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6 17:57 (화)
[단독] 50년 전 허가에 사라진 곶자왈 ... 마라도 3분의2 면적 훼손
[단독] 50년 전 허가에 사라진 곶자왈 ... 마라도 3분의2 면적 훼손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4.12 13: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8년부터 훼손 나타나 ... 매년 면적 크게 증가
멸종위기식물 개가시나무 등 훼손 우려도 제기돼
제주시, 2014년 초지 제외하려다 토지주 반발에 후퇴
'미디어제주'가 지난 11일 확인한 저지곶자왈 안쪽 초지 조성 현장. 이 곳은 30년 전인 1971년 당시 초지조성허가가 이뤄짐에 따라 제주특별법 상 임목의 벌채 및 산지전용이 금지된 생태계보전지구 1등급 지역인데다 곶자왈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면적에서 숲이 사라졌다.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가 지난 11일 확인한 저지곶자왈 안쪽 초지 조성 현장. 이 곳은 50년 전인 1971년 당시 초지조성허가가 이뤄짐에 따라 제주특별법 상 임목의 벌채 및 산지전용이 금지된 생태계보전지구 1등급 지역인데다 곶자왈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면적에서 숲이 사라졌다.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마라도 면적의 3분의 2에 달하는 곶자왈이 사라졌다. 저지곶자왈에서 수년에 걸쳐 20만㎡가 넘는 숲이 초지조성이라는 명목 하에 훼손됐다. 

12일 <미디어제주>가 취재한 결과 제주시 한경면 저지곶자왈에서 수년에 걸쳐 20만㎡가 넘는 상당한 면적의 숲이 사라지고 초지가 조성됐다. 해당 초지에는 현재 말 등이 방목되고 있다.

해당 지역은 2017년까지만 해도 수풀이 우거진 울창한 곶자왈이었다. 실제로 곶자왈 실태조사 및 보전·관리 방안 연구용역 결과 곶자왈 지역으로 분류된 곳이다. 

더군다나 해당 지역은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개가시나무가 분포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개가시나무가 분포해 있는 곳은 제주특별법에 따라 생태계보전지구 1등급으로 지정됐다. 나머지 지역 도 상당한 면적이 역시 희귀식물이 자라나는 등 보전가치가 있다고 판단됨에 따라 생태계보전지구 2등급으로 지정됐다.

이외에도 제주특별법에 따라 경관보전지구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전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제주특별자치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생태계보전지구 1등급으로 지정된 곳에서는 산지전용 및 입목의 벌채가 금지된다. 토지의 형질변경도 금지된다.

생태계보전지구 2등급으로 지정된 곳에서도 산지전용 및 입목의 벌채와 토지 형질변경이 금지된다. 다만 2등급 지역에서 농·임·축·수산업 용도로 토지를 사용하려는 경우, 1000㎡ 이하의 산지전용이 허용되며 간벌과 택벌 등 숲의 원형을 유지하는 선에서 일부 나무를 잘라낼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지역에서는 2018년부터 나무들이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해당 지역의 위성사진을 확인한 결과 2017년까지만 해도 수풀이 울창한 지역이었지만, 2018년 약 1만2000㎡ 가량의 면적에서 숲이 사라졌다. 2019년 위성사진에서도 약 1만9000㎡ 면적의 곶자왈이 사라진 것이 추정됐으며 2020년도 위성사진에서는 이 면적이 더욱 늘어나 10만㎡에 이르렀다.

훼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올해 초에 촬영된 위성사진을 보면 나무가 잘려나간 면적이 더욱 커지면서 그 면적이 약 23만㎡에 달했다. 온갖 나무로 가득찬 곶자왈의 한가운데에 거대한 구명이 뚫린 형태가 됐다. 불과 5년 사이에 마라도 면적(약 30만㎡) 3분의 2에 해당하는 숲이 사라진 것이다.

가장 위에서부터 2017년도 저지곶자왈 일대 위성사진과 2020년도, 2023년도 위성사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숲이 사라지는 면적이 넓어지는게 나타나고 있다. /사진=카카오맵 및 구글어스 갈무리.
가장 위에서부터 2017년도 저지곶자왈 일대 위성사진과 2020년도, 2023년도 위성사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숲이 사라지는 면적이 넓어지는게 나타나고 있다. /사진=카카오맵 및 구글어스 갈무리.

이처럼 상당한 면적의 숲이 사라졌지만, 제주시 등 관할부서에서는 이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관련 법상 문제삼을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지역은 곶자왈 보전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1971년 행정당국으로부터 ‘초지법’에 따라 초지조성 허가를 받은 곳이다. 이 허가에 따라 주변의 나무를 최대한 원상태로 보존하는 형식으로 조성되는 ‘임간 초지’가 조성됐다. 이 과정에서 벌목 및 산지전용을 해도 괜찮다는 등의 허가도 모두 이뤄졌다. 이 때문에 그 후 만들어진 벌목과 산지전용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제주특별법과 보전지역 관리 조례안의 적용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제주시의 설명이다. 

즉, 해당 지역은 생태계보전지역 1등급과 2등급이 산재해 있는 지역임에도 30년 전에 이미 “초지조성을 위해 나무를 베도 괜찮다”는 허가를 행정기관으로부터 모두 받아놨기 때문에 현재의 법으로 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초지법 제12조에 따르면 초지조성 허가가 내려진 후 1년이 자나도 사업을 시작하지 않거나 시작 후 1년 이상 사업을 중지한 경우 초지조성 허가를 취소할 수 있지만, 해당 지역은 숲의 원형을 최대한 보전하는 형태의 ‘임간 초지’로 허가가 나온 1971년 직후 사업이 마무리됐다. 이 때문에 ‘사업을 시작하지 않거나 사업을 중지한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아 초지조성 허가를 취소할 수도 없었다는 얘기다.

제주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의 초지 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 2014년에서 2015년에 걸쳐 초지법 제24조에 따라 해당 지역을 초지에서 제외하려고 했지만 토지주의 반발에 막혔다. 이 때문에 해당 지역을 초지에서 제외하지 못했다.

그 후 해당 지역은 원형을 최대한 보전하는 ‘임간 초지’로 조성됐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부터 주변의 나무를 모두 베어나는 형태로 다시 초지조성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초지법에 ‘임간 초지’로 조성된 곳을 나무를 모두 베어나는 다른 형태의 초지로 다시 조성하는 것에 대해서는 규제하고 있는 사항이 없기 때문에, 나무를 모두 베어낸다고 해도 법에 저촉될 사항이 없었다.

결국 50년 전의 허가가 보전가치가 높은 곶자왈을 밀어버린 것이다.

생태계보전지역 등급도.
생태계보전지역 등급도./자료=제주도공간정보포털.
저지곶자왈에서 훼손이 이뤄진 지역 중 생태계보전지역과 초지허가 지역을 표시한 지도. 밝은 하얀색으로 표시된 곳이 초지조성허가를 받은 곳이다. /자료=제주도공간정보포털.

도내 환경단체인 ‘곶자왈사람들’에서는 이에 대해 2019년 경부터 지속적으로 제주시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제주시는 훼손을 막는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곶자왈사람들은 이와 관련해 “행정이 해당 지역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고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생태계 1~2등급의 우수한 산림이 이처럼 참혹하게 훼손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초지조성 허가를 얻은 상황이라면 생태계 1~2등급 곶자왈인 매우 우수한 숲을 베어내 버려도 문제가 없다는 행정당국의 입장은 곶자왈 보전에 큰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며 “이는 또 곶자왈 보전의 큰 허점이기도 하다. 행정기관의 관리 소홀로 인해 중요한 환경자산이 사라졌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질타했다.

곶자왈사람들은 특히 해당지역에서 멸종위기종인 개가시나무가 잘려나갔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해당 지역 중 생태계보전지구 1등급으로 지정된 곳은 개가시나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지역이다. 하지만 2020년부터 올해까지 찍힌 위성사진을 확인한 결과 이 1등급 지역에서도 나무들이 사라졌다. 해당 지역에서 평탄화 작업도 이뤄진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이다.

곶자왈사람들은 이에 대해 “개가시나무가 훼손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가시나무가 훼손됐을 경우에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저촉될 수 있다.

다만, 제주시에서 이 사항에 대해 문제삼을 수 없다고 한 것과 달리 제주도자치경찰단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해당 사항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현재 내사 단계다. 수년에 걸쳐 해당 지역에서 곶자왈 훼손이 이뤄지는 가운데, 최근에 초지조성 허가가 이뤄지지 않은 일부 지역까지 나무가 잘려나갔기 때문이다. 허가받은 초지 이외에서도 나무가 잘려나간 면적은 상당한 수준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수사 역시 원할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토지주가 서울 등에 거주하고 있어 토지주 조사가 쉽지 않은데다, 수사에 나설 인원도 부족하기 때문에 정식 수사까지는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