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모든 이들이 숲을 즐길 수 있는 캠페인을 할래요”
“모든 이들이 숲을 즐길 수 있는 캠페인을 할래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3.10.05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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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와랑와랑숲사회적협동조합 정동락 대표

올해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숲 프로그램

“자유로운 숲 활동으로 질서 배우게 돼”

유럽은 취약계층들도 숲을 즐길 수 있어

와랑와랑숲사회적협동조합 정동락 대표. 미디어제주
와랑와랑숲사회적협동조합 정동락 대표.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은퇴 후 삶을 제주에서 누리는 이들이 많다. 2017년 여름부터 제주에 터를 잡은 정동락씨도 그런 경우이다. 숲해설가인 그는 와랑와랑숲사회적협동조합 대표도 맡고 있다. 숲이 그의 삶터기도 한 그를 서귀포시에 있는 국립산림생태관리센터에서 만났다.

“우연찮게 숲해설가가 눈에 들어왔어요. 신년기도회를 마치고 오던 중 숲해설가 모집이라는 플래카드를 보게 되었죠.”

목회자였던 그와 숲의 인연은 그렇게 진행됐다. 제주에 내려오던 그해 3월 숲해설사 과정을 듣게 되고, 제주에 정착한 뒤 자격증을 따낸다. 그의 부인도 그를 따라 숲해설가 자격증을 따면서, 부부는 매일 숲 생활을 한다.

그러고 보면 예전엔 놀이터가 숲이었다. 정동락씨는 어릴 때 놀던 숲을, 은퇴 이후엔 다른 이들에게 숲을 나눠주는 일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숲에서 놀았죠. 숲에서 열매를 따 먹고, 칡을 캐 먹는 등 자연과 더불어 놀았어요. 그런 경험이 은퇴 후에 새로운 직업이 된 겁니다.”

산림이 가득한 우리나라는 숲이 잘 발달돼 있다. 그러나 육지부의 숲과 제주에 있는 숲은 다르다. 제주도는 난대림은 물론, 온대, 한대 등 골고루 분포돼 있다. 접근성도 뛰어나다.

“육지는 숲에 가려면 차를 타고 1시간이나 2시간을 가야 하는데 제주도는 20~3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요.”

그만큼 접근성이 좋기에, 최근엔 숲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숲 여행이 마치 하나의 트랜드와 같다. 그가 탐방객들에게 늘 강조하는 게 있다.

“숲에 있는 식물들은 경쟁하면서 살지만은 않죠. 경쟁을 하면서도 더불어 살아요. 아주 작은 풀에서 저 높은 나무들까지 더불어, 제 역할을 하면서 살잖아요. 숲에서 사랑과 희망을 배울 수 있어요. 숲을 찾는 젊은 세대들에겐 4차혁명이 지닌 ‘창의와 소통’을 들여다보라고 합니다. 아마존이나 구글 사옥을 보세요. 글로벌 회사의 사옥은 녹색의 숲을 보도록 만들어졌어요. 새로운 창의적 생각들이 녹색의 숲에서 나오는 건 아닐까요?”

숲 해설가인 그는 탐방 대상객에 맞춤 해설을 한다. 어린아이들에겐 아이의 시선으로, 어른들에겐 어른에 맞는 해설을, 가족들에겐 또 다른 설명을 해준다.

특히 그는 낮은 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준다. 그가 대표로 있는 와랑와랑숲사회적협동조합은 올해 발달장애 아동과 가족을 위한 일을 벌였다. 숲 나들이를 해본 경험이 없는 발달 장애아동을 숲으로 나오게 만들었다.

“협동조합을 만든 계기는 있습니다. 산림복지는 사실상 취약계층에겐 ‘그림의 떡’이었어요. 숲이 필요한 이들은 몰라서 오지 못하고, 오고 싶어도 데려다주는 사람이 없어서 못 오기도 합니다. 산림청 사업으로 취약계층 대상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어요. 그걸 직접 해보면서 취약계층을 위한 사업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죠.”

그가 느낀 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산림복지 서비스가 너무 취약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었고, 그 협동조합은 발달장애 아동을 비롯한 취약계층에게 직접적인 서비스를 해주려는 의지가 들어 있다. 그렇다면 발달장애 아동들은 숲을 통해 달라졌을까?

“발달장애 아동들을 직접 대해보니 아이들이 너무 다양하다는 걸 알았어요. 숲에 오니 마냥 좋아서 1시간 내내 돌아다니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거북이걸음처럼 천천히 뛰는 애도 있었죠. 3회차를 넘어가면서는 아이들이랑 소통되기 시작했어요. 특수교사도 투입을 했는데, 7회차 숲체험교육 과정을 모두 마친 후 특수교사가 한 말이 참 공감이 되더군요.”

특수교사가 와랑와랑숲사회적협동조합 정동락 대표에게 전해준 말은 뭐였을까.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그는 ‘공감’이라는 단어를 말할까.

“아이들이 어울린다는 겁니다. 협동을 할 줄 알고 기다릴 줄도 알게 됐다고 해요. 학교 교육은 진도나 계획에 의해서 나가기가 타율적인데, 숲에서는 완전 자율이잖아요. 자율적인 수업 활동을 통해서 흥미를 유발시키고, 아이들은 스스로 배워갔던 겁니다. 그게 변화라는 거예요. 특수교사는 그런 변화가 오래간다고 하더군요.”

숲은 아이들을 변하게 만들었다. ‘남’을 모르던 아이들은 ‘남’을 알게 되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방식을 숲에서 확인받았다. 질서를 요구하는 정규 수업에서 이루지 못한 걸 아이들은 해냈다. 아이들은 자율적인 숲 활동을 통해 질서를 찾았다. 숲 활동이 없었더라면 못할 경험을 발달장애 아동들은 해본 셈이다. 그걸 정동락 대표의 와랑와랑숲사회적협동조합이 해냈다.

정동락 대표는 낮은 이들도 숲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꿈을 꾼다. 미디어제주
정동락 대표는 낮은 이들도 숲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꿈을 꾼다. ⓒ미디어제주

그는 또 다른 꿈을 꾼다.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전문적인 산림교육기관이다. 숲속의 유니버셜디자인도 그에겐 관심거리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남쪽에 ‘캠프 어드벤처’가 있고, 거기에 ‘포레스트 타워’가 있어요. 어린이나 노인, 장애인 등 이동이 힘든 이들도 숲을 즐기게 만들었어요. 그런 이들이 제주에서도 마음껏 숲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캠페인을 하려고 해요.”

제주는 뛰어난 경관을 지닌 섬이다. 그런 경관을 세상의 모든 이들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꿈을 꾼다. 그 꿈을 이루는데 든든한 와랑와랑숲사회적협동조합이 있다. 정동락 대표는 협동조합의 구성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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