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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잘 어우러지고 자연을 배려하는 건축물을 바란다”
“자연과 잘 어우러지고 자연을 배려하는 건축물을 바란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3.11.1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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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건축을 말하다] <3> 중산간에 들어설 SK핀크스의 건축물을 상상하며

박물관은 공공성을 지닌다. 아무리 사설박물관이라고 하더라도 박물관이라는 이름을 단 순간, 박물관은 공공의 영역이 된다. 하지만 박물관을 운영하는 이들은 그런 사실에 둔감하다. 단지 박물관이라는 이름을 따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다.

영국의 대영박물관은 런던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부를 통해 운영된다고 한다. 그래서 런던 시민들은 루브르박물관을 지닌 프랑스 파리보다 박물관에 대한 애착은 물론, 자부심이 더 높다고 한다.

제주에 숱하게 들어선 박물관은 과연 이런 기능을 가진 게 있을까. 그러려면 우선은 박물관이 가치 있는 건축물이어야 한다. 볼만한 건축물이어야 하고, 그래야 그 속에 담긴 콘텐츠도 빛을 발하게 된다.

앞서 2차례 글을 쓴 본태박물관도 박물관 기능으로서의 첫 손가락에 꼽히는 볼만한 건축물역할엔 긍정적인 점수를 주고 싶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의 애정이 어린 작품이라는 점도 그렇고, 자연에 순응해서 만들어진 건축물이라는 점에 더욱 관심이 간다.

기자가 문제제기를 한 건 자연에 앉은 본태박물관의 훼손에 있었다. 본태박물관과 SK핀크스측의 상호간의 계약 문제를 떠나 본태박물관이 박물관의 기능을 제대로 하려면 물, 즉 본태박물관 남쪽에 위치한 연못이 지닌 기능을 따지지 않을 수 없었다. 본태박물관을 설계한 안도 다다오는 연못의 파괴는 있을 수 없다는 사실(본보 118일자 도면 참조)을 적시하기도 했다.

SK핀크스에서 추진하는 리조트 공사 현장. 거대한 암반이 드러나 있다.
그래서 기자는 SK핀크스측이 리조트 공사에 대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 들어보려 했다. 기자는 담당자를 찾았고, 곧 연락을 주기로 했으나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다. 답을 하지 않는 SK핀크스를 대고 재촉할 이유는 없다. 답을 하기 싫은 걸 보니 뭔가 켕기는 게 있는 모양이다.

안도 다다오측은 좁은 땅에 무리하게 볼륨이 큰 건물이 들어설 경우 나쁜 영향을 준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SK핀크스측이 시공을 하려는 도면 위에 문제점을 하나하나 적시했다. 본태박물관 이용자와 SK 시설 이용자의 시선이 교차하지 않도록 할 것, 연못을 자연스럽게 해줄 것, SK에서 짓는 리조트의 옥상에 나무를 심어 미화를 해줄 것 등이었다. 이 가운데 가장 강하게 요구한 건 연못을 건들지 말아달라는 당부였다.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도 리조트가 들어설 경우 경관훼손을 문제를 들었다. 김태일 교수는 본태박물관의 핵심적인 공간은 2층 주요 진입구를 거쳐 박물관으로 이어지는 개방적인 통로, 1층 카페 야외공간을 통해 조망되는 주변 식생과 연못을 배경으로 하는 근경, 남쪽 먼바다와 부속 섬들을 의식하게 하는 원경을 고려하고 있다. 따라서 안도 다다오가 설계에서 의도한 풍경을 담아내는 핵심적인 공간의 약화가 우려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어차피 건물은 지어진다. 그러나 건물은 풍경이다. 자연만을 풍경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있지만 건물도 풍경이다. 그래서 건축물도 풍경으로 바라봐야 한다. 대도시의 풍경은 거대한 건축물이 주요 요소라면,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자연과 어우러진 건축물이 풍경이 된다. 건축물 자신만 잘 났다고 버티다가는 주변 풍경을 해치고 만다.

본태박물관에서 바라본 SK핀크스 리조트 공사 현장.
본태박물관이 자연과 어우러져 있다면, 그 곁에 앉을 리조트 역시 자연과 어우러져야 한다. 그래야 제주에 걸맞는 좋은 풍경을 간직할 수 있다. 이제 남은 건 SK핀크스측의 의지이다. 주변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식의 건축행위를 할지, 그렇지 않고 자연과 그 속에 담긴 건축물끼리 상호간의 호흡이 잘 맞게 할지의 여부는 SK에 달려 있다. 그건 제주의 자연, 제주의 자연을 만끽하려고 본태박물관을 찾는 이들, 건축이 될 SK핀크스 리조트를 찾는 이들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안도 다다오가 생각하는 자연과 풍경, 그 속에 담긴 건축의 의미를 읊어보겠다. “대지 안에서 건물이 여백을 지배하려고 하지만, 동시에 건물은 여백으로부터 지배를 받는다. 건물이 자립해서 개성을 가지려면 건물뿐만 아니라 그 여백이 자신의 논리를 가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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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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