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7:02 (일)
작은 행복을 꿈꾸는 그곳, "베트남 신까먼~"
작은 행복을 꿈꾸는 그곳, "베트남 신까먼~"
  • 고선희 인턴기자
  • 승인 2008.08.18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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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4) SKT 대학생봉사단 '글로벌 써니'의 베트남 활동기

"꼬끼오~꼬꼬댁, 꼬끼오~"

새벽부터 닭이 재촉하는 바람에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 오늘은 베트남에 오기 전부터 나의 모든 신경을 예민하게 만들었던 예체능 교육이 있는 날이다. 이번 교육은 예체능 교육팀장인 나에게 있어 어떤 다른 일정보다 가장 신경 쓰이고 뜻 깊은 교육이 돼야한다는 사명감으로 가득 차게 했다.

예체능 팀원들과 아침부터 물품 준비하랴, 교육 일정 체크하랴, 정신이 없었다. 교육 팀 중 제일 다양하고, 무거운 물품을 준비했기 때문에 점검할 사항도 많았지만 그동안 힘들게 준비했던 교육을 이제 드디어 한다고 생각하니 떨리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드디어 예체능 교육활동 시간. 하지만 이곳 학교 환경과 시간 때문에 우리가 준비한 교육을 모두 다 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한지는 닥나무로 만든 대한민국 전통 종이로, 그 수명이 천년이나 되는 세계 최고의 종이예요~"

오늘 우리가 실시할 교육은 예체능 교육 중에서도 '한지공예'다. 우리나라 전통 종이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은 한지를 베트남 아이들에게 알릴뿐만 아니라 필통을 만들어 아이들이 간직할 수 있다면 나중에라도 우리를, 한국을 기억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 준비하게 됐다.

우리는 각각 40명씩 저학년, 고학년 반으로 나눠 교육을 실시했다. 혹시나 아이들이 집중하지 않으면 어쩌나, 산만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그런 우려와는 달리 아이들의 눈은 이미 초롱초롱했다. 덥고 좁은 교실에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아이들의 배움에 대한 의지만큼은 대단했다. 아직 접해보지 못한 것과 낯선 것들이 많은 아이들에게 우리가 준비한 모든 것들은 새로운 경험이 됐다.

교육을 진행하는 동안 더 많이 몰려드는 아이들 때문에 우리는 교실 밖 복도에서 페이스 페이팅과 풍선아트를 준비했다.

"좀 더 교실 환경이 좋아서, 더 많은 아이들이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부끄러워 교실문 밖에서 혹은, 교실 안으로 들어와 친구들이 하는 걸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아이들을 보며 자꾸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만 순수한 아이들은 자신들의 얼굴, 팔 등에 그려지는 형형색색의 그림을 보며 너무나 좋아했고 자꾸 풍선이 터질 때 마다 깔깔대며 웃었다.

어느 덧 한지공예는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각자 자신이 만들고 싶은 모양으로 색지를 오려 필통을 꾸밀 차례다. 그 중 몇몇 아이들은 가위질을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풀칠조차 우리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이렇게 아이들이 해달라는 대로 도와줬더니 나중에는 아이들이 스스로 해보려 하지 않고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두 우리에게 의지하려 했다.

"아니야~애들이 해달라고 해도 다 해주지 말자, 스스로 할 수 있어야지, 아이들에게 낯선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해봐야 한단 걸, 도전해야한단 걸 가르쳐주자!"

우리는 적당한 선에서 아이들을 지켜보기로 했다. 맹수에게 먹이를 갖다 주기보다 먹이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하듯이, 우리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무언가를 하도록, 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너무 신기해~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이 무늬 좀 봐~이건 초등학생이 생각할 수 있는 무늬가 아니야"

그렇게 교육을 진행 하던 중, 우리의 기대를 뛰어넘는 창의력과 솜씨를 발휘한 아이들이 있었다. 아이들은 서툰 가위질 대신 섬세한 손을 이용해 다양한 모양으로 찢어 붙이기도 했고 전문가의 솜씨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필통을 장식했다. 아직 배움에 목마르고, 습득 능력이 뛰어난 시기라서 그런지 아이들은 처음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이 아이들도 살아가면서 점점 다양하고 여러 가지 경험들로 자신들을 채워나가겠지, 오늘 우리와의 만남도 차곡차곡 예쁘게 채워졌으면..."

아이들의 생김새만큼, 아이들의 마음만큼이나 다양하고 예쁜 필통들이 완성됐고 우리는 아이들의 비어있는 필통 속에 연필 두 자루와 지우개 그리고 우리의 진심어린 마음을 채웠다.

예체능 교육을 기획하면서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해야 할지 무척 고민했었다. 하지만 교육이라는 딱딱한 틀 속에 얽매이기보다는 베트남 아이들과 진심을 나누고 공감하고 싶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3시간의 교육 동안, 과연 우리가 아이들에게 남기고자 했던, 주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이번 교육을 통해 우리들도 많은 것을 깨닫게 됐다. 무언가를 가르치고 남기고 와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아이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어떤 마음으로 다가가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했다. 그것은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결과만을 봐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처음엔 꿈에서만 그리던 해외자원봉사를 가게 돼 마냥 떨렸다. 하지만 Global Sunny(글로벌 써니)의 이름처럼 큰 뜻을 품고 넓은 시야와 포용력으로 내 자신보다는, Global Sunny 모두의 목표와 뜻을 먼저 생각했다. 또, 대한민국의 대표라는 생각으로 우리나라 문화를 베트남에서 만날 그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베트남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나에게 있어 베트남에서의 추억은 단순한 해외자원봉사가 아닌 내 자신을 시험하고 평가하고 되돌아 볼 수 있던 뜻 깊은 시간이기도 하다. 그전에는 생각치도 못했던 일들이 지금 나에게는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중요한 일들이 되었고 작은 사소한 하나까지도 감사하며 살게 됐다.

내가 가진 조금이나마 그들에게 나눠줄 수 있어 행복했던 순간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추억이라 더욱 값지고 소중한 지난 날, 이제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담아둬야 할 것 같다.

"천진난만한 미소로 우리들의 모든 것을 신기해하던 아이들, 떠나는 우리에게 잘가라며 눈물 흘리던 마을 사람들, 행여 우리의 잠자리가 불편할까 따뜻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홈스테이 가족들, 베트남을 잊지 말아달라며 뜨겁게 안아줬던 인민위원회 사람들...이제 모두 신까먼(고마워요)~!"<미디어제주>

 

*고선희 인턴기자는 현재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으로, 올해 여름방학 기간 중 SK텔레콤의 대학생자원봉사단 '글로벌 써니(Global Sunny)' 단원에 선정돼 지난 7월11일부터 9박11일간 베트남에서 봉사활동을 마치고 귀국하였습니다.

이번 '글로벌 써니'에는 고선희 인턴기자를 비롯해 제주에서 2명이 참가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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