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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실 사용 불허, 영화인-제주도 '마찰'
기자실 사용 불허, 영화인-제주도 '마찰'
  • 박소정 기자
  • 승인 2008.08.2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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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영화인 기자회견 기자실 사용불허 '충돌'

그러자 제주도 간부공무원은 "처음부터 기자회견이 아니라 기자간담회 식으로 하기로 해 기자실 사용을 허용했던 것"이라며 "이벤트성 기자회견을 일일이 허용할 수는 없다"고 말해, 기자실내에 있던 영화인들이 일제히 발끈하며 격렬히 항의했다.

화가 난 영화인들과 참가한 시민단체,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 등은 이를 강하게 반발하면서 고성이 오고갔다. 양윤모 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은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고 하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문제가 이벤트 성 행사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20여분간 고성과 함께 실랑이를 벌이던 영화인들은 기자실내에서의 기자회견을 포기하고, 도청 현관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갖기로 하고 자리를 이동했다. 그러나 제주도당국은 이마저도 허용하지 않았다.

제주도당국은 곧바로 청원경찰 등을 동원해 이들을 애워싼 채 30여분간 현관 앞에서의 기자회견을 저지했다. 제주도청 정문 안에서는 기자회견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청원경찰이 영화인들을 애워싸 저지하는 과정에서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또다시 곳곳에서 고성이 터져나왔다.

한 영화인은 화가 극에 달한 듯, "도대체 어디서 기자회견을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현관 앞에 주저앉은 채 분개해 했다.

 모처럼 제주를 찾은 임순례 감독 등 국내 유명 영화인들의 자존심은 구겨졌다.

결국, 이들 영화인 8명은 이날 오후 3시20분쯤에야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한국 영화인 선언'을 발표했다.

#'우생순' 감독 등 "해군기지 철회하라!"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진정 국익과 국민의 안녕을 위해서는 제주 해군기지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임순례 감독이 낭독한 기자회견문에서 이들 영화인 8명은 "강정마을 주민들은 그 어떤 개발시설도 당연히 군시설을 거부하고 있으며 스스로 강정을 평화마을 생태마을로 만들고자 한다고 들었다"며 "평화의 섬 제주, 자연유산의 섬 제주는 비로소 강정마을에서 그것도 아이러니하게 해군기지 건설이라는 것을 계기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경제적, 문화적 패권주의에 앞장서는 21세기의 제국, 미국 앞에서 한미동맹의 논리에 의해 제주기지는 곧 미국의 군사패권주의에 조응하는 결과로만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며 "제주의 해군기지 건설은 우리의 힘을 키우는 일이 아니라 군대의 군사력을 증강하는 일일 뿐"이라고 피력했다.

또 "주민들의 이유있는 반대, 주민들의 합치된 의사위에 군림하는 안보, 기지건설은 분명히 재고되어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제주도에 생명평화를 매개로 하는 국제 영화제가 개최되는 꿈을 갖고 여기에 모인 영화인들은 몇 안되지만 국내 영화인들 사이에 공감대를 넓혀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제주도만의 당장의 이익을 위한 여러 조치들이 계속된다면 이는 그 공감대를 훼손하는 반감만이 부추기는 격"이라며 "생명평화의 땅, 세계인의 장소, 예술과 자연과 제주의 문화적 정체성이 어우러지는 공존의 장으로 제주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한국 영화인 선언'을 한 이들은 이날부터 3일간 서귀포시 대천동 강정마을에서 열리는 '평화야 놀자' 주제의 '2008 강정 생명평화축제'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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