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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제주국제자유도시, 막연한 ‘낙수효과’ 기대”
강우일 주교 “제주국제자유도시, 막연한 ‘낙수효과’ 기대”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1.11.27 15:4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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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열린 ‘2021 국회포럼’ 기조강연에서 ‘에코 아일랜드 제주’ 비전 제안
‘‘제주국제자유도시 발전모델’의 구조적 한계’ 등 주제발표와 토론 이어져
강우일 주교가 제주의 새로운 비전으로 ‘에코 아일랜드 제주’를 주창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강우일 주교가 제주교구장 퇴임 감사미사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미디어제주
강우일 주교가 제주의 새로운 비전으로 ‘에코 아일랜드 제주’를 주창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강우일 주교가 제주교구장 퇴임 감사미사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천주교 제주교구장을 지냈던 강우일 주교가 제주의 생태와 자연을 살려내는 ‘에코 아일랜드 제주’의 비전을 새롭게 설정할 것을 주창하고 나섰다.

강우일 주교는 27일 (사)제주바람(대표 박선후)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1 국회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이같은 제안을 내놨다.

강 주교는 ‘제주도개발특별법 30주년, 국제자유도시를 성찰하다’라는 이날 포럼의 주제와 관련해 “‘제주국제자유도시’라는 비전은 1970년대 이후 등장한 신자유주의 경제관에 입각해 개발과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만들어진 개념”이라는 얘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시장의 활력을 위축시키는 모든 종류의 규제와 제도를 폐기함으로써 경제가 활발히 성장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이론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낙후된 제주의 경제를 살리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제주도 밖의 국내외 자본이 자유롭게 제주도 안으로 투입되고 다양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써 제주도가 거름 냄새나는 시골 농촌에서 활력 넘치는 국제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초보적인 꿈을 표현한 것이 제주국제자유도시”라는 진단을 내렸다.

특히 그는 “제주에 다양한 국제자본이 유치되고 곳곳에 리조트와 관광지가 개발되면 엄청난 재화가 제주 시장에 흘러들어오고, 그러면 도민 전체가 거기서 떨어지는 낙수효과를 상당히 누릴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담은 개념”이라며 제주국제자유도시가 더 이상 제주에 맞는 비전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1991년 제정된 제주도개발특별법이 제주 지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의 법률사항을 규정, 제주에서 마치 헌법과도 같은 힘을 발휘하면서 제주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대부분의 개발사업들이 이 제주특별법을 근거로 허가된 사안들이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2002년 특별법 개정을 통해 제주국제자유도시가 제주의 비전으로 공식화되고,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후에도 해안 지역에서부터 중산간, 한라산에 이르기까지 난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면서 JDC가 무리하게 추진하다 좌초된 예래 휴양형주거단지 개발사업과 영리병원 등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가 줄줄이 좌초되는 과정에서 제주의 중산간 자연 녹지와 곶자왈이 광범위하게 훼손된 데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특히 강 주교는 “30년 전 청년 양용찬 열사가 목숨을 불사르며 경고한 제주 생태계의 파괴가 그가 우려한 이상으로 진행됐다”면서 “이같은 외부 자본 유입은 제주 전역에 부동산 투기를 야기하고, 도민들은 자기 집을 마련할 수도 없을 정도로 땅값이 상승하면서 도민 삶의 질은 악화돼 왔다”고 지적, 당초 정부와 제주도가 기대했던 ‘낙수효과’가 실제로는 허상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자신이 제주교구로 부임하면서 제주에 온 후 20년 동안 새로 생긴 연북로, 애조로, 번영로 등 왕복 4차선 간선도로 외에도 해안도로가 확장되거나 신설된 도로가 많다는 점을 들기도 했다.

그는 “도로 신설과 확장이 이뤄질 때마다 엄청난 면적의 숲과 모래사장이 사라지고 나무에 대한 학살이 이뤄졌다”면서 “몇 십년씩 자란 아름드리 나무들이 헤아릴 수 없이 찍혀나가 산더미를 이루고 있는 모습에 나무들의 시체더미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는 소회를 피력했다.

특히 그는 포화 상태인 쓰레기처리장과 하수처리장으로 생활하수와 축산단지에서 흘려보내는 오폐수가 정화되지 못한 채 바다로 계속 흘러들어 제주의 연안 바다가 백화현상으로 다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제주의 생태계가 수용 가능한 범위를 훨씬 초과하는 개발과 소비로 멍들어가고 있다”면서 “지하수 오염이 제주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제주도에 방문객을 두 배 이상 더 유치하기 위해 새 국제공항을 건설하겠다는 발상은 제주도를 오염도로 만들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제2공항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지난 11월 초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린 영국 글래스고에서 10만명의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세계 정상들에게 과감한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한 데 주목, “기후 변화라는 말이 기후위기로, 그리고 기후 재앙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이제 우리는 지난 30년 동안 제주를 훼손해 온 ‘제주국제자유도시’라는 개발 중심의 미성숙한 환상을 떨쳐버리고 제주의 생태와 자연을 살려내는 ‘에코아일랜드 제주’의 비전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강 주교의 기조강연에 이어 조성찬 박사(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장)의 ‘공유자원 사유화에 기댄 ‘제주국제자유도시 발전모델’의 구조적 한계’, 이서현 교수(제주대 언론홍보학과)의 ‘제주언론에 나타난 ‘제주국제자유도시’ 의제’, 서영표 교수(제주대 사회학과)와 장훈교 박사(가톨릭대 사회학과 강사)의 ‘제주국제자유도시의 현재와 미래 - 비판적 평가’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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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오름 2021-11-30 01:15:14
성당이 몰려 있는 서쪽에 짓는건 찬성이라는게 공공연한 비밀.
종교인도 신도리에 몰려 있는 기획부동산과 무엇이 다른가? 땅 투기를 명하신 주님.

제주사랑 2021-11-27 17:42:22
종교인이 정치를 하네요 망조가 들었네요 종교를 입문한 이유가 고작 정치를 할려고 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