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인 임태진 소방관. 화재가 나면 날려간 세월은 26년째다. 그런데 그는 또다른 이력이 있다. 시인이다.
임태진 시인이 자신의 삶, 아니 소방관으로서의 삶을 담은 시집은 <화재주의보>를 내놓았다.
차고지 소방차들은 잠 이루지 못한다
함께 밤을 지새운 몇 방울 이슬들도
간밤의 안부를 건네며 기지개를 켜는 아침
10년 전 이맘때쯤 근무교대 할 무렵에
서귀포 섶섬에 산불 소식 들려오고
거짓말, 거짓말처럼 무전에 뜬 사망 소식
내 동기 ‘성민’이가 이슬로 가던 아침
침묵 속에 추서된 간절했던 일 계급 특진
늦겨울 어느 곳으로 발령받아 가는지
또 다시 출동벨소리 “화재출동, 화재출동”
나보다 그림자가 먼저 소방차에 올라탄다
건조한 내 가슴속에 누가 또 불 지르나
(화재주의보1 전문)
소방관은 죽음의 최전선에 서보기도 한다. 동료를 잃곤 한다. 시인 임태진도 그랬다. 출근도 퇴근도 없는 일상이다. 그러다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게 소방관이다. 시인은 그런 심경을 <화재주의보> 속에 담았다. ‘화재주의보’ 11편의 연작도 이 시집에 있다.
시임 임태진은 지난 2011년 등단했다. <화재주의보>는 자신의 첫 시집이다. 여기엔 그리움이 많이 담겨 있다.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그리움을 말하고 있다. 아무리 끄려 해도 꺼지지 않는 게 그리움이라고 말한다. 그는 동료에 대한 그리움으로 시를 시작하고 있다.
그렇다고 <화재주의보>가 소방 공무원의 일상만 담은 건 아니다. 짬을 내 이곳저곳을 응시한 이력들이 시집에 담겨 있다.
시인 임태진은 올해 한국시조시인협회상 신인상을 받았으며, 제주시조시인협회와 제주문인협회 회원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현재 서귀포소방서 현장대응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