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논란의 제주 곶자왈 보전 조례, 다시 심사 ... '부결' 가능성도?
논란의 제주 곶자왈 보전 조례, 다시 심사 ... '부결' 가능성도?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9.19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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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21일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 개정안 심사
지난 6월 심사에서 '상위법 위반' 논란 등 갖은 질타 받아
수정 사항 많을 경우 부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할 수도
제주도내 곶자왈. /사진=미디어제주.
제주도내 곶자왈.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가 곶자왈을 좀처 체계적으로 관리 및 보전하겠다면서 내놓았으나 제주도의회에서 퇴짜를 맞았던 ‘제주특별자치도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안’ 개정안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른다. 다만 지난 심사 과정에서 ‘상위법 위반’ 등 많은 지적사항들이 나온 바 있어, 조례안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부터 ‘부결’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21일 열리는 제420회 임시회 제1차 회의에서 제주도가 제출한 ‘제주특별자치도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에 대해 심사할 예정이다.

이번 조례안은  제주도가 도내 곶자왈을 좀더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15년부터 국토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까지 7년에 걸쳐 수행한 ‘제주 곶자왈지대 실태조사 및 보전관리방안 수립 용역’의 내용 일부를 반영했다.

이에 따라 곶자왈의 정의가 기존 조례안보다 보다 명확해졌다.

기존 조례안은 곶자왈의 정의에 대해 ‘제주도 화산활동 중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낸 불규칙한 암괴지대로 숲과 덤불 등 다양한 식생을 이루는 곳’이라고만 돼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기존 정의에 더해 ‘곶자왈의 생성기원에 근거한 화산분화구에서 발원, 연장성을 가진 암괴우세용암류와 이를 포함한 동일기원의 용암류 지역’이라는 말이 추가됐다. 보다 구체적인 정의가 이뤄진 것이다.

아울러 기존 조례안에서는 곶자왈에 대해 ‘보호지역’만 명시를 했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곶자왈의 보전 상태나 식생 상태 등에 따라 곶자왈을 ‘보호지역’과 ‘관리지역’, ‘원형훼손지역’으로 구분했다.

보호지역은 ‘곶자왈 중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지역’이며, 관리지역은 ‘곶자왈 중 보호지역에 준하는 지역으로서 앞으로 보전의 가치가 있는 지역’이다. 또 원형훼손지역은 ‘곶자왈 중 경작, 개발 등 인위적인 행위가 이루어진 지역’을 말한다.

아울러 주민들이 직접 제주도에 토지 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됐다. 이를 통해 곶자왈 지대 토지 소유주들의 재산권 침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는 동시에, 제주도가 곶자왈 경계 설정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제주도내 곶자왈.
제주도내 곶자왈.

하지만 이번 조례안은 제주도의회의 본격적인 심사가 이뤄지기 전부터 신랄한 비판을 받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곶자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그러지 못하다는 질타가 이어졌으며, 특히 ‘상위법’ 위반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

제주도의회에서 이 조례안에 대한 심사가 이뤄지기 이전에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는 이 조례안에서 곶자왈을 ‘보호지역’과 ‘관리지역’, ‘원형훼손지역’ 등으로 나눈 것이 상위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위법인 제주특별법 제343조에는 곶자왈 중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있는 지역을 도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보호지역’과 ‘관리지역’, ‘원형훼손지역’으로 나누고 있다.

이처럼 곶자왈이 세부적으로 나눠진 것에 더해 여기에 따른 행위제한까지 더해진다면 상위법인 제주특별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행위제한 없이 곶자왈을 세분한 것이라면 기존의 ‘보호지역’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법적으로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이외에 토론회에서는 곶자왈에 대한 정밀 조사 내용이 개정안에 포함돼야 하며, 매수청구권의 대상이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질타는 도의회 심사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6월20일 열린 제418회 임시회 환도위 제2차 회의 중 전문위원의 검토과정에서부터 “개정에 앞서 제주특별법과 토지이용규제 기본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대한 종합적인 사전 검토가 먼저 이뤄져야 하나 이 부분에서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토론회에서 지적된 것과 마찬가지로 곶자왈을 세분화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규제나 행위제한, 보호조치 등과 관련된 내용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됐다.

전문위원은 그러면서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신설된 규정 대부분이 상위법령과의 관계 및 내용의 명확성 문제로 효력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집행 시 해석의 논란 등이 우려된다. 개정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지는 의원들의 질의 과정에서도 이 상위법 위반 우려가 지속적인 지적을 받았으며, 아울러 실질적인 곶자왈임에도 불구하고 매수청구 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이 있어, 이런 곳에 대해서는 오히려 조례안이 개발을 부추기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질타도 나왔다.

이와 같은 질타 속에서 결국 해당 조례안은 심사가 보류됐다.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난 시점에 다시 한 번 심사가 열리게 됐다. 하지만 지적받았던 사항들에 대한 수정이 따로 이뤄진 바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지적받은 사항들이 상당히 많아, 다시 심사가 이뤄지더라도 조례안의 내용이 어느 정도 수정돼 가결되는 것이 힘들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부 의원들은 이 조례안을 ‘부결’ 처리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이번 심사와 관련해서는 제주도내 환경단체인 ‘곶자왈사람들’에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곶자왈사람들은 20일 성명을 내고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는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고, 제주도의회에서도 지적됐던 문제점들이 그대로 다시 드러났다”며 “문제가 있다면 바르게 세워야 한다. 이번 심사는 형식적 의례에서 벗어나 전부개정안에 대한 문제들을 해소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조례안과 관련해 다양한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고, 또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이어질 심사에 더욱 많은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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