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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사구에 나무 심으면 태풍에 더 취약” 연구 결과 ‘관심’
“해안 사구에 나무 심으면 태풍에 더 취약” 연구 결과 ‘관심’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2.09.2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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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환경과학원 “효과적인 사구 보전 위해서는 자연식생 회복시키는 게 합리적”

해안 사구 지역에 인위적으로 나무를 심은 경우 오히려 태풍 등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사진은 최근 태풍 볼라벤이 북상할 당시 서귀포시 법환 포구의 모습.

해안 사구 지역에 인위적으로 나무를 심은 경우, 오히려 태풍 등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도 전역 곳곳에 해수욕장이 있고 태풍의 길목에 있는 제주 지역의 경우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원장 박석순, 이하 과학원)이 충남~전북 일대 해안사구 52곳을 지난 2010년부터 추적 조사한 결과, 사구의 경관 유형에 따라 침식 정도가 다르게 나타났다.

특히 과학원은 이번 조사에서 인위적으로 조성된 해안림이 침식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해안사구란 바닷가에 있던 모래가 바람에 의해 이동, 모래사장 뒤에 쌓이면서 만들어진 모래 언덕을 일컫는다.

과학원이 조사대상 52곳의 사구 지역을 지난 2010년 태풍 곤파스가 통과한 이후 침식 정도에 따라 분류한 결과 강한 피해를 입은 곳은 5곳(9.6%), 중간 피해 6곳(11.5%), 약한 피해 21곳(40.4%), 피해 없음 20곳(38.5%)이었다.

이들 중 강한 침식을 받은 곳은 대부분 인공구조물이 설치돼 있거나 초본지역이 좁은 곳으로, 모두 해안림이 과도하게 조성된 사구들이었다.

더구나 피해를 입은 곳들은 대부분 겨울철이 지나고 회복됐으나, 강한 침식을 받은 곳(곰솔을 심은 사구)은 이후에도 후퇴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를 입은 사구 중 일부 초본지역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적으로 복구가 이뤄지는 반면, 해안림이 조성된 곳은 침식 등의 피해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과학원은 사구에 주로 심어진 곰솔이 키에 비해 뿌리 깊이가 얕기 때문에 강한 바람에 잘 부러지고 쓰러지면서 사구의 침식을 가중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모래가 쌓이면서 복원되는 기간에도 곰솔림이 조성된 사구는 풍속이 줄어 모래가 쌓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안사구에서도 곰솔림 전면부의 연평균 풍속은 초속 1.08m로, 초속 2.40m인 초본지역의 45% 정도에 불과해 모래를 이동시킬만한 유효풍의 비율은 약 17%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해안사구나 해안림은 모두 자연재해 피해를 줄여주는 경관이지만, 사구에 인위적으로 나무를 심는 것은 재해를 견디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자연방파제인 해안사구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식재 대신 사구의 자연성을 높여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자연방파제 기능을 하는 해안사구는 보호가치가 매우 높다”면서 “효과적인 사구 보전을 위해서는 무리한 해안림 조성보다 자연 식생을 회복시키는 등 사구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고 강조했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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