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7:02 (일)
"교수들이 한 '정책평가'니, 그대로 믿어달라?"
"교수들이 한 '정책평가'니, 그대로 믿어달라?"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9.04.23 15: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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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도지사 정책평가자문단 구성에 대한 소고

이제 임기 후반으로 접어든 김태환 제주지사의 공약사업에 대한 평가결과가 23일 발표됐다. 전날 한라일보가 제주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김태환 지사의 현재 역할수행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하룻만이다.

이날 발표된 공약사업 평가결과는 매우 양호하게 평가됐다. 대부분의 사업에 있어 '대체로 양호한 수준'이라는 평가와 함께 내년까지 공약 중 90%이상이 달성될 것이란 전망도 제시됐다.

그러나 이 공약평가 결과가 발표된 후 기자들의 질문은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평가에 참여한 인사들에 있어 과연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었느냐는 의구심이 그 첫번째고, 두번째는 시민단체에서 평가하는 매니페스토 운동 차원의 조사결과와의 괴리에 따른 의구심이다.

기자들의 계속되는 질문에 답변하는 참여교수들도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고, 전문가로 인정받는 교수들이 그 신뢰성과 객관성에 있어 '도마'에 오른 것이다.

#도민여론조사에서는 '못했다' 우세...공약평가는 '대체로 양호'

다시 얘기를 돌려, 전날 한라일보의 여론조사에서는 도민들이 체감적으로 느끼는 '잘하는가'와 '못하는가'의 정도는 사뭇 달랐다.  매우 잘하고 있다라거나 대체로 잘하고 있다는 의견이 46.2%, 매우 잘못하고 있다거나 대체로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49.1%로 조사됐다.

제주도정에서는 이 결과를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여론조사에서 김 지사에 대한 평가는 잘하고 있다는 쪽과 못하고 있다는 쪽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23일 대학교수들로 구성된 '제주특별자치도 도정정책평가자문단'은 '대체로 양호한 수준'이었다는 결과를 유난히 강조했다.

평가는 △이행계획의 적절성 △실현 가능성 △재정투자계획 △추진실적 △투자실적 △사업비 확보실적 △임기내 달성 가능성 △기여도 △주민소통노력도 등 9개항목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 결과 10대분야 209개 단위사업에서 62%인 130개 사업이 우수, 22%인 46개 사업이 보통, 그리고 33개 사업만이 미흡한 것으로 평가돼 종합적으로는 '대체적으로 양호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임기 내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는 174개 사업 중에서 2010년말까지 90%이상 달성 가능한 것으로 예측됐다는 결과도 덧붙였다.

허철구 자문단장은 "이번에 실시한 평가는 다소 미흡한 부분도 있으나 정책평가자문단이 연초부터 계획수립, 지표개발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시도된 외부 전문가 평가, 새로운 지표개발 등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약평가는 꼭 '대학교수'만이 할 수 있나?

그러나 이번 평가는 '잘 포장된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앞서 제기한 두가지 측면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에 논란을 주고 있다. 그 이유가 바로 평가단의 구성문제이다. 이 평가단에는 24명이 참여했다.

이들 모두가 대학교수다. 명색이 내로라 하는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이 중에서는 도정 정책에 적지않게 관여하거나, '용역' 등을 통해 도정정책과 밀접히 연관돼 있는 교수가 상당수 포함돼 있어 과연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졌을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발전연구원장이 평가에 참여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현재 문화관광축제 분야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 각종 용역을 통해 도정정책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도 더러 포함돼 있다. 물론 몇몇 분야의 경우 새롭게 초빙된 인사도 있다.

이러한 정책평가자문단 구성은 그동안 '그 사람이 그 사람' 식으로 이중삼중으로 중복 인선해 논란이 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의 각종 위원회 위원 구성방식과도 흡사하다.

문제는 왜 제주도정을 평가하고자 하는데, 꼭 이러한 교수 중심의 전문가만이 참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동안 도정정책에 대해 지속적인 평가를 하고 입장을 밝혀온 시민단체 인사들은 완전 제외됐다. 일반 시민의 참여도 단 한명도 없다.

#일반시민들은 '평가할 줄 모른다'?

민선시대 이후 숱한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이미 '정치성'을 표출해 도정과 깊숙이 유착된 전문가들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단지 '교수'라는 이유만으로 정책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

정말 이번 정책평가자문단이 공정성과 객관성, 그리고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제대로 운영할 생각이었다면 애초 이러한 평가자문단의 인적구성은 보다 다양화할 필요가 있었다.

평가지표를 만드는데 전문가가 필요하다면 그에 걸맞는 인력을 확보하면 될 것이고, 굳이 시민단체는 아니더라도 일반시민을 참여시키는 속에서 '체감'을 곁들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이러한 맥락에서 두번째 문제로 지적되는 '체감'과의 괴리는 당연한 결과의 귀착이다.

이제 1년정도 있으면 민선 5기 선거가 치러진다. 선거 때가 되면 전문가집단도 각 후보의 정책캠프에 합류해 공약을 개발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동안 매번 그래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선거 때만 되면 캠프별 '교수님 모시기'는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면 그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 중 일부는 '자신의 제언으로 만든 정책'에 대해 평가에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반시민이 제외된 채 학계인사 중심으로 이뤄진 이번 김 지사의 정책평가. 정책평가자문단을 꼭 학계인사 중심으로 운영해야 하는지 한번 검토해볼 시점이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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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안 전문가 2009-04-27 21:39:15
명쾌한 질책에 박수 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