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제주4.3 왜곡 처벌하자는 특별법 개정, 국회는 다소 부정적
제주4.3 왜곡 처벌하자는 특별법 개정, 국회는 다소 부정적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7.20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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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안위 전문위원실 "입법취지는 타당"
일부 세부적인 내용에선 부정적 입장 보여
한동훈 장관도 지난 14일 "사회적 합의 필요"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4.3희생자 및 유족을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이들을 처벌하기 위한 제주4.3특별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도 이에 대한 의견이 나왔다. 현재 상태에서는 개정을 하기에는 일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최근 제주4.3특별법 개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송재호 의원이 지난 5월 발의한 4.3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입법취지는 타당하다”면서도 개정안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송재호 의원이 발의한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은 제주4.3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희생자 및 유족, 또는 유족회 등 4.3 관련 단체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이에 대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현행 4.3특별법에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희생자 및 유족, 또는 유족회 등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된다”고만 명시돼 있다.

이와 같은 조항이 논란이 된 것은 올해 초 제주를 찾은 국민의힘 태영호 국회의원이 “4.3은 명백히 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며 4.3왜곡 발언을 꺼낸 것이 출발이었다. 여기에 더해 일부 극우 보수 정당과 단체가 4.3희생자 추념식을 앞두고 제주도내 곳곳에 4.3을 왜곡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면서, 이를 처벌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게 일었다.

이와 같은 요구에 발맞춰 이번 개정안의 발의가 이뤄졌다. 4.3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유퍼해 희생자 및 유족, 도는 유족회 등 4.3관련 단체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규정이 더해졌다.

하지만 행안위 전문위원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사실의 왜곡이나 부인을 범죄의 구성요건으로 규정한 입법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왜곡 또는 부인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어떤 행위가 처벌대상이 되는지 알기 어렵다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사적 사건에 대한 주관적 인식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개인의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개정안은 명예 보호의 대상으로 희생자와 유족 및 유족회 등 4.3관련 단체를 명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판례에서는 법인의 명예 주체성은 인정하고 있지만, 법원이 유족회 등의 단체에 대해서는 명예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 유족회 이외에 4.3 관련 단체의 명예훼손에 대해서도 범위가 불명확한 면이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위원은 아울러 역사적 사실에 대한 부정·왜곡 등에 대한 입법적 조치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 사례를 제시하며,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5.18특별법은 기존의 명예훼손 법리에 따라서는 희생자들의 명예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다른 이의 명예를 훼손했는지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보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허위사실 유포가 예술 및 학술, 연구 및 학설 등을 위한 경우일 때는 처벌하지 않는 예외 조항도 있다.

이를 참고해 제주4.3특별법 역시 명예훼손 여부에 상관없이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한편, 지난 14일 제주를 방문한 한동훈 법무부장관 역시 이번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한 장관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법 개정이 필요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어떤 사안에 관한 역사적 평가는 굉장히 다양할 수 있고, 어떤 사안에 대해서 다르게 평가하는 경우 형사처벌까지 가는 것은 굉장히 극단적인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런 식으로 넓혀 가면 우리 역사의 질곡에 걸쳐 여러 가지 역사적인 판단이 이뤄진 많은 사람들과 아픔을 겪었던 사안들이 있는데, 그 하나하나의 사안에 대해 역사적 평가에 반한다는 이유로 형사처벌까지 이어지게 할 경우 나올 수 있는 부작용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점까지 충분히 고려해야 되고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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