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라도 새 건물 짓겠다는 제주시…그 빚은 누가 갚나요?
빚내서라도 새 건물 짓겠다는 제주시…그 빚은 누가 갚나요?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0.10.03 14: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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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窓] 729억원 투입되는 ‘신청사 건립’ 사업
일반회계 안 되면 지방채 발행·민간위탁 등 검토
시민 불편 줄인다지만 돈 들인 만큼 편익 있을지
정확한 설명·‘빚 갚을 사람들’ 동의 먼저 물어야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제주시가 신청사 건립을 추진 중이다. 지어진지 68년된 본관 건물과 5개 별관, 10개 동으로 분산된 부서를 하나로 모아 시민 이용 불편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729억원에 이르는 사업비로, 국비 지원이 없는 전액 지방비 부담이다. 제주시는 '빚'을 내서라도 신청사 건립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주시청사 전경. © 미디어제주
제주시청사 본관 전경.

안동우 제주시장도 신청사 건립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지난달 28일 가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재원 확보에 대한 몇 가지 방안을 설명한 바 있다. 안 시장은 "일반회계가 바람직하다"고 하면서도 "어렵다면 지방채 발행 방안, 민간 위탁하는 방안, 또는 일부 공유재산을 매각해서 확보하는 방안 등이 있다"고 말했다.

일반회계는 제주특별자치도가 편성하는 예산에 제주시 청사 건립비를 반영하는 것이다. 지방채 발행과 민간위탁은 갚아야 하는 '빚'이다. 공유재산 매각 안은 제주시 청사를 새로 짓기 위해 갖고 있는 다른 재산을 팔아서 돈을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제주시 신청사 건립은 지난달 15일 열린 제주도공유재산심의를 통과했고 올해 내 제주도의회 심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 투자사업 중앙심사는 지난 4월 통과했다. 제주시는 우선 내년 예산에 신청사 건립을 위한 설계용역비 공모 1000만원을 반영할 계획이다. 오는 2022년 설계에 들어가고 2023년엔 건립 예산을 반영한다는 계산이다.

제주시청 제5별관 종합민원실. © 미디어제주
제주시청 제5별관 종합민원실. © 미디어제주

여기서 드는 의문은 수백억원을 쏟아부어가며 신청사를 지어야만 하는가다. 제주도가 도민의 94%인 64만여명의 신청을 받아 지난달 29일 오후 3시까지 지급한 제주형 2차 재난긴급생활지원금이 28만3881건에 638억여원인 점을 볼 때 729억원을 들이는 신청사가 그만큼 효과가 있을까.

제주시는 지난해 <미디어제주> 취재 당시 신청사 건립의 주목적이 시민 불편 해소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는 제주연구원이 2017년 6월 내놓은 '제주시청 청사 재정비를 위한 타당성 및 기본 구상' 연구다. 이 연구의 설문 응답 시민 중 75%가 신청사 건립에 찬성했다는 것이다.

응답자 203명 중 '통합 청사 신축'에 대해 13.8%가 "매우 필요하다"고 했고 29%가 "필요하다"고 했다. 31.5%인 "보통"까지 합해야 74.4%다. "보통이다"는 응답을 뺀 "필요하다"는 응답은 42.9%에 불과하다.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한다는 논리가 부족하다.

제주시가 추진하는 신청사 조감도. [제주시]
제주시가 추진하는 신청사 조감도. [제주시]

그렇다면 제주시는 왜 수백억원의 '빚'을 내서라도 신청사를 지으려는 것일까. 지역 건설경기 부양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또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일반회계(예산)에서 과도하게 책정되거나 시급하지 않은 부분을 줄여 사업비를 마련해서 추진한다면 모르겠지만 일부러 '빚'을 내면서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이미 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을 위해 제주도가 해마다 1500억원 가량의 지방채를 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다시 제주시 신청사 건립을 위해 지방채를 추가하는 것은 '빚'에 '빚'을 더하는 셈이다. 그 '빚'은 제주시민, 아니 제주도민이 갚아가야 하는 것이다.

"당장 내 돈 나가는 게 아니다"라는 무책임한 생각에서 결정된 계획은 아니겠지만 공무원 몇 명이, 전문가 몇 명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숙고와 함께 시민들을 상대로 정확하게 설명하고 사업에 대한 동의 여부를 먼저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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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말 2020-10-05 13:50:01
옳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