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7:02 (일)
글로벌 써니 '메콩강'을 건너다
글로벌 써니 '메콩강'을 건너다
  • 고선희 인턴기자
  • 승인 2008.08.16 09: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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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SKT 대학생봉사단 '글로벌 써니'의 베트남 활동기(3)

2008년 7월 14일, 호치민에서의 활동을 마치고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우리의 본격적인 자원봉사활동이 시작될 곳은 베트남 남부 벤째(Ben Tre)지역의 바찌(Ba Tri)마을.
그곳은 호치민에서도 버스로 3시간을 달려 배를 타고 메콩강을 건넌 후, 다시 버스로 2시간을 가야만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곳 바찌마을에서 우리는 크게 교육봉사와 노력봉사로 나눠 활동하게 되는데 교육 봉사는 과학교육과 예체능교육, 영어교육으로 총 3번 실시되며 노력봉사는 집짓기, 길닦기 등이다.
찌는 듯한 더위와 밤 9시가 되면 언제 끊길지 모르는 전기, 식수는 물론 써야할 모든 물을 직접 길러 써야 했던 그곳, 바찌 마을에서의 4박 5일은 그렇게 시작됐다.

바찌마을 이틀째, 우리는 전날 팀장의 피드백에 따라 각각 팀별로 움직였다.
IYC 멤버 두 명과 글로벌써니 4명으로 이뤄진 우리 팀은 마을 아이들이 준비한 자전거에 몸을 싣고 집짓기 활동에 나섰다. 오늘 작업할 집은 현재 기초공사 단계에 있는 집으로 우리가 묵고 있는 마을 회관에서도 자전거로 20분을 달려야 했다.

아름다운 마을풍경에 정신없이 감탄하며 도착한 그곳에서는 먼저 수북히 쌓여 있는 모래와 벽돌, 그리고 저만치 멀리서 우리를 격렬히(?) 반기는 집 주인과 그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


"먼저 저 벽돌과 모래를 집 근처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하래~"
베트남 IYC 친구의 통역에 따라 우리는 몸을 움직였다. 바람하나 없이 뜨거운 태양만 내리쬐는 날씨에서 집을 짓기란 쉽지 않았다. 푹푹 찌는 더위는 이미 사막에 온 듯 했고 땀은 비 오듯 흘렀다.

그러나 맨발의 투혼(?)을 보이는 집주인 할아버지와 작은 체구로 열심히 일을 도우는 아이들을 보며 우리는 있는 힘, 없는 힘까지 모두 쥐어짰다. 이렇게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작업한 뒤 갖은 달콤한 휴식 시간, 인자한 집 주인 아주머니는 우리에게 시원한 냉수를 건네준다. 그 맛은 끝내줬다.


'열심히 일한 자 먹으라!'

오전 작업을 마치고 우리는 점심 식사를 하러 다시 자전거로 20분을 달려 마을 회관에 도착했다. 다른 팀들도 각자 자신들이 집을 짓던 곳에서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마을회관으로 집결했다.

"우리는 바닷가 근처 집이래서 기대했는데~ 바다는 커녕...그냥 집에 가는 중간에 바다만 스쳐 지나치더라"

우리에게 주어진 1시간 30분의 점심시간은 배고픈 배를 달래며 각자 자신이 무엇을 보았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점식 식사 후의 낮잠은 하루 중 최고의 시간이라 단언할 정도로 꿀맛이었다.

점심 식사 후 우리는 다시 각자 작업했던 집으로 돌아가 집짓기 활동을 이어갔다.
“휴...마을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나봐~ 저 표정 좀 봐, 우리도 어서 일어나서 일하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우리를 민망하게(?) 했던 아이들의 부지런함에, 무거웠던 엉덩이를 훌훌 털었다.

힘겨운 상황에서도 밝은 미소는 잃지 않는 아이들을 보며 ‘혹시 내가, 우리가 일하던 중에 얼굴을 찌푸리진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나는 호치민에서 본 네온사인들과 높은 건물들이 생각났다. 이곳에서는 전기조차 마음껏 사용할 수 없는데 호치민의 밤은 그에 비해 너무 화려했다.

어떤 일이 주어지든, 어떤 환경이든 긍정적으로 웃으며 받아들이는 그 아이들과, 마을 사람들을 보며 ‘물도 잘 안나온다’며 불평했던 지난밤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온몸이 뜨거워지는 더위에 지쳐버린 몸도 무거운 벽돌 무게에 힘이 풀려버렸을 팔, 다리도 모두 우리와 똑같이 느꼈을 텐데... 아, 내가 그동안 감사하는 마음을 잊고 살았구나’

사실 그들은 변변한 집조차 없었고 생활 모든 면에서 넉넉하지 못했다. 어쩌면 가난한 생활 때문에 풍족함을 욕심낼 수 조차 없는 형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그때 내가 본 그들의 모습은 작은 것에 감사하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소박한 행복을 찾았다.


수채화 물감처럼 파란 하늘아래 코코넛 나무가 인상 깊던 그날, 바찌 마을에서의 하루는 그렇게 저물어갔다. 

<다음 4편에서 계속됩니다, (4편)은 8월 18일 보도됩니다.>

* 고선희 인턴기자는 현재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으로, 올해 여름방학 기간 중 SK텔레콤의 대학생자원봉사단 '글로벌 써니(Global Sunny)' 단원에 선정돼 지난 7월11일부터 9박11일간 베트남에서 봉사활동을 마치고 귀국하였습니다.

이번 '글로벌 써니'에는 고선희 인턴기자를 비롯해 제주에서 2명이 참가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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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니 2008-08-16 13:32:10
얼굴 표정 하나하에서, 젊음이 느껴집니다.
좋은 경험, 좋은 일 하고 오셨군요.
써니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