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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남동 1038번지의 비극… 70년 만에 반복되나
도남동 1038번지의 비극… 70년 만에 반복되나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7.03.27 15:0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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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남동 주민이 말하는 시민복지타운의 '아픈' 역사
"돈을 더 달라는 것도 아니고 약속을 지키라는 것뿐"
지난 24일 도남동 출신이자 2대 및 5대 마을회장을 역임한 고수준씨를 만났다. ⓒ미디어제주

내가 가진 땅에서 내 집을 짓고 사는 것. 어찌 보면 남들에겐 당연한 일이다. 그 당연한 일을 70년 동안 가슴에만 묻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4.3 사건 때 순경들이 마을 사람들한테 집 밖으로 다 나오라고 했어. 마을에 너른 마당이 있었는데 거기에 다 모아놓고는 집집마다 불을 질렀어. 무장대가 숨어 있을까 해서 찾아내려고. 그 때 숟가락이며, 가구는 말할 것도 없고, 집도 싹 다 타버려서 도남 사람들 완전히 알거지 되어부렀지.”

 

제주 도남리(지금 도남동)에서 나고 자란 고수준(75)씨는 6세 때 일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아픈 기억은 6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8년 제주4.3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이 무장대를 토벌하겠다며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도남리 마을 전체가 불에 탔다.

 

당시 전 가구가 소실된 도남리 위치가 도남동 1038번지, 바로 시민복지타운이다. 하루아침에 집이며 집기를 잃어버린 마을 주민들은 오현초급중학교(지금의 오현고등학교)에서 주먹밥을 먹으며 지냈다고 한다. 이후 마을 사람들이 정착을 한 곳이 지금 살고 있는 도남동 아래 지역이다.

도남동 공원엔 제주4.3 희생자 위령 조형탑이 설치됐다. ⓒ미디어제주

“살 집이 없어졌으니 여기 남의 땅에 들어와서 땅 주인에게 보리나 조로 삯을 주며 움막을 치고 살았지. 그렇게 내 땅에서 내쫓겨서 살다가 다시 돌아가지도 못했어. 그린벨트에 묶여서 집을 못 짓게 하더라고.”

 

도남리 주민들의 집을 되찾겠다는 희망은 1970년대에 들어서 꺾였다. 정부가 그린벨트(녹지를 보존하기 위해 지정하는 개발제한구역) 지역으로 지정한 곳 중 도남동이 포함된 것이다. 억울한 심정에 고 씨와 주민 몇몇은 그린벨트 해제를 요구하기 위해 대책위원회를 꾸려 활동하기도 했다.

 

2001년 마침내 도남동 일대 그린벨트 지정이 해제됐다. 하지만 도남리 주민들은 또 한 번 좌절했다. 제주시가 이 일대를 행정타운으로 조성하겠다며 토지를 매입하려 한 것이다. 주민들의 반발은 거셀 수밖에 없었다. 고 씨는 “제주시 공무원이 ‘돈(토지수용 보상금) 안 받아 가면 국고로 귀속된다’며 주민들을 협박하기도 했다”며 “공갈쳐서 땅을 빼앗은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은 토지 보상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매매기준가를 감정할 당시 시민복지타운 부지가 그린벨트 지정구역이었기 때문이다. 고 씨는 “평당 4~50만 원으로 책정했는데 주변 지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며 “정작 토지주들 피눈물 나게 했던 담당 공무원은 제주시 재정 개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상까지 받더라”고 억울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제주시 도남동 1038번지에 위치한 시민복지타운 전경. 고수준씨가 살던 집은 사진 왼편 트럭이 주차된 부근이다. ⓒ미디어제주

도남리 주민들이 원한 건 대단한 게 아니었다. 그저 조상 대대로 살아왔던 땅에서 예전처럼 살 수 있기를 바랐다. 70년 전의 아픔을 위로하며 자신들의 땅에서 자신들의 집을 지어 모여 사는 것이다. 하지만 제주 시민이 이용하는 행정기관을 짓는다고 하니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내놓았다. 조상에게 죄송한 마음, 내 땅을 빼앗겼다는 분함 등 모든 억울함을 ‘공익’을 위해 삭혔다.

 

최근 제주특별자치도가 시청사 부지에 ‘행복주택'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주민들의 분노는 임계 치에 이르렀다. 행복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도남동 주민들은 지난 23일 ‘시민복지타운임대주택반대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결성했다.

 

“세상에 이렇게까지 주민들 마음을 짓밟을 수 있나? 처음에 가슴 아프게 하고 땅 빼앗았으면 처음 약속대로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시청을 짓든 행정시설을 짓든 해야지. 근데 이제 와서 임대주택을 짓는다니? 내가 이 생각만 하면 분해서...”

 

‘내 집도 못 짓는 땅에 남의 집을 짓는다’는 사실이 그의 마음을 더욱 쓰리게 한 걸까. 고 씨는 시민복지타운 내 임대주택 건립 계획에 대한 심경을 이야기하다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고 씨는 "돈을 더 달라는 것도 아니고 행정이 하는 일에 무조건 반대하려는 것도 아니"라며 "처음에 우리한테 얘기했던대로 목적에 맞게 부지를 활용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남 마을 주민들은 또다시 남들에겐 당연하지만 그들에겐 어려운 바람을 가지게 됐다. 70년 전엔 '내 땅에서 내 집 짓고 살기'를 꿈꿨고, 이젠 '도정이 약속 지키기'를 바라고 있다. 고 씨를 비롯한 도남리 주민들은 이제 70세가 훌쩍 넘었다. 70년 동안 주민들의 원과 한을 품어온 '도남동 1038번지'. 대규모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그 땅이 가진 아픔과 서러움을 덜어줄 수 있을까.

 

인터뷰가 끝나고 고 씨가 한순간도 잊지 못했던 그 땅을 다시 찾았다. 그는 어린 시절 살던 집이 있었던 곳을 가리키며 혼잣말을 했다.

 

“여섯 살 때 나온 이후로 한 번도 못 살아봤네. 그 땐 금방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지...”

 

고수준씨가 예전 마을을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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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적부심사자 2017-03-27 22:41:31
박영수특검에 연락~제주시장 빨리 사실여부 판단~구속청구~속전속결 강부영판사에게 구속영장 실질심사케혀~아마 제주도 인물들이 이 사건을 맡아야 지역감정에 휘둘리지 않을듯~ㅉㅉㅉ 제주도 인물 많네~특검/판사/시장/도지사.....

탄핵자 2017-03-27 22:30:03
어떤도~어떤시에서 발생한겨? 에이 거짓사실이겠져~아마 조선시대상황이 아니었던가~대통령도 탄핵/구속청구한 대한민국인데~제주시장&도지사 정도쯤이야 간큰 짐승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