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의 연간 2조8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관리할 금융기관 선정심사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신청 금융기관인 농협과 제주은행이 급기야 감정싸움 양상을 보이면서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제주도는 오는 12월31일로 제주도 금고 약정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연간 2조8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2년간 관리할 차기 금고지정을 위한 선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도금고는 지난 9월27일 공포한 제주특별자치도 금고 지정 및 운영규칙에 따라 관리 약정기간은 2년이며, 주민 이용의 편리성, 금고운영 실적 등을 감안해 현재 제주도 금고로 지정 운영 중인 농협중앙회와 제주은행으로 신청자격을 제한했다.

제1금고로 지정된 은행은 일반회계, 제2금고는 특별회계를 취급하게 된다.

제주도는 제주도 금고 지정절차에 따라 11월 중 도 금고지정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위원회에서 평가항목과 배점기준에 따라 금융감독원 등 관련기관이 공시한 자료와 비교 평가해 1순위로 평가받은 금융기관은 제1금고로, 2순위는 제2금고로 지정한다.

도금고는 도의 소관 현금과 유가증권의 출납 및 보관, 각종 세입금 수납, 세출금의 지급 등 금고업무를 취급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심위원회의 막바지 심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농협과 제주은행이 치열한 홍보경쟁을 벌이는 한편, 급기야 감정싸움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 감정싸움의 양상은 농협이 집중적 홍보를 벌이자, 제주은행이 농협의 일련의 활동을 '여론몰이'라고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하고 나서면서 촉발됐다.

#농협 "한국갤럽 여론조사, 농협이 가장 신뢰받는 은행...점포수 120개 최다"

농협은 앞서 한국갤럽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 농협이 가장 신뢰받는 은행으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또 제주에서 농협 점포수가 120개라며, 제주도내 금융기관 점포에서는 가장 많다고 홍보했다.

#제주은행 "여론조사 사실왜곡...여론몰이 규탄 성명...점포수도 부풀려 왜곡 보도"

그러나 제주은행은 16일 제주 일간지 광고를 통해 이러한 내용은 사실왜곡이라며 '농협제주지역본부의 최근 왜곡된 여론몰이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제주은행측은 "한국갤럽 직원에게 확인한 결과, 도금고 적합은행 목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았고, 특히 설문내용은 대부분 농협담당자가 주도적으로 작성한 것이라고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제주은행측은 "이는 결국 도금고 경쟁 당사자인 농협제주지역본부가 자체적으로 여론조사 자료를 만들어 조사를 한 것이며, 공정한 여론조사 대상 선정 신뢰성에도 의심이 가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농협제주 점포수가 120개라고 농협이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주특별자치도금고 선정기준에 따르면, 금고관리 금융기관은 '은행법'에 의한 금융기관으로 한정하고 있어 농협제주지역본부 소속 영업점은 18개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제주은행이 도내 33개 영업점으로 42.3%의 최대 점포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농협제주지역 점포수가 개별 지역농협을 포함한 120개로 부풀려 왜곡 보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농협과 제주은행이 막바지 감정싸움까지 벌이면서, 제주도 금고지정 심의위원회의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날지에 도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철수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