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16:13 (금)
“건축물을 살리면 뭐 하나요. 출입도 막아버리는데”
“건축물을 살리면 뭐 하나요. 출입도 막아버리는데”
  • 김형훈
  • 승인 2018.07.13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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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을 다시 생각하다] <6> 굳게 닫힌 고씨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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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언론의 힘으로 살려낸 도시재생 모범 사례
행정은 복원이후 문 잠그고 활용할 생각 하지 않아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사라지는 건 순식간이다. 그렇게 사라진 건 되살릴 수 없다. 되살려봐야 종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특히 건축물이 그렇다. 건축물은 인간을 담는 그릇으로, 그 속에 담긴 인간의 모습을 닮았다. 우리가 건축물을 놓고 추억을 말하고, 건축물을 보면서 건축가를 기억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인간의 냄새가 거기서 풍기기 때문이다.

탐라문화광장에 문화를 입힌 첫 건축물은 고씨주택이다. 그렇다면 제 기능은 하고 있을까. 지난 기획을 통해 자치경찰 치안센터가 고씨주택을 가로막으면서 흉물로 변질됐다고 지적은 했다. 고씨주택 바로 앞에 치안센터를 놓는 행태는, 그런 행위를 하는 이들의 문화수준을 보여준다. 사라질 순간에 놓인 고씨주택을 살려놓았더니, 해놓은 행위는 고씨주택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몸부림처럼 읽힌다.

고씨주택은 시민단체의 힘이 작동한 결과물이다. 지난 2014년 봄부터 고씨주택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더해졌다. 이 건축물을 살려낸 이들은 김건축의 김석윤 대표와 사단법인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 고영림 회장이다. 여기에 <미디어제주>도 힘을 보탰다. 행정에서 부술 계획이던 건축물 하나가 언론-개인-시민단체의 힘으로 살아난 의미 있는 사례였다.

미디어제주는 2014년 시민단체의 제보를 바탕으로 고씨주택 보존에 대한 글을 써내려갔고, 사단법인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는 옛길탐험 등을 하며 고씨주택을 알려갔다. 그해 6.4 지방선거를 통해 원희룡 도정이 들어서면서 인수위원회에 고씨주택 관련 민원이 제기됐고, 건축물을 보존하겠다는 결정을 얻어냈다.

문제는 그 후에 발생했다. 살려두기는 했으나 활용이 되지 않고 있다. 복원 과정에서도 아예 새로운 건물로 만들어버리는 등 원형을 파괴시켰다. 성형미인은 이런 때 쓰라고 하는 말인 듯하다.

굳게 닫힌 고씨주택. 미디어제주
굳게 닫힌 고씨주택. ⓒ미디어제주

성형을 한 고씨주택은 현재는 굳게 닫혀 있다. 수많은 예산을 투입했다면 활용이 돼야 하지만 자물쇠로 걸어잠겨 있다.

고씨주택을 살려낸 이들은 지금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까.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 고영림 회장을 만났다. 그는 활용을 하지 못하는 현상을 보며 ‘직무유기’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어이없고 황당할 뿐이다. 제대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길래 10쪽이 넘는 의견서를 만들어 제출했으나 반응은 없었다. 시민의 힘으로 지켜냈으면 잘 보수하고, 그 이야기를 도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 아닌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고씨주택은 20세기초 건축물의 한 단면이다. 충분히 교육장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고영림 회장은 “4년간 활용을 하지 못했다면 직무유기다”고 전했다.

고씨주택은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 방치되고 있다. 잡풀이 자라고, 뜰에 있는 나무도 말라죽고 있다. 미디어제주
고씨주택은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 방치되고 있다. 잡풀이 자라고, 뜰에 있는 나무도 말라죽고 있다. ⓒ미디어제주

굳게 잠겨 있는 고씨주택. 뜰에 심어진 나무는 차츰 말라죽고 있다. 마당엔 잡초가 자라고 있다. 고씨주택은 시민단체의 문제제기로 시작된 도시재생의 좋은 사례이다. 그럼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직무유기가 아닌다.

제주도는 이에 대해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로 넘겨 관리를 맡긴다는 구상이다. 센터가 맡게 된다면 굳게 닫힌 문이 열리고 활성화가 될 수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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