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지사 “통한의 70년, 가족 품에 안기는 희생자 영전에 애도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주공항 집단 학살터에서 발견된 유해 29구의 신원이 확인돼 70년만에 유가족들에게 인도됐다.
최근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신원이 최종 확인된 29구의 유해는 1949년 군법회의 사형수 21명, 1950년 삼면예비검속 희생자 7명, 기타 1명 등으로 확인됐다.
제주4.3평화재단은 22일 4.3평화공원 교육센터에서 4.3희생자 유해발굴 신원 확인 보고회를 개최했다.
보고회에는 원희룡 지사를 비롯해 오임종 4.3희생자유족회 회장대행,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이숭덕 서울대 법의학연구소 교수, 허창옥 제주도의회 부의장, 강성균 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 정민구 4.3특별위원회 위원장, 유가족 대표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보고회는 유해 운구와 영상 상영에 이어 이숭덕 교수의 브리핑, 분향 및 헌화, 유해 유가족 상봉, 추도사 등 순으로 진행됐다.
원희룡 지사는 추도사에서 “통한의 70년을 뒤로 하고 가족 품에 안기시는 희생자 영전에 머리 숙여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부모와 형제를 가슴에 묻고 인고의 시간을 견뎌 오신 유족 한 분, 한 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
이어 원 지사는 “4.3의 완전한 해결과 세계 평화의 중심으로 제주가 앞서가는 그날까지 영령들께서 함께해 주시기를 믿는다”면서 “가족 품에서 평안히 안식하기를 바란다”는 말로 추도사를 마쳤다.
이숭덕 교수는 이번 희생자들의 유해 신원 확인 과정에 대해 “기존 유전자 검사 방법은 유해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확인이 매우 어려웠지만, 새로운 검사방법인 SNP 검사를 통해 더 많은 신원 확인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SNP(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단일 염기 다형성 검사) 검사의 경우 169개 마커를 비교함으로써 기존 STR(Short Tandem Repeat‧보통염색체 또는 성염색체 검사) 방식보다 식별률이 2.5배 가량 높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었다.
오임종 유족회 회장대행은 “정부의 예산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아 유해가 가족들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며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4.3 특별법이 하루빨리 시행돼 최소한의 도리와 배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도 “정부와 제주도 당국간 협의를 통해 단 1구도 놓치지 않기 위해 유해 발굴과 신원확인 작업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피력했다.
한편 이들 희생자 유해는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제주국제공항 남북활주로 서북쪽과 동북쪽에서 발굴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로써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제주국제공항 등지에서 발굴된 404구의 유해 중 121구가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