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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초' 학생 증가.."금연 교육은 '소 귀에 경 읽기'?"
'골초' 학생 증가.."금연 교육은 '소 귀에 경 읽기'?"
  • 조승원 기자
  • 승인 2010.10.01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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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학생 금연 교육 정책 추진 불구 '매일 흡연율' 2.9%→6.5%
경찰, 구멍가게엔 단속 아닌 '계도'...담배 구입 근절 '역부족'

한달 내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들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예외는 아니다.

청소년에 대한 담배 판매 근절을 위해 경찰이 단속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 도입된 '친서민 정책'에 따라 영세업체에 대해서는 단속이 아닌 '계도'가 이뤄지고 있어 동네 구멍가게에서의 담배 판매를 막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교육 당국도 청소년 흡연율을 줄이기 위한 갖은 방법을 동원하고 있으나, '진화된' 담배 구입 수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그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임해규 의원(한나라당)이 30일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내 중.고등학생 가운데 최근 한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담배를 피우는 '매일 흡연율'이 2005년 2.9%에서 2006년 4.4%, 2007년 4.6%, 2008년 6.5%로 해마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흡연율 증가는 남학생에서 두드러졌다.

남학생의 경우 매일 담배를 피우는 학생이 2005년 4%에서 2006년 5.3%, 2007년 6.9%, 2008년 8.3%로 해마다 늘었다. 여학생도 2005년 1.8%에서 2006년 3.4%, 2007년 2.1%, 2008년 4.6%로 증가했다.

현재 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답한 남학생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11.3%에서 16.5%로 뛰었다. 여학생의 경우 7.2%에서 8.6%로 늘었다.

매일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나이는 중학교 1학년인 남녀 모두 약 14세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담배를 구매한 경험률. 남녀 학생을 통틀어 담배를 직접 구입한 경험률은 2005년 54.6%에서 2006년 62.2%, 2007년 61%, 2008년 68.9%로 4년 새 약 14% 가량 급증했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담배를 구입할 수 없는 중.고생들은 어떻게 담배를 구입하고 있는 것일까?

# 청소년 담배 구입 수법, 날로 진화

올해 제주대 신입생인 J씨(20)는 고등학교 시절 경험담을 털어 놓았다.

J씨는 "친구들끼리 '어디가면 담배를 쉽게 살 수 있다'라는 소문을 공유한다"며 "소위 '잘 뚫리는 가게(담배를 쉽게 살 수 있는 가게)'가 어느 곳에나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담배를 한번 샀던 가게에 다시 가면, 교복바지를 입고 있더라도 상의만 다른 옷을 입으면 학생으로 보지 않았다"며 "특히 할아버지.할머니 등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가게가 손 쉬웠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손쉽게 담배를 구입하는데는 두발 자유화 등 '어른스러워' 보이는 겉모습이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청소년들의 담배 구입 수법이 날로 진화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20대 초반 남성에게 접근, '담배를 대신 사달라'고 부탁하는 속칭 '담배 앵벌이' 수법이 유행하고 있다. 이마저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18)은 "이제 갓 대학생이 된 듯한 형들에게 부탁하면 5명 중 1명은 (담배 구입) 부탁을 들어준다"며 "어떤 친구들은 담배 한 보루를 사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배달업소에 음식을 주문하면서 담배를 함께 사달라고 한다고. 전화 목소리만으로는 청소년인지 성인인지 여부를 구별해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 학생에 대한 동네슈퍼 담배 판매 막을 길 없어

보건복지부의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술과 담배를 팔았을 경우, 해당 판매자는 1회 적발될 때 마다 1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청소년에 대한 담배 판매 단속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하다 적발된 업소는 2008년 87곳, 2009년 88곳에서 올해 현재 31곳으로 감소했다.

감소한 이유는 올해부터 도입된 친서민 정책에 따른 것으로, 동네슈퍼와 같은 영세업체에 대해서는 단속이 아닌 '계도'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할아버지.할머니가 운영하는 동네 구멍가게와 같은 곳에 대해서는 억지로 단속을 하지 않는다"며 "대신 '팔지 말라'는 식의 계도 위주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담배 구입 루트가 주로 이같은 동네슈퍼인 점을 감안할 때 계도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술 판매에 대해서는 모든 업체를 대상으로 불시에 단속이 이뤄지고 있는 반면, 담배의 경우 '선-신고, 후-확인' 방식으로 단속을 하고 있어 담배 구입을 사전에 막기란 역부족으로 보인다.

"담배를 팔고 있다는 업체에 대한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에서 사실을 확인하고, 담배 판매 사실을 업주로부터 인정 받는 식으로 단속을 하고 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 교육계, '학생 금연' 위해 두 팔 걷었지만...

청소년들에게 담배가 암암리에 팔리고 있고, 흡연을 한다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나며 교육 당국은 흡연율을 줄이기 위한 갖은 정책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현재 △흡연예방 중점적용학교 지정 운영 △학교 교사 대상 금연 지도자 교육 △흡연예방 담당자 초청 직무 교육 △매년 흡연.음주율 설문조사 실시 △흡연예방 교육지원비 지원 △금연캠프 등의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흡연예방 중점적용학교의 경우 제주도내 초.중.고교 20개교가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금연교실 운영과 함께 전문가를 초청해 교육과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흡연예방 중점적용학교로 지정되지 않은 학교에는 금연 교육자료 구입, 강사 초빙 등의 용도로 학교마다 흡연예방 교육지원비 50만원을 지원해 주고 있다.

흡연율이 심각한 학생 50명을 대상으로 한 금연캠프도 매년 실시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제주의 학생 흡연율 증가 수준은 전국에 비하면 중간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면서도 "그래도 흡연율이 증가하면 안되니까 다양한 정책들을 통해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흡연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정책 방향이 어딘가 잘못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학생들이 보다 공감할 수 있는 금연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와 함께 학생 흡연율을 줄이기 위해 교육계, 경찰 등 제주사회가 공동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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