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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념식에서 사라진 ‘잠들지 않는 남도’, 4.3추모미사에 등장
추념식에서 사라진 ‘잠들지 않는 남도’, 4.3추모미사에 등장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4.04.03 21: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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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형식적인 추모가 아니라 4.3의 증언 되살려내야” 강조

3일 저녁 중앙성당에서 4.3추모미사를 집전한 강우일 주교가 강론을 하고 있다.

제66주기 4.3 추념식 행사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잠들지 않는 남도’가 3일 저녁 강우일 주교가 집전한 4.3 추모 미사에서 울려퍼졌다.

3일 저녁 7시30분 천주교 제주교구 주교좌 성당인 제주중앙성당에서 봉헌된 4.3 추모미사에서 민중가요 ‘잠들지 않는 남도’가 파견 성가로 불려진 것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사상 처음으로 국가기념일 행사로 치러진 추념식에서 뜬금없이 ‘아름다운 나라’가 합창곡으로 불려진 것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상황이었다. 국가추념일 행사에서 제대로 위로받지 못한 4.3 영령들과 유족들의 아픔을 달래주는 듯했다.

강우일 주교는 이날 강론에서도 “4.3이 시작된 것은 미 군정 시절이었지만 계엄령이 선포되고 대대적인 초토화작전으로 수많은 도민들이 희생된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에 벌어진 일”이라며 “자국 정부가 군대를 동원해 입에 담기조차 끔직한 폭력을 행사한 것은 법적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이고 비상시라고 해도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인 범죄”라고 단언했다.

다만 그는 “오늘 국가가 추념식을 주관한 것은 4.3이 국가의 잘못이라고 인정한 공적인 선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오늘까지 66년이 걸렸다는 것은 희생자들에게 너무나 죄송스러운 일이지만, 역사는 앞으로 전진하는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3일 저녁 7시30분 제주중앙성당에서 열린 4.3추모미사에 참석한 제주교구 신자들의 모습.

이어 강 주교는 “오늘 추념식 행사에서 마치 구경꾼처럼 비쳐졌던 4.3 유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제단이 마련된 맨 앞줄에 정관계 고위인사들이 앉아있었지만 정작 위로를 받아야 할 유족들은 제단 뒤쪽의 위패봉안소와 묘역을 찾아 참배하는 모습을 보면서 본말이 전도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었다.

이에 강 주교는 “제대로 한다면 제단 앞 윗자리에 4.3으로 고통을 받아온 생존자들이 회중을 향해 앉고, 그 다음 유가족들이 앉도록 하고 그보다 더 아래쪽에 거적이나 멍석을 깔고 총리나 도지사가 유가족들을 향해 머리를 땅에 대고 큰절을 올리는 예를 했다면 하는 상상을 개인적으로 했다”고 전했다.

특히 강 주교는 “이제부터라도 도민들은 단순히 몇 초 동안 묵념하는 형식적인 추모가 아니라 당시에 무슨 일이 왜 일어났고 어떤 고통 속에 죽어갔는지 증언을 되살려내고 기억을 살려내야 한다”면서 이날 복음에서의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처럼 시대의 증언자로서 역할을 다해줄 것을 신자들에게 당부했다.

강우일 주교가 4.3추모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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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석 2014-04-04 08:39:28
주교님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하고요, 그렇게 해야 제대로 된 위로라 생각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