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임명권 갈등, 서로 향한 '맹비난'도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임명권 갈등, 서로 향한 '맹비난'도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11.21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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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재단 이사회 '비상대책위원회' 활동 나서기로
오임종 전 이사장 직무대행 '비난 목소리' 사퇴 결정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지사가 4.3평화재단 이사장의 임명권을 가지려는 조례 개정안을 두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관련 조례 개정 추진에 반발, 고희범 전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이 사퇴한 후 오임종 전 4.3유족회장이 이사장 직무대행이 됐지만, 이후 이사회와의 갈등 속에서 직무대행 직에서 사퇴했다.

평화재단 이사회 측은 지사가 평화재단 이사장의 임명권을 가지는 조례의 개정이 철회될 때까지 ‘비상대첵위원회’ 활동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보였고, 이에 대해 오임종 전 직무대행은 물론 4.3유족회 일부까지 맹비난을 쏟아놓고 있다.

제주4.3평화재단 이사회 등에 따르면 고희범 전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의 이사장직 사퇴 이후 평화재단 이사장의 직무대행을 맡아왔던 오임종 전 평화재단 이사장 직무대행이 20일자로 직을 사퇴했다. 지난 20일 4.3평화재단 제131차 이사회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오임종 전 직무대행의 사퇴가 결정됐다.

오임종 전 직무대행의 사퇴는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안’을 두고 오 전 직무대행과 이사회 사이에 마찰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해당 조례안은 지난달 말부터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제주4.3평화재단과 제주도의 갈등을 심화시켜 온 바 있다. 해당 조례 개정안은 현재의 비상근 이사장을 상근 이사장으로 전환하고 이사장과 선임직 이사를 제주도지사가 임명하도록 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이사장을 공개모집을 통한 경쟁방식으로 선발한 뒤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평화재단 이사회에서 의결 후 제주도지사가 승인하는 형태로 이사장 임명이 이뤄졌지만, 조례 개정 이후에는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 이후 지사가 임명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 조례안은 지난 2일자로 입법예고에 들어간 상태다.

제주4.3평화재단에서는 이와 같은 내용의 조례 개정안에 반발했다. 당시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해당 조례 개정안이 통과되면 제주4.3평화재단의 이사장에 제주도지사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이 임명되고, 4.3의 정치화가 벌어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보냈다. 고희범 당시 이사장은 이후 조례 개정안에 대한 반발로 이사장직에서 사퇴했다.

일부 4.3단체와 시민단체에서도 해당 조례 개정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성명을 통해 “이번 조례 개정안은 제주4·3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평화재단에 제주도의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며 “제주4.3은 특정 정파나 특정 정치인의 소유물이 되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조례 개정을 독단적으로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이외에 제주4.3연구소와 제주민예총도 입장문을 내고 이번 조례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4.3평화재단 이사회는 지난 130차 이사회에서 제주도를 향해 해당 조례 개정안의 입법예고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번 조례 개정안의 입법예고가 철회되면 4.3평화재단 운영의 발전적 방안과 관련한 조치를 논의한다는 점을 결정했다. 입법예고가 철회되지 않을 경우에는 “이사회는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확정했다.

뒤이어 지난 20일 열린 131차 이사회에서는 130차 이사회에서 의결한 내용을 재확인했고, 조례 개정안이 철회될 때까지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와 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조례 개정을 지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 역시 이사장의 임명이 현행대로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임종 전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직무대행이 21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오임종 전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직무대행이 21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오임종 전 직무대행은 평화재단 이사회의 이와 같은 조례 개정안 반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다 이사회와의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20일 이사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고, 그날 바로 사퇴 처리가 이뤄졌다.

오임종 전 직무대행은 이어 사퇴 다음날인 21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4.3평화재단 이사회에 대한 맹비난을 내놨다.

오임종 전 직무대행은 입장문을 통해 “얼굴 마담이나 하면서 가만히 있으라고 일부 몇 분이 작당을 하고 무력화시키는 것을 봐왔다”며 “제주4.3평화재단이 새 출발 할 수 있도록 해보고자 했지만, 능력이 모자라 그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직을 내려놨다”고 말했다.

이어 4.3평화재단 이사회를 두고 “4.3영령 팔이, 4.3유족들을 들러리나 세우는 재단”이라고 맹비난을 하며 “이와 같은 모습이 되어서는 안되고, 진정 미래를 여는 재단이 되게 힘을 모아 변화시켜야 한다. 평화를 그리는 데 선도하는 재단이 될 수 있도록 도민과 4.3유족 분들이 나서 촉구해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제주4.3유족회 박영수 감사도 4.3평화재단 이사회를 향해 “오만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이사회가 전원 사퇴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지난달 말 급작스럽게 촉발된 4.3평화재단 이사장의 임명권 논란을 두고 도내 각 단체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인 데다, 정작 제주도는 이와 같은 갈등을 촉발시킨 문제의 조례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갈등 상황은 앞으로 길어질 수도 있어, 내년 4.3희생자추념식은 물론 앞으로 이어질 4.3과 관련된 각종 현안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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