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이 감지되면 안전한 거리 확보가 우선
위험이 감지되면 안전한 거리 확보가 우선
  • 문영찬
  • 승인 2018.07.02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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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찬의 무술 이야기] <34> 영화와 현실

예전 군생활 시절 종합전술 훈련을 나가면 산속에서 길게는 한달여간을 생활하기도 했다. 야간을 틈타 하루 40km, 많게는 60Km 넘게 걸어서 이동한 후 작전을 수행했다. 군사용 작전 지도에 의지한 채 다음 작전지역을 찾아가다 간혹 길을 잃어버릴 때가 있었다. 이때 고립되어 있을 수 있다는 공포감에 시야와 판단력이 흐려져 산속을 이리저리 헤매기도 했다. 그러다 묘지라도 만나면 그리 반가울 수가 없었다. 묘지가 있다는 것은 사람이 다니는 곳이라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사람의 흔적이 제일 반가웠다. 좀비물 영화나 재난영화 속에 나오는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은 느낌처럼 말이다.

나는 공포영화를 좋아한다. 영상에서 보여주는 긴장감과 소리에서 전해오며 심장을 오그라들게 만드는 그 긴박감에 묘한 쾌감을 느끼곤 한다.

공포물은 대체로 다 좋아하지만 사람에 의해 표현되는 심리적인 공포물을 특히 좋아한다. 잔인한 고어물은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가장 무서운 장르를 뽑으라 한다면 그 어떤 공포물보다 무서운 것은 사람에 의해 표현되는 공포물이다.

사람은 제일 반가운 존재이면서 가장 무서운 존재이기도 하다. 여성을 죽이겠다는 협박성 쪽지가 발견되어 경찰이 순찰을 강화하고 여성들과 아이들이 안전한 귀가를 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는 메시지가 전달이 됐다.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일어났다.

최근 제주에서 발견된 협박성 쪽지.
최근 제주에서 발견된 협박성 쪽지.

자신보다 약자를 대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는 협박이라니. 단순하게 바라볼게 아닌 엄연한 폭력이다. 찾아내서 맞서 싸울 것인가? 아니면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고 피할 것인가? 점점 무섭고 잔인한 세상이 되어가는 듯하다.

나는 동부경찰서에서 현역 경찰들을 대상으로 아이키도를 지도하고 있다. 경찰들끼리 서로 파트너가 되어 훈련을 하는데 경찰조차도 제대로 된 공격의 방법과 안전한 거리 확보 등을 모르고 훈련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결국은 자기들끼리 힘싸움이 되어 기술이 안된다며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가장 완벽한 제압은 나도 상대도 다치지 않게 제압하는 것이며, 그게 여의치 않을 경우 나의 안전을 지키며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다. 이도저도 안되면 나의 부상은 최소화 시키며 상대를 제압해야 한다. 안전한 거리와 위치 확보가 안된 상태에선 이도저도 안되는 위험한 상황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이키도의 기술은 위험을 탐지하고 그 위험과의 거리 및 위치 확보가 최우선이며 그 다음 기술이 펼쳐지기에 서로 안전한 훈련을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런 기술이야 말로 실전에 가장 유용한 기술일 것이다.

그렇다면 불특정 다수에게 살인의 위협을 가하는 폭력은 어떻게 대처해야 현명한 것일까? 일단 사람이 많은 곳으로 이동을 해야 하며 위험이 감지되면 그 자리를 피하는 게 현명한 행동이다. 그마저 여의치 않다면 지인에게 도움을 청해 혼자 남는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범인은 경찰에 잡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경찰 스스로는 자신의 안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설마 나에게 저런 일이 일어나겠냐는 안일한 생각이 나와 내 가족에게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을 자초할 수 있기 때문에.

 

문영찬의 무술 이야기

문영찬 칼럼니스트

(사)대한합기도회 제주도지부장
제주오승도장 도장장
아이키도 국제 4단
고류 검술 교사 면허 소지 (천진정전 향취신도류_텐신쇼덴 가토리신토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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