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19 18:08 (화)
승진하고 싶으면 육아휴직 안 해야... “제주문예재단 인사평가 논란”
승진하고 싶으면 육아휴직 안 해야... “제주문예재단 인사평가 논란”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2.01.14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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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화예술재단, 불합리한 인사평가 논란
"육아휴직으로 1년에 6개월 미만 근무 시 최하위 등급"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인사평가와 관련, 육아휴직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심지어 2019년부터 관련 문제가 내부에서 제기되어 왔지만, 현재까지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재단’)의 현행 내규에 따르면, 육아휴직으로 1년 중 출근기간이 6개월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해당 임직원은 당해 연도 인사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부여 받는다. 아래 규정에 의해서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승진에 관한 내규’ 제9조(정기평가의 예외)
휴직, 직위해제, 수습 등 그 밖에 사유로 평가대상기간 중 6개월 미만 근무자에 대하여는 평가를 하지 아니하고 해당 직급별 최하등급 적용을 원칙으로 한다.

위 내규 자체를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장기 근속자와 단기 근무자 간 점수에서 차별점을 둬야 한다는 방침은 상식적인 선이라 볼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육아휴직자’에게 철저히 불리한 평가 방식이라는 점이다. 만약 2019년 5월부터 1년 동안 육아휴직을 사용한 임직원이라면? 아무리 일을 열심히, 잘 했더라도 2019년도 평가등급은 최하위인 ‘D등급’을 받게 된다.

이는 육아휴직자를 위한 별도의 평가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생긴 문제다. 1년에 6개월 미만 근무한 재단의 ‘육아휴직자’는 일괄적으로 해당 년도 인사평가에서 가장 낮은 ‘D 등급’을 부여받고 있다.

이에 올해 재단 승진 후보 명단에 오른 7명의 임직원은 “육아휴직자 불이익”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7명 재단 임직원에 따르면, 실제로 육아휴직 년도에 D등급을 받은 임직원의 사례가 최근 발생했다. 이에 해당 임직원은 앞으로 있을 승진심사에서 불이익이 예상된다.

관련해 재단 임직원 A씨는 "2019년부터 해당 문제가 불거져 내규 개정의 목소리가 재단 내부에서 나온 바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이를 두고 “승진하고 싶다면, 육아휴직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 없는 처사”라고 비판한다. 또 “이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사항에도 반하는 내규”임을 강조하고 있다.

2020년 3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보도자료 중 일부.

2020년 3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육부장관과 17개 시도교육감에게 “교사 성과평가 시 육아휴직자가 불리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육아휴직자에 감점 처리를 하거나, 육아휴직기간을 비근무기간 감점 대상에 포함하지 않도록 하는 등 내용을 명시한 것이다.

인권위는 “육아휴직으로 인해 근무하지 않은 기간을 일률적으로 감점요소로 반영하는 것은 적절한 성과평가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본다.

‘교육공무원법’에 따르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육아휴직기간이 근속기간에 포함된다. ‘교육공무원승진규정’에서도 육아휴직기간은 재직기간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에 인권위는 “육아휴직기간을 비근무경력으로 보아 감점하거나 육아휴직자에 대하여 점수를 감하도록 하는 것은 위 법률 등의 취지에 반한다”라고 해석했다.

그렇다면 재단에서는 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재단 인사팀 관계자는 “(현행 내규가) 상위법령의 취지에 크게 어긋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관계자는 육아휴직자만을 배려한다면, ‘역차별’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견해를 전하기도 했다. 이에 현행 내규대로 인사평가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재단에 대한 관리, 감독 의무가 있는 제주도는 어떨까.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 관계자는 “법률에 위반되는 사항은 아니”라 말하면서도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 관계자는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저희도 염두해서 그렇게(육아휴직자를 위한 별도의 평가방식을 마련) 하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이 문제는 지난 10일 자로 인권위에 제소됐고, 제주도 감사위원회에도 감사 의뢰가 접수된 상태다. 이에 그 결과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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