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나무를 태우며
-한미FTA 협상냉용 규탄집회에 부쳐- 김경훈
-한미FTA 협상냉용 규탄집회에 부쳐- 김경훈
한때 대학나무로 불리던 나무
뼈가 부서지게 밭에 몸을 매단 채 일하던
숙명처럼 목숨보다 더 중했던 나무
오늘 그 나무가 불에 탄다
저 불을 보아라
저 생명이 타는 혼불을 보아라
저 불타는 나무의 소리를 들어라
저 온 몸 불타는 나무의 처절한 절규를 들어라
나의 마음이 타들어간다
나의 온 몸 생살이 타들어간다
폐원이다 폐작이다 폐농이다 폐허다
그러나 희망이 끊긴 곳에서 분노가 소생한다
절망이 아니라 싸움이다
간벌과 전정과 농약과 비료와 거름도 모두 싸움이다
감자와 마늘과 당근과 양파와 양배추도 모두 같이 어깨를 건다
오늘 우리의 분노가 햇불처럼 타올라
마침내 오름마다 활화산 같은 폭발이 된다
우리들의 피끊은 함성이
한라의 메아리로 바다를 건너
청와대를 거쳐 미국땅까지 울려 퍼져
다시 우리들의 땅에서
희망의 땀방울을 노래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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