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청사 신축 ‘시민 불편’ 때문?…700억 들일 정도 불편인가
제주시 청사 신축 ‘시민 불편’ 때문?…700억 들일 정도 불편인가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9.12.11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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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窓] 통합 청사 신축 위해 ‘시민’ 끌어들인 제주시
실제는 본관 노후·소통광장 조성·공무원 업무 효율 때문
‘시민 75% 찬성’ 논리 위해 연구보고서 ‘자의적 해석’도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제주시가 신청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사업비만 729억원으로 추산된다.

제주시 행정당국은 신청사 건립 이유로 건축된 지 67년이 지난 본관 건물 등 시설물 노후와 5개 별관, 10개동으로 분산 배치에 따른 시민 이용 불편을 들었다.

특히 청사 분산 배치로 인해 시청을 찾는 시민들의 이용 불편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고 밝혔다. 시민 불편 해소가 주목적이라는 것이다.

제주시청사 전경. © 미디어제주
제주시 청사 본관. © 미디어제주

하지만 ‘누가’ 불편함으로 제기했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서류로 접수된 민원은 없으나 안내도움센터 등에 민원인이 이용 불편을 이야기하는 것은 있다는 정도다.

제주시는 청사 신축을 시민들이 요구한다는 근거로 제주연구원이 2017년 6월 내놓은 ‘제주시청 청사 재정비를 위한 타당성 및 기본 구상’ 연구를 들고 있다.

해당 연구에서 설문에 응답한 시민 중 75%가 시청사 신축에 찬성했다는 것이다.

제주시가 제시한 근거는 연구보고서 67쪽 ‘제주시청 통합 청사 신축에 대한 견해’ 문항이다.

이 문항에서 응답자의 13.8%가 ‘매우 필요하다’고 했고 29.1%가 ‘필요하다’고 했다. ‘보통’이 31.5%로, 보통까지 합해야 74.4%다.

제주시청 제4별관. © 미디어제주
제주시청 제4별관. © 미디어제주

제주시는 ‘제주시청 통합 청사 신축에 대한 견해’ 문항에서 ‘보통’이라는 응답까지 포함한 수치를 ‘찬성’으로 본 것이다.

게다가 응답자 수가 총 203명이어서 제주시가 주장하는 ‘찬성’ 응답자는 151명에 불과하다. ‘보통’을 빼고 실질적으로 통합 청사 신축에 찬성한 ‘필요’와 ‘매우 필요’ 응답자는 87명에 그친다.

제주시는 고작 87명 혹은 151명의 의견을 두고 많은 제주시민들이 통합 청사 신축에 찬성한다는 논리를 핀 것이다.

제주시청 제5별관 종합민원실. © 미디어제주
제주시청 제5별관 종합민원실. © 미디어제주

오히려 다른 문항에서는 제주시가 주장하는 ‘청사 분산 배치로 인해 시청을 찾는 시민들의 이용 불편’과 대치된다.

‘시청 방문 시 업무처리(방문) 부서 찾기 용이성’ 항목에서 전체 응답자 204명 중 ‘어렵다’가 21.1%(43명), ‘매우 어렵다’가 2.9%(6)였다.

되레 ‘쉬운 편이다’가 35.3%(72명), ‘매우 쉽다’가 2.5%(5명)으로 ‘어려운 편’(24%)보다 ‘쉬운 편’(37.8%)이 더 높다.

제주시청 공간에 대한 이용 만족도에서도 불만족하다는 응답이 전체 204명 중 38.8%(매우 불만족 7.4% + 다소 불만족 31.4%)이고 만족한다는 응답이 36.7%(매우 만족 3.4% + 대체로 만족 33.3%)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제주시청 제1별관 내 복도 안내선. © 미디어제주
제주시청 제1별관 내 복도 안내선. © 미디어제주

제주시는 그럼에도 청사 신축 이유로 시민 이용 불편 해소를 들고 있는 것이다.

제주시 담당 부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민원인들이 찾아오면 앉을 곳도 없는 부서가 있고 부서를 찾아다는데도 불편하다”며 “오죽하면 내부 복도에 안내선까지 했겠느냐”고 토로했다.

“700억원 이상 들여야 할 불편인가”라는 물음에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만 “구조문제와 청사 본관 노후, 소통광장 조성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며 “시민 불편과 공무원 업무의 효율성을 위한 것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제주시가 통합 청사 신축 이유로 내세운 ‘시민 불편 해소’는 다른 여러 사유 중 하나라는 것이다.

제주시가 추진하는 신청사 조감도. [제주시]
제주시가 추진하는 통합 신청사 조감도. [제주시]

시민들의 시청 부서 방문 불편함 해소를 위해 729억원을 들여 통합 청사를 새로 짓겠다는 논리는 아무리 봐도 군색하기만 하다.

공무원들이 통합 청사 신축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시민들’을 끌어들인 모양새다.

제주시가 청사를 새로 짓고 싶다면 차라리 “청사가 오래되고 부서가 여러 건물에 나뉘어 있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소통광장도 만들려 한다. 시민들이 양해를 해준다면 세금 729억원을 들여 청사를 통합하겠다”고 이해를 구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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