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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고교에 한국어 IB 도입… “IB, 네가 궁금해!”
제주 고교에 한국어 IB 도입… “IB, 네가 궁금해!”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4.18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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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교육청, 대구와 함께 한국어 IB DP 도입 추진
고교 2~3학년 동안 IB 과목 이수, 대학 진학도 가능
국내 공교육의 대안 vs 현행 입시제도 개선 선행돼야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과 대구광역시교육청이 공교육에 한국어 IB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지난 17일 오후 2시에는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국제 바칼로레아 한국어화 추진 확정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그렇다면 IB란 무엇이며, 무엇이 좋기에 한국어 IB를 추진하겠다 결정한 걸까? 지금부터 알아보자.

IB 프로그램, 공신력은 세계가 '인정'

IB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를 감독하는 교육기관은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다.

IBO는 1968년 스위스 제네바에 설립된 기관이다. IBO는 IB의 모든 과정을 주관하며, 2019년 4월 18일 기준 153개국 5000여개 학교에서 IB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대학 입시에서 IB DP(IB Diploma Promramme) 과정을 성적으로 인정하는 대학은 150여개국, 2000여개가 넘는다. 한국의 경우 서울대, 카이스트, 연세대 등이 IB DP 과정을 입시 자격으로 인정한다.

이처럼 IB는 이미 전 세계가 공인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싱가포르는 2004년부터 교과과정을 IB로 바꿔왔으며, 일본은 2020년부터 공교육에 도입하기로 했다. IB 교육을 공교육의 일환으로 인정하며 IBO-정부 간 협약을 맺은 나라에는 미국, 스페인, 일본, 말레이시아, 에콰도르, 캐나다가 있다.

IB 교육과정을 도입하고자 하는 학교는 IBO의 엄격한 인증과정을 거쳐야 한다. IBO는 3년에서 5년간 학교 시설, 교원, 재단, 행정체제, 예산 투명성, 학부모와의 관계 등을 살펴 학교를 검증한다.

일부 언론에서 제주와 대구가 국내 IB의 첫 사례라고 말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공교육의 일환으로 한국어 IB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최초가 맞지만, 국내 최초로 IB 프로그램이 도입된 것은 1980년이다. 또한, 국제학교가 아닌 한국의 고등학교에 IB가 도입된 첫 사례는 경기외고다.

2009년 경기외고는 IB DP 과정을 도입하려 했지만, 난관에 봉착한다. IB DP가 고등학교 교육 과정으로 인정받으려면, 법적 근거가 필요한데 이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법적 근거란, ‘국내 고등학교에서 공교육이 아닌, 국제 교육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담긴 조항을 말한다.

이에 교육부는 2009년 10월, <교육과정 편성·운영 기준> 조항 안에 “학교는 필요에 따라 대학과목 선이수제의 과목을 개설할 수 있고, 국제적으로 공인된 교육과정이나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라는 내용을 신설하게 된다.

IB DP 도입의 근거가 되는 조항이 신설되자 경기외고는 곧 IBO의 인허를 받는다. 그리고 일 년 가량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1년부터 지금까지 IB DP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경기외고를 포함해 총 13개의 학교에서 IB DP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13개 학교 중 공립 학교는 없다. 모두 국제학교 혹은 사립학교다. IB 교육 프로그램에서 공식 제공하는 언어는 영어, 불어, 스페인어인데, 이들 학교에서는 IB DP 과정을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

제주와 대구가 도입하겠다고 밝힌 IB는 한국어 과정이다. 단, 이를 위해서는 IB 과정의 한국어화를 위한 IBO와의 협약이 필수다. 협약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협약이 진행돼야 본격적인 한국어 IB 도입을 위한 준비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IB 교육 프로그램, 어떻게 진행되나요?

IB란, International Baccalaureate의 약자로 '국제 바칼로레아'를 뜻한다. 여기서 바칼로레아(Baccalaureate)는 프랑스의 논술형 대입자격시험을 뜻한다.

IB 프로그램은 3세부터 19세 학생을 대상으로 제공되며, 총 네 가지가 있다.

IB PYP: 초등 교육 프로그램 (Primary Years Programme), 3~12세

IB MYP: 중등 교육 프로그램 (Middle School Years Programme), 11~16세

IB DP: 디플로마 (Diploma Programme), 16~19세

IB CP: 커리어 관련 프로그램 (Career-related Programme), 16~19세

먼저 IB PYP는 3세부터 12세까지가 교육 대상이다. 1년 동안의 프로그램이며, 지식 습득과 함께 아동의 성장, 감성, 사회성 발달을 위한 다양한 체험 연구 활동이 진행된다.

IBO가 밝힌 PYP의 필수 요소로는 지식(Knowledge), 개념(Concepts), 기술(Skills), 태도(Attitudes), 행동(Action)이다.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개념을 이해하며,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IB MYP는 11세부터 16까지가 교육 대상이다. 기본 5년 동안 진행되는데, 2~4년으로 약식 진행을 하기도 한다.

MYP는 청소년에게 필요한 지식, 상호 이해, 사회성 등을 기르는 것이 목적이다. 아이들은 단순한 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개념을 이해하고, 스스로 탐구하는 학습법을 배운다. 이러한 학습은 청소년이 자라 사회로 나갔을 때, 자신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MYP에서 배우는 과목 분야는 언어 습득, 언어와 문학, 과학, 수학, 예술, 사회, 체육, 디자인 총 8개가 있다.

IB DP는 16세부터 19세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언어 습득, 언어와 문학, 과학, 수학, 예술, 사회 분야별로 한 과목씩 선택해 공부한다. 교과 수료는 아래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지식 이론(Theory of knowledge): 철학, 도덕, 논술을 하나로 통합한 과정이다. 이성적으로 비판하는 법을 배운다. 총 100시간의 수업을 듣는데, 1200~1600 단어로 구성된 에세이와 한 개의 과제를 이행해야 한다.

심화된 에세이(The extended essay): 학생이 스스로 탐구하고 싶은 주제를 설정하고, 연구해서 4000자 분량의 에세이를 작성한다.

예를 들면, ‘언어와 문학’ 과목에서 ‘정보 전달의 수단은 언어뿐이 아니다’라는 탐구주제를 설정한다. 이에 ‘영상’이 어떻게 정보 전달의 수단이 될 수 있는지 토론한다. 학생들은 학교를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며 ‘영상이 정보 전달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배운다.

창의력, 행동, 봉사(Creativity, activity, service): 공교육 과정에 없는 새로운 내용을 배운다. 창의력 활동 50시간, 몸으로 하는 활동 50시간, 봉사 활동 50시간을 2년 동안 이수해야 한다.

흔히 언론에서 다루는 IB는 DP과정인 경우가 많다. 제주와 대구에서 도입하겠다고 밝히며, 관련 협약서 체결을 준비하고 있는 IB 한글화 역시 IB DP과정을 한국어로 하기 위함이다.

국내에 한국어 IB DP가 도입되면, 고등학교 2학년부터 3학년까지 IB 교육을 받게 된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일반 공교육과 동일한 교육을 받는다.

 

IB 과정이 도입되면, 뭐가 좋을까?

, 그렇다면 IB의 장점은 뭘까? IBO 공식 홈페이지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IB의 장점은 아래와 같다.

첫째, ‘개념’을 확실하게 익혀 탐구하는 방식은 해당 과목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익히는 것으로 확대된다. 박학다식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각자 흥미 있는 주제를 선정해 연구하기 때문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학습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셋째, 제2외국어를 그들의 문화, 문학 작품으로 익힌다. 이는 외국어를 습득하는 것을 넘어 나와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것으로 발전한다.

넷째, 그룹 활동을 통해 글로벌 사회, 급변하는 세계 상황 속에서 사람들과 교류하는 법을 배운다.

다섯째, 유학 없이 전 세계 명문 대학에 입학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여섯째, 글쓰기나 토론 위주의 수업은 대학 진학 후, 논문 작성 등 과제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질문할 줄 모르는’, ‘단순 암기하기에 급급한’ 국내 교육 현실에서 한국어 IB 도입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누가 시켜서, 단지 대학을 가기 위해 받는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궁금해서’ 찾아 배우는 학습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궁금한 것을 묻고, 더 깊이 생각해보는 ‘자기주도적 학습법’을 통해 학생은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익히게 된다. 이는 아이들이 올바른 정서를 가진 ‘좋은 어른’으로 자라나는 데도 도움이 된다.

 

IB, 단점은 없을까?

이미 국제적으로 좋은 교육 방식이라 인정받고 있는 IB. 단점은 없을까?

IB의 가장 큰 단점은 역시 국내 대입 현실이다. 서울대, 카이스트, 연세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서강대 등이 IB DP 성적을 인정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에 IB DP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이러한 현실을 충분히 숙지한 후 선택해야 한다. ‘대학 입학’이 목표라면, IB보다는 공교육을 통해 수능 준비를 하는 편이 리스크가 적다고 할 수 있다.

즉, 국내에 이미 뿌리 깊이 박힌 대학의 서열화, 학벌 사회라는 현실 타개 없이는 아무리 좋은 교육 프로그램이라도 의미가 없다.

문제는 또 있다. IB DP가 국내 고등학교에 도입되려면 이를 위한 교사 양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IB는 시험을 보기 위한 교육 과정이 아니다. ‘해당 과목에 대한 깊은 지식 습득’이 IB의 목적이다. 따라서 IB 과정에서 치루는 시험은 객관식 문항이 아닌, 깊이 생각해야 풀 수 있는 논술형이 주를 이룬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교사들은 이에 대한 부담을 갖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18일 전교조 제주지부는 IB DP 도입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평가 방식에 대한 신뢰성 문제도 제기된다. 주관식 논술 문제에 대한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려면, 앞서 말했듯 전문인력(교사) 양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데 교사 입장에서는 ‘일이 많아지는’ 거라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수업 시간에는 엎드려 자고, 학원에 가서 공부하는 대한민국 교실 풍경. 단 한 번의 시험(수능)으로 공교육 12년 과정을 평가받는 현실. 개념 이해 없이 암기만 했기 때문에, 시험 후에는 다 잊어버릴 수밖에 없는 ‘입시 위주’ 교육의 단점.

대한민국 공교육이 가진 이러한 문제들을 한국어 DP 과정으로 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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