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21:11 (금)
한국공항 먹는샘물 승소, '후폭풍'
한국공항 먹는샘물 승소, '후폭풍'
  • 한애리 기자
  • 승인 2006.12.15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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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결정에 제주사회 강력 반발
제주도-시민단체 잇따라 비난 입장

한국공항(주)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보존자원(지하수) 도외반출허가처분중 부관취소' 청구소송, 즉 먹는샘물의 국내시판을 불허한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는 한국공항의 청구소송에 대해 광주고법 제주부가 한국공항의 손을 들어준 것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이에따른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이 같은 판결은 지난 6월 1심에서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 도외반출과 관련 제주도의 행정처분은 '재량행위'에 볼 수 있다"며 한국공항의 청구를 기각한  재판부의 판결을 번복한 것으로 당시 한시름 놓았던 제주도민사회에 또다시 '논쟁거리'도 떠오를 전망이다.

이러한 2심 결정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될 경우 사실상 영리기업의 제주 먹는샘물 국내시판은 허용되기 때문이다.

#광주고법 "영업의 자유 본질적으로 침해...재량권 남용 위법"

광주고법 제주부(재판장 정갑주 제주지법원장)는 15일 오후2시 한국공항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보존자원(지하수) 도외 반출허가처분중 부관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인 승소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33조 제3항은 제주도가 설립한 지방공기업 외의 자가 제주도의 지하수를 이용해 먹는샘물을 제조.판매하는 것을 불허하도록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원고와 같이 이미 지하수 개발.이용허가를 받은 후 같은 법에 따라 지하수 개발.이용기간의 연장허가를 받아오던 원고에게는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기간연장허가를 받는 한 여전히 지하수를 이용해 먹는샘물을 제조.판매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 사건 반출허가처분의 본질적 효력은 해당 지하수의 도외 반출이 보존자원인 지하수의 보호를 위협하지 아니함을 확인함으로써 지하수의 효율적 이용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인다"며 한국항공의 손을 들어줬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제주도) 스스로 각종 심사를 통해 지하수 보전, 관리에 위해가 초래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원고에게 일정량의 지하수를 취수하도록 지하수개발.이용허가 및 기간연장허가를 하고 지하수로 제조한 먹는샘물 제품을 도외로 반출하도록 허가하면서도 이미 계열사에만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철회한 원고에 대해 이 사건 부관을 붙임으로써 종전과 동일하게 판매 대상을 제한하는 것은 지하수의 보전.관리라는 행정목적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부관에 의해 원고가 먹는샘물을 일반 시장에 판매하지 않고 계열사에만 판매한다고 해 지하수 보전.관리에 어떠한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반면, 원고는 먹는샘물을 판매할 수 있는 상대가 극히 한정됨으로서 영업의 자유가 본질적으로 침해되는 불이익을 입게 되어, 피고가 이 사건 부관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그로 인해 원고가 받게 되는 불이익이 막대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 부관은 행정목적을 위하여 필요한 정도를 과도하게 넘어섰고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하여 원고가 침해받는 사익이 너무 커서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 할 것이므로, 재량권을 남용하였거나 그 범위를 일탈한 것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시민단체 "이번 판결로 지하수 관리원칙 무너질 것"
 
이날 한국공항(주)의 승소소식이 알려지자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는 제주도의 허술한 지하수 보존.관리를 강력 규탄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달 제주도 지하수관리위원회의 '삼다수 증산'결정을 통해 스스로 지하수 공수화 정책을 파기시키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며 "지하수의 도외 반출은 공익적 목적으로 제한하는 것인데 지극히 시장주의에 편승한 상품의 확대 요구에 제주도가 순응하고 만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또 제주경실련은 "제주 지하수는 너무 귀중해 시장의 논리에 맡길 수 없는 공공재"라며 "즉 제주 지하수는 단순히 법적인 규정에 의해서만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지역적.역사적인 문제 등 여러가지 사항을 고려해 결정해야 할 공공재이며 환경재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제주도당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법원의 결정이 대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진다면 제주도민의 소중한 자산이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보호해야 할 제주의 지하수에 대해 사적판매의 길이 열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하면서  "우선 기업의 이익만을 앞세운 한진그룹을 규탄하면서 아울러 상황이 이 지경이 이르도록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김태환 도정에서 그 일부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도, '당혹'...대법원에 상고

제주도는 대법원에 상고해 최종 판결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긴 하지만 재판부의 뜻밖의 판결에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제주도측 대리인인 강석보 변호사는 이날 "이번 판결로 제주도 지하수 관리원칙이 무너질 것이며, 한국공항측에서는 앞으로 지하수 증산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제주도 "지하수 공수관리원칙 내세워 대법원서 승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

또 장철 제주도 수자원본부장은 이날 판결이 있은 후 오후 4시께 제주도청 기자실을 찾아 "오늘 판결에 대해서는 무척 아쉽게 생각한다. 앞으로 상고심에서 지하수공수관리원칙 등을 내세워 반드시 승소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991년 제정된 제주도개발특별법에 지하수 굴착.이용허가제와 사전영향평가제 등 법적.제도적 관리체제가 도입된 이후 지하수 개발을 둘러싼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은 지하수의 적정한 보전관리를 위해 공기업을 제외한 먹는샘물 제조.판매를 불허하는 한편 지하수를 보존자원으로 지정·고시, 상업적 판매를 금지하고 향토문화 교류 및 실험.연구용에 한해 도외반출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다만 한국공항㈜은 지하수 개발·이용허가제를 도입한 제주도개발특별법 시행 이전인 1984년 대한항공기내 수입음료수를 국내산으로 대체하기 위한 목적으로 먹는샘물 제조업 허가를 받은 기득권을 인정, 계열사에 한해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 제주도의 입장이다.

한편 이번 법원의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향후 제주 지하수 관리정책은 근본적인 전환이 불가피해, 대법원이 최종 어떻게 판단할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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