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7:02 (일)
"사과 받으셨어요?" "글쎄요, 받은 것도 같고..."
"사과 받으셨어요?" "글쎄요, 받은 것도 같고..."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9.05.19 15: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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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김 지사 '심심한 유감' 표명에, 도의회, "나도 헷갈려"

제주해군기지 기본협약(MOU) 체결을 둘러싸고 줄곧 김태환 제주지사의 공식사과를 요구해온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19일 김 지사로부터 '유감 표명'을 받아냈다.

그러나 이 '유감표명'을 '공식사과'로 받아들일 것인지를 놓고 의원들간에도 헷갈려하는 분위기다.

몇몇 의원들은 이날 김 지사의 입장표명을 '공식사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나, 또다른 일부 의원들은 그렇지 못한듯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용하 의장까지도 이 부분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정작 사과를 한 제주도당국의 몇몇 간부공무원들도 김 지사가 방금 사과를 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글쎄요. 그렇게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라며 확실한 답을 피했다.

모 국장은 "꼭 사과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정치인들의 발언 관례를 보면 유감표명은 대부분 사과로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사과를 한쪽에서도 이 발언이 사과인지, 아니면 단순한 유감표명인지를 헷갈려하는 것이다.

사과를 받는 쪽 역시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해군기지 기본협약을 제주도당국이 일방적으로 체결했다고 반발하며 김 지사의 공식사과를 요구하는 동시에 '해군기지 MOU 불인정'을 선언했던 의회 입장으로서는 알듯말듯한 유감표명에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19일 임시회 본회의가 끝나자마자 김 지사의 유감표명에 대해 물어보자, 대다수 의원들은 "글쎄요"라고 답했다.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발언신청'을 통해 유감표명을 한 김 지사. 그러나 이날 발언에 대해 '공식사과'로 받아들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에 대한'이라는 부분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사과를 요구한 쪽에서는 '일방적인 MOU체결에 대해' 사과를 요구한 것인데, 정작 김 지사는 그러 부분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발언 서두에서 김 지사는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건설 기본협약 체결과 관련해 도의회와 매끄럽지 못한 상황에 온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동안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의회 입장에서 보면 부족한 부분도 있을 것인데, 이는 어디까지나 저의 부덕한 탓"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이 자리를 빌어 의원과 도민 여러분께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액면 그대로 김 지사의 말을 놓고 보면 특정한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기 보다는 전반적인 부분에서 '매끄럽지 못한 상황'에 대한 유감표명인 것이다.

그런데 이날 김 지사의 유감표명이 있자, 이어진 김용하 의장의 폐회사에서는 해군기지 MOU와 관련해 그동안 줄곧 요구해왔던 '공식사과' 부분이 빠졌다. 미리 김 지사가 유감표명을 하리라고 예상해 빠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임시회 개회식 때 개회사를 통해 공식사과를 요구했던 강경한 분위기와는 크게 대조적이다. 행정자치위원회에서는 이번 임시회에서 제주도 제출안건을 '보이콧'하며 제주도정의 '일방적 행보'에 대응을 했고, 민주당 의원들 역시 '사과'를 요구했는데 알듯말듯한 '유감표명'으로 의회 분위기는 일순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사과를 한 것인지, 안한 것인지, 또 사과를 받은 것인지, 안받은 것인지, 헷갈려하는 도의회의 이어지는 행보는 어디를 향할지가 주목된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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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2009-05-20 01:20:20
짜증난다.김태환..장난그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