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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구상금 청구, 국가와 기업의 ‘짬짜미’ 합작품”
“해군기지 구상금 청구, 국가와 기업의 ‘짬짜미’ 합작품”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6.10.0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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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의원, 해군이 제주지검에 보낸 ‘중재 지휘 요청’ 공문 공개
지난 2012년 태풍 볼라벤으로 파손된 제주해군기지 케이슨의 모습. ⓒ 강정마을회

삼성물산이 제주해군기지 공사 지연에 따른 손실액 보상을 청구한 것과 관련, 해군이 검찰에 미리 공문을 보내 삼성측의 손해액 산정 절차를 소송이 아닌 중재로 사건을 지휘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2013년 8월 제주지검장 앞으로 작성된 ‘시공사와의 분쟁에 있어서 중재 합의에 대한 검찰 지휘 요청 의견서’라는 제목의 공문이다. 공문 발신자는 해군 제주민군복합항건설사업단장.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삼성물산과의 분쟁을 소송이 아닌 중재로 사건을 지휘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이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해군이 해당 공문에 첨부한 ‘공기 연장 추가비용 지급 사안의 현황과 그 해결책의 검토 – 중재의 필요성’ 자료에는 검찰이 소송이 아닌 중재로 지휘해야 할 ‘내밀한 이유’가 적혀 있었다.

해군기지 건설 반대에 맞서기 위해 해군과 삼성물산 사이에 적극적이고 공개돼선 안될 협조가 있었다는 사실이 ‘같은 편끼리 귓속말’처럼 검찰측에 설명한 내용이 들어있었다는 것이다.

해군은 소송이 아닌 중재를 선택한 데 대해 ‘사안의 본질은 추가 비용에 대한 책임 규명이 아니라 적정한 추가 비용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므로 소송보다 중재로 해결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밝혔지만, 정작 첨부된 자료에서는 삼성물산과의 ‘긴밀한 관계’가 언급돼 있었다.

“제주민군복합항 건설 사업의 경우 해군과 시공사는 공사 방해 시위대에 대응해 긴밀히 적극 협조해 왔음. 지금까지 공사방해 시위대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공사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해군이 협조를 요청하는 사항에 대해 시공사는 이해득실을 떠나서 적극적으로 협조해 왔으며 이는 추후 분쟁 발생시 (…) 상호 신뢰하여 이뤄진 행위 등을 존중하고 (소송이 아닌 중재로) 해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신뢰하여 왔기에 이뤄진 측면이 강함”이라는 내용이다.

해군은 결국 이같은 삼성물산과의 협력 관계가 소송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을 꺼렸기 때문에 소송이 아닌 중재 지휘를 검찰에 요청했다는 것이다.

중재 절차의 경우 소송과 달리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같은 관계가 드러나지 않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측은 이처럼 해군이 검찰에 중재 지휘 요청 공문을 보낸 후 3개월이 지난 2013년 11월에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했다. 이미 정부와 삼성, 검찰간에 중재 절차 합의가 끝난 후에 중재 신청을 접수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한겨레는 이 대목에서 해군이 감추려 한 삼성과의 ‘긴밀한 협조’ 중 한 가지가 상사중재원의 판정문에서 확인된다면서 2012년 3월부터 삼성물산이 케이슨 7기를 1공구 쪽 바다에 가거치한 부분을 주목했다.

그 해 여름 태풍 3개가 잇따라 강정 바다를 덮쳤고, 결국 ‘볼라벤’과 ‘덴빈’에 케이슨 6기가 파손됐다.

상사중재원의 결정문을 보면 이에 대해 “피신청인은 반대 민원으로 공사가 지연되는 상태에서 공정을 만회하고 반대 민원인들에게 공사 중단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려 공기가 지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사건 공동수급자(삼성물산)에 케이슨 가거치 계획을 제출하도록 지시했다”고 돼있다.

결국 삼성물산측은 해군의 지시에 따라 케이슨 7기를 가거치했고, 상사중재원은 ‘케이슨 가거치로 공정이 단축됐다’는 해군의 주장을 일축했다.

오히려 케이슨이 파손되면서 해군이 주장하는 ‘공정 단축’이라는 가거치 이유와는 정반대로 공기가 늘어나면서 케이슨을 다시 제작하는 비용까지 합쳐 91억33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철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해 “군과 시공사는 그간 있었던 은밀한 협조를 숨기기 위해 공개 절차인 소송이 아닌 공개되지 않는 타협인 중재로 했다는 사실이 문서로 확인됐다”면서 “중재 절차는 국가와 기업이 짬자미한 것으로, 그 부담을 국가가 공사 반대 주민과 시민에게 떠넘겼고 그 결과가 구상권 청구인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항만 2공구 시공사인 대림산업도 해군과의 합의를 거쳐 중재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대림이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231억원인 것으로 알려졌고 삼성물산도 2차 배상 청구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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