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축구장 30배 면적 제주 곶자왈 훼손에도 불구속 송치, 이유는?
축구장 30배 면적 제주 곶자왈 훼손에도 불구속 송치, 이유는?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10.13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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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단, 저지곶자왈 훼손한 A씨 등 검찰에 넘겨
역대급 면적 훼손이지만 법에 저촉된 부분은 적어
'미디어제주'가 올해 4월 확인한 저지곶자왈 안쪽 초지 조성 현장. 이곳에서는 1971년에 초지조성허가가 이뤄짐에 따라 제주특별법 상 임목의 벌채 및 산지전용이 금지된 생태계보전지구 1등급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면적에서 숲이 사라졌다.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가 올해 4월 확인한 저지곶자왈 안쪽 초지 조성 현장. 이곳에서는 1971년에 초지조성허가가 이뤄짐에 따라 제주특별법 상 임목의 벌채 및 산지전용이 금지된 생태계보전지구 1등급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면적에서 숲이 사라졌다.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미디어제주>가 단독보도했던 마라도 면적의 3분의 2애 달하는 면적의 곶자왈 훼손과 관련된 이들이 검찰에 넘겨졌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최근 저지곶자왈에서 수년에 걸쳐 상당한 면적의 숲을 밀어버리면서 산지관리법과 산림범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A씨 등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미디어제주> 취재 결과 이들에 의해 훼손된 저지곶자왈의 면적은 무려 20만㎡에 달한다. 마라도 면적 30만㎡의 3분의 2에 달하는 면적인데다, 축구장 면적의 30배에 달하는 면적이기도 하다. 이전까지 제주에서 있었던 곶자왈 훼손 중 면적으로만 놓고 보면 역대급 수준이다.

해당 지역은 2017년까지만 해도 수풀이 우거진 울창한 곶자왈이었다. 아울러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개가시나무가 분포해 있는 곳인데다, 제주특별법 및 제주특별자치도 보전지역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라 생태계보전지구 1·2·3등급 등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이외에 제주특별법에 따라 경관보전지구로 지정된 곳이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전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는 산지전용 및 입목의 벌채가 금지된다. 토지의 형질변경도 금지된다. 즉, 숲의 원형을 훼손해서는 안되는 지역이다. 일부 2등급 지역에서는 농·임·축·수산업 용도로 토지를 사용하려는 경우 산지전용 및 입목의 벌채 등을 할 수 있지만, 그 면적이 1000㎡ 이하의로 재한된다. 그 외에 간벌과 택벌 등 숲의 원형을 유지하는 선에서 일부 나무를 잘라낼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해당 지역에서는 2018년부터 나무들이 잘려나갔다. 해당지역의 위성사진을 확인한 결과 2017년까지만 해도 수풀이 울창한 지역이었지만, 2018년 약 1만2000㎡ 가량의 숲이 사라졌고, 그 우에도 매년 수만㎡의 나무가 잘려나갔다. 올해까지 20㎡가 넘는 면적에서 나무가 잘려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특별법 등에 따라 금지된 행위가 수년에 걸쳐 광범위하게 일어난 것이다. 

가장 위에서부터 2017년도 저지곶자왈 일대 위성사진과 2020년도, 2023년도 위성사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숲이 사라지는 면적이 넓어지는게 나타나고 있다. /사진=카카오맵 및 구글어스 갈무리.
가장 위에서부터 2017년도 저지곶자왈 일대 위성사진과 2020년도, 2023년도 위성사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숲이 사라지는 면적이 넓어지는게 나타나고 있다. /사진=카카오맵 및 구글어스 갈무리.

이처럼 상당한 면적의 숲이 사라졌지만 행정당국에서는 이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해당 지역이 곶자왈 보전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1971년 ‘초지법’에 따라 초지조성 허가를 받은 곳이기 때문이다. 당시 산지전용 허가 등도 모두 이뤄졌다. 이미 50년 전에 초지조성 허가를 받은 곳이기 때문에, 이후에 만들어진 제주특별법 및 보전지역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라 규정된 생태계보전지구의 제한사항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제주시는 해당 곶자왈을 보전하기 위해 2006년 산림으로 환원했지만, 2014년 경 토지주가 해당 지역을 다시 초지로 사용하기 위해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이에 따라 다시 초지가 됐다. 그 이후 지금까지 수년에 걸쳐 훼손이 이뤄졌다.

결국 50년 전 이뤄진 허가로 인해 산지전용 및 입목의 벌채가 이뤄질 수 없는 곶자왈에서 합법의 탈을 쓰고 광범위한 훼손이 이뤄진 것이다. 제도와 법망의 구멍으로 인한 훼손이기도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A씨 등이 초지로 허가를 받은 지역 이외의 곶자왈에서 나무를 잘라내면서 합법의 틀을 넘어서게 됐다. 이에 따라 경찰의 수사가 이뤄졌고, 이번에 검찰 송치까지 이뤄지게 됐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로 훼손한 곶자왈의 면적이 역대급 규모임에도 법에 저촉을 받은 부분은 그리 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치경찰 등도 법에 저촉을 받는 훼손 면적이 그리 크지 않아 불구속 수사 및 송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훼손이 이뤄져서는 안되는 곳에서 이뤄진 대규모 훼손임에도, 곶자왈을 훼손한 이들에 대한 처벌 역시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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