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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적 정당성 확보 못한 검찰 '판정패'
공소 핵심증거 배제돼 '무죄가능성' 커
절차적 정당성 확보 못한 검찰 '판정패'
공소 핵심증거 배제돼 '무죄가능성' 커
  • 문상식 기자
  • 승인 2007.11.15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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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김태환 제주지사 선거법위반 대법원 파기환송 의미와 전망

15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위반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은 김태환 제주지사 사건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광주고법으로 이 사건을 되돌려보낸 파기환송 결정은 '절차적 정당성'에 강한 무게를 둔 판결로 풀이된다.

그동안 이 사건은 범죄사실 그 자체보다는 공소장에 적시된 증거의 위법성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재판이 진행돼 왔다. 즉, 검찰이 공소사실 중 핵심증거로 제시한 김 지사의 업무일지 노트에서 발견된 각종 자료들이 영장제시도 않고, 영장범위에서 벗어나 위법하게 압수된 것이라는 변호사의 주장에 법원이 결국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법원은 "검찰의 압수수색 위법성을 인정, 증거를 채택될 수 없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원심을 파기,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검찰이 제주도청 압수수색 과정에서 형사소송법 절차를 어긴 만큼 검찰 압수물은 증거능력이 없는데도 원심 재판부가 법리를 오해해 판결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원심으로서는 검사가 이 사건 압수물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위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조항을 위반한 위법이 있는지를 확인해 보았어야 할 것이고, 특히 주장된 구체적 위법사유 중 영장에 압수할 물건으로 기재되지 않은 물건의 압수, 영장 제시 절차의 누락, 압수목록 작성.교부 절차의 현저한 지연 등으로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한 점이 있는지 여부 등을 심리해 보았어야 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또 "원심이 이러한 점에 관하여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채 그냥 압수절차가 위법하더라도 이를 유죄인정의 유력한 증거로 채택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유죄부분에 대하여 죄책을 인정한 것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위반 등의 위법을 범한 것으로,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고 해석했다.

대법원은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위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부분은 모두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이 판시는 범죄혐의가 의심되더라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이례적 판례변경 사례로 꼽힐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사건의 '위법한 증거수집'문제가 쟁점화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견됐다.

1심 재판과정에서 고충정 부장판사 역시 증거수집의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그는 1심 심리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한 별도 결정에서 "증거수집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는 있다고 할지라도 증거로서의 능력은 잃지 않았다고 본다"며 절차적 문제가 있었음을 전제로 한 증거채택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이번에 대법원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증거로서 채택될 수 없다는 점을 만장일치 의견으로 제시하면서 결국 이 사건은 원심으로 돌려보내졌다.

광주고법에서 이뤄질 파기환송심에서는 검찰이 적시한 공소사실 중 최대핵심 증거인 업무일지 등이 배제되면서 범죄입증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검찰이 기존의 증거를 배제한채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김 지사에게 '무죄선고' 가능성은 훨씬 크다.

의심할 만한 충분한 범죄혐의를 포착하고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검찰의 '실수'가 결국 최종심에서 철퇴를 맞는 수모를 자초했다고도 볼 수 있다.

어쨌든 파기환송심에서는 김태환 지사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유리한 국면을 맞게 됐다. 반면 검찰은 범죄입증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지난해 4월 제주도청에 대한 사상초유의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이번 사건은 결국 올해에도 매듭을 짓지 못하고 해를 넘기게 됐다. 파기환송심을 맞게 된 광주고법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판단할지가 주목된다.<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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