋은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쉬운 일부터 이웃과 함께하고 나누는 기쁨의 참맛을 느끼길 바라며, 나 역시 바쁜 업무 속에서도 항상 쉬어갈수 있는 마음의 한 페이지를 남겨두고 나눔의 기쁨으로 가득 채워나가리라 다짐한다.<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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