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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기암절벽 '톨칸이', 갑자기 켜진 조명에 도로 확·포장까지?
우도 기암절벽 '톨칸이', 갑자기 켜진 조명에 도로 확·포장까지?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2.03.25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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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섬 속의 섬 우도의 '톨칸이' 최근 일부 조명시설 켜져
마을회서 관광활성화 목적 ... 일부 마을 주민 "환경훼손 우려"
일부 전문가 "빛공해로 봐야 ... 장기적으로 악영향 미칠 것"
우도 천진항 인근 톨칸이 해안절벽에 강한 조명이 비춰지고 있다. 해당 조명은 2012년에 설치된 것으로 수년간 고장난 상태로 방치되다 최근에 수리된 후 다시 작동을 시작했다.
우도 천진항 인근 톨칸이 해안절벽에 강한 조명이 비춰지고 있다. 해당 조명은 2012년에 설치된 것으로 수년간 고장난 상태로 방치되다 최근에 수리된 후 다시 작동을 시작했다.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우도에서 최근 테마파크 형태의 리조트가 문을 연 가운데 그 일대를 중심으로 조명 장비 설치 및 도로 확·포장 등 개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개발 움직임이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인근의 기암절벽 해안인 ‘톨칸이’를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일부 주민의 반발이 일어나는 등 경관 및 환경훼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제주시 우도면사무소 및 일부 우도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우도 천진항에서 동쪽으로 약 7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톨칸이 해안절벽을 비추는 조명 장비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톨칸이는 해안절벽이 소의 여물통처럼 움푹 들어간 모양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화산재가 굳어진 응회암으로 구성돼 있어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여기에 설치된 조명 장비는 2012년도에 천진리마을회 및 주민자치위위원회 등에서 주도해서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톨칸이 해안절벽에서 우도봉을 넘어가면 나오는 검멀레 해안에도 같은 조명 장비가 설치됐다.

당시 이 조명장비들이 설치된 이유는 ‘야간관광활성화’였다. 하지만 이런 목적에 무색하게, 이 장비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고장났고 그 후로 수년 동안 방치되다시피 했다.

그러던 것이 톨칸이 조명 장비만 최근에 다시 켜졌다. 우도면 관계자에 따르면 톨칸이 해안 절벽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들어선 훈데르트바서 파크 엔 리조트가 최근 개장하면서 이에 맞춰 천진리마을회 등에서 조명을 다시 수리, 야간에 작동시키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도 천진항 인근 톨칸이 해안절벽에 강한 조명이 비춰지고 있다. 해당 조명은 2012년에 설치된 것으로 수년간 고장난 상태로 방치되다 최근에 수리된 후 다시 작동을 시작했다.
우도 천진항 인근 톨칸이 해안절벽에 강한 조명이 비춰지고 있다. 해당 조명은 2012년에 설치된 것으로 수년간 고장난 상태로 방치되다 최근에 수리된 후 다시 작동을 시작했다.

문제는 조명의 밝기였다. 톨칸이 해안절벽 위에 설치된 조명은 절벽 건너편인 우도봉 기슭에서도 눈이 부실 정도로 밝게 보이는 수준이었다. 그 아래 절벽은 물론 바다 위까지 조명 빛으로 밝혀졌다.

일부 마을 주민들이 이에 대해 “지나치게 밝은 조명이 주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낼 정도였다.

전문가 역시 이와 같은 마을주민들의 우려에 동의했다. 최근 제주도의 조명환경관리구역 지정 관련 용역을 맡았던 연구기관인 한국조명ICT연구원 관계자는 톨칸이 해안절벽 조명을 촬영한 사진을 보고 “사진만으로는 조명의 밝기 등에 대해서 정확하게 확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빛공해가 있다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고시된 제주도의 조명환경관리구역 지정안에 따르면 도내 보전지역과 생산·계획지역에서의 가로등 및 공원등 등 일반적인 야외조명의 경우 10lx 이하의 밝기를 유지해야 한다.

톨칸이 해안절벽 조명이 설치된 곳은 생산·계획지역이고 조명이 비추는 곳은 보전지역이다. 따라서 해당 조명은 10lx 이하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사무실 등에서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빛의 강도가 300~500lx임을 감안할 때 10lx는 상당히 낮은 수준의 밝기다.

연구원 관계자는 “10lx의 밝기보다는 더욱 밝아보인다”며 “이와 같은 빛이 지속될 경우 식물이 성장이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등 식물의 성장에 영향을 미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바다에 사는 해양생물들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일부 해양생물의 경우 인공적인 빛으로 인해 이동에 방해를 받을 수 있고 심할 경우 번식활동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와 같은 빛에 대한 영향은 단기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시간이 걸리는 편"이라며 "그렇지만 분명히 영향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런 지적에 대해 우도면에서는 조명의 밝기를 낮추도록 조취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우도면 관계자는 “마을회 측과 협의를 해 조명 중 일부를 끄는 방향으로 하겠다”며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조명의 밝기가 문제가 된다면 조명을 철거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우도 천진항 인근 톨칸이 해안절벽에 설치된 조명의 빛이 우도봉 기슭에서도 밝게 보이고 있다. 해당 조명은 2012년에 설치된 것으로 수년간 고장난 상태로 방치되다 최근에 수리된 후 다시 작동을 시작했다.
우도 천진항 인근 톨칸이 해안절벽에 설치된 조명의 빛이 우도봉 기슭에서도 밝게 보이고 있다. 해당 조명은 2012년에 설치된 것으로 수년간 고장난 상태로 방치되다 최근에 수리된 후 다시 작동을 시작했다.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훈데르트바서 파크 엔 리조트가 개장하기 직전에는 리조트 아래로 지나가는 시멘트 포장 도로를 마을회 차원에서 확·포장하려는 움직임이 있기도 했다.

문제는 해당 도로의 한가운데  ‘우도 지석묘’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었다. 지석묘는 일종의 ‘고인돌’로 제주에 모두 150여기가 분포해 있다. 한반도 본토의 고인돌과는 달리 축조시기가 늦고 형태도 특이하면서 재료 역시 모두 현무암으로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제주의 선사시대와 관련된 중요 자원으로 여겨지고 있다.

마을회에서는 도로 확·포장 공사를 하면서 이 지석묘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부 마을 주민들은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지석묘를 무리하게 옮기면서까지 도로 공사를 해야하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도로 확·포장을 추진했던 마을회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지석묘의 본래 위치도 현재 도로의 한가운데가 아니었다”며 “지석묘를 원래 위치로 옮기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석묘가 비지정문화재이긴 하지만 매장문화재 취급을 받기 때문에 도로공사를 위해서는 문화재형상변경 절차를 거치는 등 제주시의 승인이 필요해 결국 마을회에서 도로 확·포장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진항에서 톨칸이 해안절벽으로 가는 길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우도 지석묘.
천진항에서 톨칸이 해안절벽으로 가는 길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우도 지석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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