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21:11 (금)
“고소하면 너는 내부 고발자…당신이 이해해 달라”
“고소하면 너는 내부 고발자…당신이 이해해 달라”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8.03.19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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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 모 신협 성추행 신고 20대 여성 ‘미투 선언’
“회식 2차 노래주점에선 여직원과 남성 임원 1대1 춤”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지난 8일 자신이 다니던 도내 모 신협의 30대 남성 직원을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여성이 19일 '#미투 선언문'을 통해 당시와 이후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여성은 자신을 '이민정'이라는 가명으로 소개하며 조직 내 성추행에 대해 회사에 보고했지만 보호받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제주여성인권상담소‧시설협의회와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여민회 등이 19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미투 선언’ 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제주여성인권상담소‧시설협의회와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여민회 등이 19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미투 선언’ 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19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진행된 '제주지역 #미투 선언 지지 기자회견'에서 민정씨는 참석하지 않았고 선언문은 성지은 제주여성상담소 상담원이 대신 읽었다.

민정씨는 선언문에서 "지난달 23일 회사 1차 회식을 마치고 2차 회식을 가는 과정에서 승용차 뒷 자리에 4명이 앉았는데 오른쪽 끝에 앉았던 남성 직원이 내 손을 몇 차례 움켜잡더니 결국 목을 끌어당겨 강제키스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이를 피하기 위해 얼굴을 다른 방향으로 돌렸고 가해 남성은 제 오른 쪽 빰에 키스를 했다. 너무 놀라 비명도, 저항도 할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민정씨는 "피해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회식 2차 장소인 노래주점에서 여직원들이 남성임원들과 1대1로 춤을 추는 광경을 목격하고 포기했다"고 전했다.

“직장 내 남성 간부들에게 불려 다니며 2차 피해” 주장

“퇴사 뒤 임원이 전화로 ‘고소하지 말고 있어라’” 발언도

또 "지난 5일 회사에 성추행 사실을 알리고 가해남성, 직장 간부 등과 3자 대면을 했지만 가해자는 '술에 취해 기억이 안난다'고 했고 동석한 간부에게 '가해자를 고소한다면 제가 회사생활을 잘 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며 "돌아온 답변은 '고소하는 것은 네가 알아서 하는 데 이 일이 외부로 유출돼 공론화되고 기사화까지 된다면 이미지상 우리가 불편해진다. 기사회는 안된다'라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성지은 제주여성상담소 상담원이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제주지역 모 신협 내 30대 남성 직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민정씨(가명)의 '미투 선언문'을 대신 읽고 있다. ⓒ 미디어제주
성지은 제주여성상담소 상담원이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제주지역 모 신협 내 30대 남성 직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민정씨(가명)의 '미투 선언문'을 대신 읽고 있다. ⓒ 미디어제주

민정씨는 회사 내 2차 피해에 대해서도 피력했다.

민정씨는 "회사 내 다수의 남성 간부들에게 '개인면담'의 명목으로 붙들려 피해 사실을 확인시켜 줘야만 했다"며 "그 외에도 '고소하면 너는 내부 고발자가 되는 것이다', '좁은 제주 사회에서 외부에 알려지면 좋을 것 없다', '고소하지 말고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해라', '우리는 보수적인 회사다' 등의 발언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퇴사 하루 뒤에는 모 임원이 전화로 "'회사 내부적으로 처리할 것이니 고소하지 말고 있어라. 내가 취임한지 얼마 안 된 거 알지 않느냐. 민정씨가 이해 좀 해 달라'는 말을 했다"며 "회사 간부 중 누구도 피해를 당한 내 마음을 이해해 준 적이 없는데 나는 어떤 마음으로 취임 초기의 회사 임원을 이해해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민정씨는 "미투 선언을 하는 이유는 누군가 더 이상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고 숨죽이고 있어야 하는 이름모를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며 "나약한 제 울림이 두려움에 갇혀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는 피해 여성들이 용기를 낼 수 있는 균열의 시작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미디어제주>는 민정씨가 다녔던 제주 지역 모 신협 측에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며 연락처까지 남겼으나 이날 오후 1시까지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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