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후엔 제주도를 떠나 대구에 살아야 할까봐요”
“20년 후엔 제주도를 떠나 대구에 살아야 할까봐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08.09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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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비자림로 확장하는 어리석은 제주도를 향해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루소는 그랬다.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그런데 우린 루소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외쳤지만 왜 그랬는지는 제대로 모른다. 루소는 그의 저서 <에밀>을 통해 도시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도시는 편리할 수는 있겠으나,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게 도시임을 그는 외쳤다.

도시는 좋긴 할까. 나쁘진 않다. 삶의 질을 꺼낼 때 ‘도시화’는 좋은 의미의 도시로 읽힌다. 도시화는 곧 삶의 질이 나아졌음을 보여주는 지표이기에 그렇다. 그러나 도시화는 각종 개발에 따른 문제를 안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구는 더워진다. 이대로 가면 더위를 막지 못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도시화는 심각한 문제덩어리다. 우리 눈에 보이는 도시는 자연을 배반한다. 인간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 차량을 위한 도시로 변하는 세상이다.

제주도는 더더욱 그렇다. 중앙차선을 만든다면서 뽑힌 나무는 어디로 갔을까. 차폭을 넓힌다면서 그나마 있던 가로수도 사라지고, 인도 폭은 더 좁아지고 있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자연을 도시에 불러내야 한다. 더 많은 나무를 심어야 하고, 차폭도 더 줄여야 한다. 차량이 다니기 힘들다며 차폭을 넓혀주는 행위를 자랑삼아 떠드는데, 세상에 그런 멍청한 일은 없다.

제주도는 차량 위주 정책을 펼치며 온갖 나무를 베고 있다. 비자림로 확장은 그런 제주도 행위의 사례 가운데 하나이다. 환경부의 도로 확장 재검토 요구까지 무시했다고 하니, 대단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거기에 부화뇌동한 지역구 도의원도 마찬가지이다.

제주도, 나무 심기는 뒷전이고 있는 나무 베기에 혈안

‘대프리카’ 대구는 1996년부터 산림녹화 100년 계획

대구에 20년간 3464만 그루 심어…가로수도 2줄 3줄

자연을 거스르면 반드시 응징을 받는다. 지구가 왜 더위에 고통을 받고 있을까. 자연을 거스르는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를 베고, 녹지를 없애는 행위는 자연은 거스르는 대표적 행위이다. 거듭 얘기하지만 더위를 이겨내려면 자연을 불러내지 않으면 안된다. 내 가까운 곳에 나무가 있고, 땅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차량을 위해 나무를 잘라내고, 땅을 포장한다. 햇볕을 받은 도로는 뜨거워지고, 그 뜨거움을 뱉어낸다. 열섬현상이 일어나는 건 당연하다. 그걸 막을 자는 바로 자연이다.

‘대프리카’로 불리는 대구 사례를 들여다보자. 대구는 너무 덥기에 아프리카를 끌어들여 ‘대프라카’로 부르지만 이젠 대구에 그런 이름을 지어주는 게 미안하다. 대구보다 더 더운 곳이 많다. 대구는 자연을 일부러 도심에 끌어들여 더위를 억제하는 대표적인 도시이다. 대구시는 인구 대비 가로수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시민 14명당 1그루나 된다. 면적당 가로수 수량도 1등이다. 가로수도 달랑 한줄이 아니라 2줄, 혹은 3줄의 가로수도 있다.

대구시의 가로수. 한줄도 아니고 2줄, 3줄이다. 국책보상로(왼쪽)와 2.28기념공원. ⓒ대구시 블로그 '다채움'
대구시의 가로수. 한줄도 아니고 2줄, 3줄이다. 국책보상로(왼쪽)와 2.28기념공원. ⓒ대구시 블로그 '다채움'

대구의 가로수는 원래 많지는 않았다. 대구는 더위를 이기기 위해 ‘산림녹화 100년 계획’을 세우며 나무를 심어왔다. 푸른대구 가꾸기 사업이 바로 그 일환이다. 푸른대구 가꾸기 사업은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차 사업을, 2차는 2007년부터 2011년, 3차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했다. 대구시는 20년 진행된 1~3차 사업을 통해 3982억원을 투입해 무려 3464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4차 푸른대구 가꾸기 사업은 지난해부터 진행해오고 있다. 2021년까지 진행될 이 사업엔 7757억원이 투입된다.

어느 한곳은 나무를 베기 혈안이고, 어느 한곳은 나무 심기에 열정이다. 계속 더워질텐데, 앞으로 20년 후엔 어떻게 될까. 대구시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가 되고, 제주도는 땡볕에서 살아가야 하기에 삶의 질은 최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시카고대 연구진이 지난 2015년 <대도시 도심의 녹지와 건강>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내놓은 적이 있다. 이 보고서는 가로수의 증가가 인간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한 구획당 가로수를 10그루 더 심으면 연간 개인소득이 1만달러 늘거나, 평균소득이 1만달러 더 많은 동네로 이사했을 때 느끼는 정도로 건강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11그루를 더 심었을 때는 더 좋은 효과를 보였다. 연간 개인소득이 2만달러 늘거나, 2만달러 동네로 이사했을 때의 효과를 봤다는 점이다. 개인건강도 심장대사 위험이 줄고 뇌졸중, 당뇨, 비만 등도 개선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사람은 자연과 살아야 한다. 대구처럼 살아야 한다. 늦진 않았다. 나무를 잘라내고, 없애는 일을 하지 말고 도심에 자연을 들여오자. 이왕이면 미세먼지도 걸러주는 잎이 넓은 나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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