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예재단 육아휴직자 차별 논란, 행정의 변명을 바라보며
제주문예재단 육아휴직자 차별 논란, 행정의 변명을 바라보며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2.01.18 21: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피니언]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육아휴직자 차별 논란, 당신의 생각은?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미디어제주>는 지난 기사에서 인사평가와 관련, 육아휴직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지속해 온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재단')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재단의 ‘승진에 관한 내규’ 제9조(정기평가의 예외)와 관련한 문제였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승진에 관한 내규' 제9조(정기평가의 예외)>
휴직, 직위해제, 수습 등 그 밖에 사유로 평가대상기간 중 6개월 미만 근무자에 대하여는 평가를 하지 아니하고 해당 직급별 최하등급 적용을 원칙으로 한다.

*관련 기사: 승진하고 싶으면 육아휴직 안 해야... “제주문예재단 인사평가 논란”

해당 내규에 따라 재단은 육아휴직자에 대한 인사평가에서, 일반 휴직자와 동일한 내규를 적용해왔다.

육아휴직으로 인해 1년 근무 일수가 6개월 미만이라면, 해당 임직원은 무조건 해당 년도 인사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부여받는다. 육아휴직 기간을 평가 기간에서 제외하는 전국 공기관 추세와 달리 재단은 "육아휴직을 하면, 승진이 어려운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 <미디어제주>와의 인터뷰에서 재단 인사팀 관계자는 내규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해당 관계자는 '육아휴직자만을 배려해 휴직 기간을 감점 요인으로 반영하지 않는다면, 타 휴직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내규의 타당성을 설명했다.

이쯤되면 아래와 같은 질문을 다시 던져볼 수 있다.

“이 사안에 '역차별'이라는 말을 적용할 수 있나, 
이것이 타당한가”

기자는 감히 '아니'라 말한다.

이유를 들자면 수 가지가 될 테지만, 크게 세 가지만 짚어본다.


첫째, 재단 관계자의 변명에는 어폐가 있다. '역차별' 문제로 육아휴직자와 일반 휴직자 모두에 동일한 내규를 적용한다 밝혔지만, 사실 이 내규 자체에 또다른 불합리한 요소가 존재한다.

현행 내규에 따르면, 재단은 부적절한 행위 등으로 징계(휴직이나 정직 등 처분)를 받은 '직위해제자'와 '일반 휴직자'를 동일선상에서 평가하고 있다.

징계에 의해 휴직 처분이 내려진 직원 vs 질병 등 피치못할 사정으로 휴직한 직원. 

이들이 '휴직 기간'이 동일하다는 이유로 같은 점수를 받게 된다면? 후자인 직원은 꽤나 억울할 수 있다.

결국 해당 내규는 지극히 행정가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배려가 부족한 내규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 이것은 곧, 육아휴직자에 대한 차별 문제로 이어졌다.


둘째, '역차별'은 이번 사안에 적용할 만한 단어가 아니다. 역차별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소수 그룹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없애기 위해 만든 행위가 지나쳐, 오히려 다수 그룹에 대한 차별이 생겨난 현상".

그리고 역차별은 △기존에 차별을 받던 집단이 특권을 독점하게 되었거나 △차별 받던 집단이 사회적 차별과 관계없는 특권을 요구할 때 생겨나는 사회 현상이다.

이를 재단 상황에 적용해보자. 재단 관계자가 말하는 '역차별'이 성립하려면, 아래 내용이 전제되어야 한다.

1. 기존에 차별을 받던 집단(육아휴직자)과 일반휴직자 간 휴직에 대한 인사평가 기준을 달리 할 경우. 육아휴직자 집단이 특권을 독점하게 되는가? → NO

2. 차별 받던 집단(육아휴직자)이 사회적 차별과 관계없는 과도한 특권을 요구하고 있는가? → NO

이 점을 본다면, 재단 인사팀 관계자가 말한 '역차별'이라는 말은 이 사안에 맞지 않을 뿐더러,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발언이다.


셋째, '역차별' 행위는 해당 사회에서 강자의 역할을 하는 집단에게 가해진다.

따라서 "일반휴직자에 대한 역차별이 우려된다"는 말이 성립하려면, 일반휴직자가 재단 내부에서 '강자' 혹은 '다수'의 역할을 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에 공감하는 이는 별로 많지 않을 테다. 일반휴직자는 재단 내부에서 강자도 아니고, 절대 다수도 아니다.

혹 재단 관계자가 말한 '역차별이 우려되는 피해 당사자 범위'를 '재단 모든 임직원'으로 확대 적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질까? 

아니다. 이 경우에도 육아휴직자 집단이 특권을 독점하게 되거나, 과도한 특권을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 될 수 없기에. 역시 '역차별' 사안으로 보기는 어렵다.


끝으로 "육아휴직 하면, 승진이 어려워지는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회사에 다니고 싶은 청년, 신혼부부 등이 얼마나 되겠으며, 이를 과연 '공평한 사회'를 만드는 인사규정으로 볼 수 있을까?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제주의 문화예술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오늘을 이끌어가는 기관이다.

이처럼 중요한 기관에서, 이처럼 시대에 뒤떨어진 형태의 인사평가 방식을 고수하는 현실. 그리고 지금까지 이 문제를 손 놓고 있던 제주도. 양 기관 모두 비판의 대상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