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12:56 (금)
칼 빼들었던 의회, "나도 똑같은 사람이라오?"
칼 빼들었던 의회, "나도 똑같은 사람이라오?"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8.12.08 13:32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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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도민혈세](1)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위의 '일구이언'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지난 5일 상임위원회별로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계수조정을 끝냈다. 그러나 이번 도의회 계수조정 결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표출되고 있다. 총액적 규모로는 250억원 가량 삭감됐으나, 하나하나 살펴보면 '잘했다' 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다.

일례로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장동훈)의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공무원 국외여비 및 주민숙원사업비 등을 대거 삭감하고, 이를 이사무장 처우개선 등에 증액하는 파격적인 조정안을 놓고는 '최선의 대안'이었다는 평과, 지역구 마을에 대한 '퍼주기'라는 두가지 측면에서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행자위가 삭감한 세출예산을 보면 ▲도정시책추진 공무원 국외여비 1억원 중 2000만원 ▲소규모 주민숙원사업 지원 12억원 중 2억원 ▲민간경상보조금인 밝고 희망찬 제주만들기 3000만원 전액 등이다. 특히 그동안 많은 논란을 빚었던 해군기지 관련 주민갈등해소 해외선진지 시찰 비용 5000만원은 전액 삭감시키면서 사실상 이의 계획은 무산됐다.

또 공무원노조 해외시찰 비용에서는 제주도청 예산 4000만원 중 500만원, 제주시 예산 3000만원 중 500만원만 삭감해 공무원노조의 해외시찰은 긴축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으로 시행하도록 했다.

문제는 삭감된 예산을 어디에 증액했느냐는 것이다. 행자위는 삭감된 27억원의 예산으로 학교교육기반시설 확충 등에 5억원을 비롯해 나머지 대부분은 읍.면.동 체육행사 지원과 이사무장 교통비, 상여금 등에 증액했다.

이같은 행자위의 일선 마을에 대한 예산증액은 그동안 도정질문 등을 통해 끊임없이 제기해왔던 이사무장 처우개선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의회가 예산증액을 통해 직접적인 행동에 나섰다는 데 그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마을행사, 즉 마을체육대회 행사와 같은데에도 일률적으로 증액함으로써, 이사무장 등과 같은 최일선 마을행정에 대한 파격적 지원취지는 퇴색됐다.

다른 상임위원회도 이와 비슷하게 이뤄졌다.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문대림)의 경우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해 경제활성화를 위해 채무상환을 늦추도록 '차입금 원금상환액 78억원'을 삭감하고, 이를 기후변화대응 환경포럼에 2000만원을 증액시키는 한편 한라수목원 보완조성공사에 2억원 등에 각각 증액편성했다. 이에대해서도 긍정적 측면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부정적 시각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문화관광위원회(위원장 박명택)의 계수조정 결과다. 예산안 심의 때에는 많은 지적들이 쏟아졌지만, 정작 삭감된 액수는 다른 상임위원회에 비해 훨씬 적은 12억원에 불과하다. 삭감된 내역을 보면 ▲헬싱키경제대학분교 설립지원 1억원 전액 ▲해외투자유치 홍보사무소 파견공무원 여비 3343만원 ▲모슬포전적지조성 도시관리계획 변경용역 4억원 중 1억원 등이다.

이외에도 반디불마라톤대회 등 민간지원 사업비도 대거 삭감했다. 그런데 문화관광위는 삭감한 민간지원사업비를 적절한 곳에 증액하지 않고, ▲2009 제주국제마라톤대회에 1000만원 ▲제2회 아름다운 제주국제마라톤대회에 2000만원 ▲제9회 칠십리기 전국초등학교 배구대회 2000만원 ▲2009 제주국제울트라마라톤대회 2000만원 등 기존 민간지원 행사에 대거 증액했다.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삭감된 예산을 실질적 경제부양책에 재편성하든지, 아니면 예비비로 돌려야 마땅하나, 특정 민간행사에 증액시켜 버린 것이다. 결국 문화관광위는 지난 일주일간 숱하게 떠들고 질타했던 내용들에 대해 '일구이언'을 한 셈이다.

이번 정례회에서 행정사무감사, 그리고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예리한 지적'을 하면서 예년과 달리 좋은 평들이 많았던 도의회가 마지막 계수조정에서는 스스로 치부를 드러낸 것이다.

도의회 문화관광위의 이번 계수조정 결과는 말 따로, 행동 따로의 이중적 태도를 보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동안 '선심성 혹은 지방선거 겨냥'이라는 각종 의혹을 제기했던 당사자로서 '공범'의 역할을 한 것에 다름없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신용불량자가 되기 싫어 세금을 꾸역꾸역 내는 도민들을 생각했다면, 과연 이런 결과를 만들었을까. <미디어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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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야청청 2008-12-09 22:10:52
혼자만 독야청청 할 수 있는 진정한 용기있는 자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아래님들은 모두 자기자신은 자신있게 '깨끗한 물' 이라고 단언하는 분 들같네여...알고보면 더 구린내 날 것 같은데

gksakel 2008-12-09 13:08:52
이번 문제는 언론의 잘못이 큽니다. 제주도나 의회로부터 로비해서 돈을 받고 영위해나가면서 어떻게 그들에게 올곧은 비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언론에서 보도하는 내용의 진정성은 또 얼마나 될까. 언론 또한 도덕적 해이의 심각함을 느낌니다.

2008-12-09 10:56:44
도청 도의회로부터 장학금을 받는 부끄러운 언론

마라톤 2008-12-08 23:08:12
비슷, 비스무리한 마라톤대회가 왜 이리 많죠? 그냥 하나만 열릴 수 있도록 해도 되겠네요, 왜 많은 돈을 똑 같은 여러개의 행사에 지원해주는 지 알 수 없습니다. 글구 예산지원을 받는 곳 중에 언론도 있나보네요 아래 글들을 읽어본 결과~~

식개칩 2008-12-08 22:28:59
세금을 쌈짓돈마냥 쓰는 놈이나 정의의 사자처럼 굴다가도 도청과 도의원들 꼬드겨 예산이나 빼먹는 언론이나 다 같은 종속들이지.
양심없는 도청 거짓위선 언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