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19 18:08 (화)
지역주민 행사는 안되고, 외부행사는 “어서오세요”
지역주민 행사는 안되고, 외부행사는 “어서오세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07.26 1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시재생을 다시 생각하다] <8> 꽉 막힌 산지천갤러리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내가 왜 그랬을까. 산지천갤러리를 볼 때마다 드는 느낌이다. 이유를 설명하자면 길어진다.

3년 전인 2015년이다. 한창 탐라문화광장을 조성한다면서 건축물을 마구잡이로 헐어낼 때였다. 주변은 어지러웠다. 당연했다. 탐라문화광장 일대는 늘 공사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위안을 삼은 건 고씨주택이 곁에 있어서다. 고씨주택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처음으로 냈고, 시민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고씨주택을 철거 위기에서 구했다. 그런 경험은 개인적으로 무척 뜻깊었다. 그걸로 끝내려고 했으나 도시재생이 기자를 다시 불러냈다. 도시재생이 기자에게 말을 건건 고씨주택을 홀로 놔두지 말라는 주문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당시 탐라문화광장을 추진하던 행정은 고씨주택을 홀로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헐 계획이었다. 생각해보니, 과연 건물 하나만 당랑 남기는 게 도시재생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건 금성장이라는 기다란 굴뚝이었다. 그랬다. 굴뚝을 남긴다면 제주 도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글을 썼다. 도시재생의 중요성과 건축물의 중요성을. 마침 제주도정이 화답을 했다. 굴뚝은 살아났고, 이웃한 건물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됐다.

탐라문화광장 활성화 토론회는 건물 취지 맞지 않다고 거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행사는 그대로 수용하는 등 대조 이뤄

“주민 이야기 듣고,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도록 해야 활성화”

텅빈 산지천갤러리 1층 내부. 미디어제주
텅빈 산지천갤러리 1층 내부. ⓒ미디어제주

산지천갤러리는 그렇게 탄생된 건축물이다. 개인적으로 무척 의미가 남다르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탄생한 산지천갤러리가 죽어가고 있다.

산지천갤러리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의욕을 가지고 운영을 하고 있다.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 2017년 12월 8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산지천갤러리는 사진으로 특화된 갤러리로 거듭나며 신선함을 불러일으켰다.

리모델링 과정은 쉽지 않았다. 두 개 건물은 하나로 합쳐졌고, 내부엔 굴뚝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좀체 만나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이곳 갤러리에서 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문을 연지 9개월이다. 지금은 어떤가. 산지천갤러리는 썰렁하다. 충분히 사람을 모을 수 있는 갤러리인데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산지천갤러리는 마치 “독야청청하리라”고 외치는 소나무를 닮았다. 갤러리는 사람이 오고가야 호흡을 하게 된다. 사람이 오가지 않는 갤러리는 아무리 ‘독야청청’을 외쳐봐야 끝이다. 가치가 없다는 말이다.

독야청청만 외치던 산지천갤러리는 시민들의 요구에도 화답을 하지 않았다. 지난 6월 5일 탐라문화광장 활성화를 위해 시민들이 산지천갤러리에서 토론회를 열려고 했으나 거부를 당했다. 제주도청 문화정책과가 건축물 취지에 맞지 않다는 답변을 했기 때문이다. 산지천갤러리가 탐라문화광장에 속해 있음에도 행정은 시민들의 요구를 묵살시켰다. 결국 시민들은 다른 곳에서 토론회를 진행해야 했다.

산지천갤러리는 탐라문화광장 중심축에 있다. 빨간 원이 산지천갤러리다. 하지만 시민들을 받아들이는데 인색하다. 미디어제주
산지천갤러리는 탐라문화광장 중심축에 있다. 빨간 원이 산지천갤러리다. 하지만 시민들을 받아들이는데 인색하다. ⓒ미디어제주

그로부터 한 달 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7월 5일부터 8일까지 ‘리노베이션 스쿨 인 제주’라는 행사를 연다. 그 행사는 산지천갤러리에서 열렸다.

어느 행사가 더 산지천갤러리에 맞을까. 창조경제혁신센터 주관으로 열린 행사가 더 산지천갤리러에 맞는 내용이라면 산지천갤러리는 일반 시민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 그야말로 ‘독야청청’ 혹은 ‘고고함’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 그러면 답은 뻔하다. 제주도민과 이 지역의 주민들과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뜻이다. 애써 혈세를 투입해 리모델링을 하며 만들어둔 건축물에 소프트웨어를 장착하지 않으니 독야청청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쯤 되면 우린 산지천갤러리를 살리는 답을 찾게 된다. 산지천갤러리에 흥이 없는 이유는 시민을 배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시민들이 와서 토론을 하고, 얘기를 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시민들에게 물어보고, 주민들에게 물어보라. 당신들이 산지천갤러리에서 하고 싶은 행사는 무엇인지. 그렇게 시민들에게 묻게 된다면 활성화를 해보려고 ‘위탁’이라는 카드를 꺼내지 않아도 된다. 제발 시민들을 바라보고, 시민들에게 장소를 줘라. 거기서 도시재생의 답이 나오게 마련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