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그 사람들 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 사람들 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8.10.13 13: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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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노상 단식투쟁' 강제철거한 제주도의 '변명'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10일부터 제주도청 앞에서 비가림 천막 하나에 의지하며 해군기지 건설 철회 '노상 단식투쟁'이 제주특별자치도의 '공권력 행사'에 의해 일격을 가한 것이다.

김태환 제주지사는 지금 외국출장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행해진 강제집행은 김 지사의 의중이 어느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강제집행은 매우 신속하게 이뤄졌다. 미리 준비했다는 듯이 일사천리로 비가림 천막 철거에 나섰다.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울부짖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애써 외면하며 철거는 매우 강압적으로 이뤄졌다.

이 상황의 순간 만큼은, 도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과, 그런 공무원을 믿고 의지하는 도민의 관계가 아니었다. 마치 '적'을 대하듯 폭압적 수준이었다. '명령' 하나에 사안의 옳고 그름을 생각할 것도 없이 맹목적으로 강제집행에 나서는 공무원들. 그리고 '자치행정' 분야 공무원들은 여직원들까지도 모두 농성장 주변에 집결토록 했다.

이날 강제철거 과정에서 특이한 것은 천막 뿐만 아니라 '김태환 지사 퇴진'이라고 적힌 깃발과 입간판까지 빼앗아 간 일이다. 천막이야 관련 법규상 위법 설치물이어서 그렇다 치더라도 김태환 지사 퇴진이라는 '1인시위'용 물품까지 빼앗아 간 것은 다분히 숨은 의도가 있어 보인다.

바로 이 때문에 이날 강제철거를 서두른 이유가 노상에 설치된 '천막' 그 자체라기 보다는 그동안 눈에 거슬려왔고 김태환 지사가 상당히 불쾌해 했던 것으로 알려진 '김태환 퇴진'이라는 깃발과 입간판을 국회 국정감사와 해외 출장중인 김태환 지사가 귀국하기 전에 '싹쓸이 정리'를 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러다도 제주도당국의 이해못할 행보는 계속됐다.

천막농성장 철거작업이 이뤄진지 불과 몇분 지나지 않아 이번 일을 총괄 진두지휘했던 박영부 제주특별자치도 자치행정국장이 기자실로 모습을 드러냈다.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과 관련해 15만톤 크루즈선박 2척이 동시에 계류가 가능한 ㅈ버안시설이라는 점을 해명하기 위한 기자간담회였지만, 곧이어 이날 강제철거에 대한 해명을 했다.

해명을 하는데 있어 2페이지 분량의 별도 보도자료가 기자들에게 배포됐다. 사전에 보도자료가 만들어진 것을 보면, 이날 강제철거는 지난 휴일 이미 계획된 일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박 국장은 농성장 철거는 당초 약속사항을 이행하지 않음에 따라 최소한의 필요한 조치라고 항변했다. 10일 오후 6시까지만 천막농성을 하겠다고 사전에 약속해 놓고, 천막농성이 끝나자 또다시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을 한 것은 '약속위반'이라는 것이다.

노상 천막설치가 위반이라면, 당초 지난 7일 제주도가 그 법률적 근거를 위배하면서 천막농성을 허용해줬던 사례는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국장은 "그래서 행정이 힘든 것이다. 행정이 때로는 유연성을 가져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여기에 지난 6일 천막설치 저지 과정에서 공무원 6명이 부상을 입었음을 강조했다.

제주도의 변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날 낮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한 이상복 행정부지사는 이날 강제철거의 정당성을 설명하면서, 강정주민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듣지 말 것을 강조했다. 그는 "그 쪽에서 몇명이 부상을 당했다는 등의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 사람들 얘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므로 그 이야기를 그대로 (기사로)써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그 사람들(강정주민)의 이야기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의 질문에 대해, 이 부지사는 "제가 직접 보고 들었기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모든 상황을 봤고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 사람들 얘기는 사실이 전혀 아니다"라는 말 속에는 은연 중 강정마을 주민들을 '대화의 대상'이 아니라 '상종하지도 못할 사람'으로 치부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출장 중인 김 지사가 15일 귀국하기 전에 '김태환 지사 퇴진' 깃발을 없애고, 도청앞이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아니면 김 지사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날 강제집행으로 인해 앞으로 강정마을 주민들과 김태환 지사간의 대화의 채널은 크게 경색되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진정 제주도당국이 이번 강제집행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행정의 곧은 원칙'을 펴고 싶었는지, 아니면 도정 정책에 반하는 도민들을 고립시키고 싶었는지, 그 진정성은 여전히 의심받고 있다.

이제 4일째 단식농성을 벌여온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은 앞으로 비 바람을 맞으면서도 도청 앞 노상단식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의 단식농성을 못마땅히 여기는 제주도당국, 이번에 어떤 강수를 둘지, 그리고 그 다음은 또 어떤 변명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윤철수 대표기자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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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 기사 2008-10-14 08:48:53
반대측은 정정당당하게 반대의사를 표출해야한다.
현재 반대측은 불법집회를 하는 것이다. 이미 신고된 기일이 경과되어 확실한 불법인
것이다. 이 기사는 불법을 옹호하는 것이다. 법대로 한다면 경찰은 현장에서
연행을 해야 마땅한 것이다. 돈없는 사람은 강도짓을 해도 된다는 동정기사는 필요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