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국제 평화 활동가들이 잇따라 강제출국 조치를 당하고 평화 운동가들의 입국이 거부되는 상황이 잇따라 빚어지면서 제주도가 국제적인 조롱거리로 전락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프랑스인 평화활동가 벤자민 모네씨(33)와 영국인 평화운동가 엔지 젤터씨(61)가 출입국관리법 위반을 이유로 강제출국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벤자민의 경우 14일 강제출국이 결정되자마자 곧바로 경기도 화성에 있는 외국인보호소로 이송됐고, 엔지 젤터도 제주 이민국 출입사무소에서 강제출국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다 14일 오후 제주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던 미국 평화재향군인회 대표단 일행의 입국이 거부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에 강정마을회는 15일 오후 4시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제평화활동가들을 강제출국 조치하는 정부당국을 강력 규탄하고 나섰다.

강동균 회장이 읽은 회견문에서 강정마을회는 “구속영장이 청구돼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김세리씨와 프랑스인 벤자인 모네씨는 지난 12일 구럼비 바위 위에 멈춰있던 굴삭기 위에서 단지 대림건설 직원의 폭력을 피하기 위해 2시간 30분 가까이 버텼을 뿐이며, 엔지 젤터도 출입금지 조치가 내려진 바 없는 구럼비 바위에 무단 불법으로 설치한 철조망을 커터로 자른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강 회장은 “경찰과 검찰이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을 자의적 법률 해석과 악의적으로 과다한 대응 방침을 세워 대응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벤자민의 경우 지난해 11월 9일과 12월 26일 각각 대림 직원들과 경찰로부터 집중 구타를 당해 벤자민이 폭력을 휘두른 직원들을 대상으로 고소했지만 아직 소송 진행 여부에 대한 응답이 없는 상태다.

마을회측은 더구나 “지난 14일 벤자민을 3시간 가량 조사하던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는 오후 8시께 조사가 끝나자마자 10여명의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들이닥쳐 강제퇴거명령서를 들이밀고 마치 준비한 듯이 모두 카메라를 들고 채증을 한 뒤 변호사의 이의 신청에도 곧바로 경기도 화성에 있는 외국인보호소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이에 마을회는 “불법공사를 방조하고 시대의 양심이라 일컫는 평화활동가들을 불법 체포하는 것도 모자라 이들에게 강제출국 조치를 단행하는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같은 인권 유린은 외교적으로 지탄받을 것도 마다하지 않는 파렴치한 행위이자 국격을 들먹이던 MB정부의 얼굴에 스스로 침을 뱉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격한 어조로 비난했다.

이에 앞서 송하석 한국평화재향군인회 공동대표도 전날 미국 평화재향군인회 대표단 일행이 입국 거부된 데 대해 “다른 나라도 아니고 경제대국을 자처하는 우리나라에서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송하석 대표는 “정부가 안보를 내세우면서 국민을 겁박하는 것은 총선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술수에 불과하다”며 “이번 선거에서 국회 다수를 차지하고 정권을 바꿔서 해군기지를 무효화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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