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 철새도래지 보전 대책도 없어 ... "타당성 문제"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및 기본계획 내용에 대한 비판의 말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의 조류충돌 위험성 평가가 엉터리로 이뤄졌으며 조류의 서식지 확보를 위한 방안도 타당성이 결여됐고, 법정보호종에 대한 보전 대책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4일 오전 민주노총 제주본부 교육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및 기본계획 내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 전략환경영향평가 조류충돌 위험 평가? 엉터리로 이뤄져
이들은 먼저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의 조류충돌 위험성 평가가 과학적 타당성이 없는 엉터리라고 질타했다.
먼저 2008년부터 2021년까지 14년간 국내 공항에서 항공기 충돌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 종만 이번 평가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포함된 종은 39개 종이다. 하지만 제주 제2공항 계획지구 주변에서 발견되는 새들은 모두 172개 종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 중 133개 종의 조류가 위험성 평가에서 제외된 것이다. 상당히 많은 종의 조류가 위험성 평가에서 제외된 꼴이다.
이들은 또 이번 조류충돌 위험성 평가의 근거가 됐던 지난 14년간의 조류충돌 현황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내 공항 조류충돌 건수는 3031건에 달하지만, 이 중 충돌한 조류의 종이 확인된 것은 12%에 부과한 364건이라는 것이다.
나머지는 어떤 종의 새가 충돌을 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제주 제2공항 주변에서 확인된 172종의 새중에 이전에 항공기 충돌이 있었지만 확인이 안된 종이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변수가 있는 것이다.
또 이번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이전에 항공기 충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피해가 생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몸집이 큰 갈메기나 왜가리 등의 심각성 정도가 전혀 없을 것으로 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몸집이 큰 새의 경우 항공기 엔진 등 주요 부위에 충돌해 항공기에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가능성이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는 논리적으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일으킨 것이다. 이용객들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부분에서 오류가 그대로 드러나는 논리를 적용해 '문제가 없다'며 넘긴 꼴이다.
비상도민회의는 이런 점을 들며 "빈약한 통계 수치를 토대로 제2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성 및 심각성을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질타를 내놓고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검토 작업을 한 국립생물자원관도 이와 관련해 "심각성 평가는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규모 상황이 아닌 그 지역에 서식하는 종의 특징인 조류 몸크기 및 군집 크기 등을 고려해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의 피해 상황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피해 정도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인들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그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안전과 관련해 구멍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조류충돌과 관련한 전문가들의 자문 의견도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2공항의 조류충돌 안전성 평가가 문자 그대로 '대충' 이뤄졌다는 비판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항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철새도래지 ... 보전 대책은 전무?
아울러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조류서식지 보호 대책과 관련해 육상 조류의 서식지 확보 대책만 제시돼 있다. 제2공항 예정지 8km 이내에 있는 해안가의 철새도래지에 대해서는 항공기 안전 확보 대책만 있을 뿐, 서식지 보전 대책은 없다.
특히 제주 동쪽 해안가의 철새도래지에 '저어새' 등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 찾아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철새도래지 보전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제2공항의 건설은 국제 멸종위기종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게 된다.
비상도민회의는 이와 관련 "조류충돌 위험성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도 없이 계획지구로부터 8km 이내에 있는 다수의 철새도래지들을 그대로 둔 채 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것은 항공안전 측면에서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며 "현행법 위반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비상도민의회의는 아울러 "육상조류의 대체 서식지 확보 방안도 타당성이 없다"고 질타했다.
이외에도 국토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해 법정보호종과 관련해 대부분 영향이 크지 않아 저감방안을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조류에 대한 조사와 항공기 충돌 위험성 평가를 제대로 하면 할수록 공항 입지 타당성이 부정되니, 이를 그냥 넘겨버린 것"이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