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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김태환 제주도지사 조사
[전문] 김태환 제주도지사 조사
  • 미디어제주
  • 승인 2006.12.1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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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제주지사 영결식 조사]

이영두 서귀포시장님, 김홍빈 해영호 선장님,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어느 망망대해를 떠돌고 계신 겁니까? 아니면 이어도로 가신 겁니까?
겨울바다가 차갑습니다.
지난 20일간 가족들과 친지, 민·관·군·경이 동원되어 해안가에서, 바다에서 애타게 찾는 목소리가 정녕 들리지 않는 것입니까?
이제 그만 가족의 품으로, 동료들의 품으로 돌아올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오늘 방어축제 체험행사로 해영호가 조난사고를 당한지 20일이 되는 시점에서, 이영두 서귀포시장님과 김홍빈 선장님에 대한 서귀포시장 합동영결식에, 온 도민의 슬픔과 정성을 모아 삼가 머리를 숙입니다.

이영두 시장님,
김홍빈 선장님,
제가 방어 축제 ‘축사’ 대신에 이렇게 ‘조사’를 바쳐야할 줄을 꿈엔들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밉습니다. 그렇게 허망하게 우리 곁을 떠나신 님들이 밉습니다.
우리가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우리 한 번 손잡고 21세기 서귀포시의 역사, 제주특별자치도의 역사를 바꾸어 잘 사는 서귀포시, 잘 사는 제주특별자치도를 만들어 보자고 그렇게 사나이들끼리 다짐을 하지 않았습니까?

어디에 계십니까?
대답해 주십시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도민과의 약속을 어겨본 적이 없는 님들의 성실하고, 품성의 됨됨이를 제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제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습니다.
무릇 ‘사자(死者)는 생자(生者)를 지배한다’고 했습니다.

님들은 언제 어느 곳에 있건 간에 도민들에게 했던 그 약속을 저와 함께 끝까지 같이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렇게 님들이 우리와 함께 하는 한, 특별자치도를 통해 제주의 특색을 극대화 하는 초일류 국제자유도시를 이루고자 했던 우리의 21세기 그 약속, 그 꿈은 반드시 성취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한미FTA협상이 열리는 미국의 몬태나주에 출장을 가 있으면서도 감귤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과 함께 이곳 사고현장의 소식에 한 쪽 귀를 열어 두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날이 지날수록 초조하고 애가 타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귀국하자마자 곧바로 사고대책수습본부로 향했고, 앞으로도 실낱같은 희망은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영두 서귀포시장님 가족들이 ‘내 남편이 살아 계셨다면 장기간의 공무원 동원으로 행정에 지장이 되는 일은 결코 바라지 않을 것’이라는 이해의 말씀과 함께 ‘서귀포시민들을 한없이 사랑하고 존경했던 그 뜻을 이어 받아 살아갈 것’이라는 말씀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평소에 지역발전에 열정적으로 봉사해 오셨던 김홍빈 선장님의 가족들도 고생해 주신 모든 분들께 고마움을 표하면서 기꺼이 뜻을 모아 주셨습니다.

이렇게 ‘나 보다도 남’을 위하는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려주시는 가족들이 있었기에 사랑하는 남편, 사랑하는 아버지가 사회적으로 큰일들을 하실 수 있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불러보고 싶습니다.

이영두 서귀포시장님,
김홍빈 해영호 선장님,
이제 헤어져야할 시간입니다.

제가 이 세상에서 님들께 진 빚이 있다면 저 세상으로 가서라도 반드시 갚겠습니다.
남아 있는 가족들은 저희들이 정성껏 보살피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님들의 못 다한 꿈이 무엇인지를 항상 기억할 것입니다.
2006년 제주역사가 기억해야할 님들이시여,

언제나 제주특별자치도, 그리고 도민들이 21세기 희망봉을 찾아 떠나는 길에 등대가 되어 앞길을 훤히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이 세상에서 지치신 몸, 저 세상에서 편히 쉬소서.

2006년 12월 17일
제주특별자치도지사 김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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