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건축을 말하다] <2> 안도 다다오가 바라보는 본태박물관의 의미
안도 다다오는 특이한 이력의 건축가이다. 건축이라는 행위는 아주 특별한 수행과정을 거치지만 안도에겐 그런 과정이 없기에 그렇다. 건축인이라면 대학의 정규수업을 밟은 뒤 건축사라는 면허를 따더라도 건축사사무소에서 일정 시간을 보내는 게 일반적이다. 안도가 특이한 건 바로 이런 과정이 없다는 점이다.
안도는 권투선수로도 활약했고, 독학으로 자신의 몸에 건축을 배게 했다. 현대 건축을 일으킨 르 꼬르뷔지에의 건축에 반해 그를 스승으로 모시려고 먼 원정을 떠나기도 했다. 그가 프랑스 파리에 도착했을 때는 르 꼬르뷔지에는 세상과 결별했으나 그의 이같은 일련의 행동은 안도의 건축에 대한 열정을 읽게 만든다.
안도의 열정은 자신만의 건축의 꽃을 피우는데 일조를 했다. 그에게 건축이란 자연이다. 안도의 건축은 자연을 배반하지 않는데 있다. 자연을 끌어들이려 하고, 자연을 거부하는 이들에겐 참으라고 한다. 그에게 첫 건축상을 준 ‘스미요시 연립주택’은 바로 자연을 배반하지 않는 그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보는 바로미터나 다름없다. ‘스미요시 연립주택’은 비가 올 때 무척 불편하다. 방에서 방으로 옮길 때는 우산을 써야 한다.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그의 건축은 ‘스미요시 연립주택’에서처럼 자연이 건물에 들어 있고, 건물도 자연을 배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두가 길어졌으나 작품성 훼손 위기에 처한 본태박물관도 자연 속에 들어앉았고, 건축물로서의 본태박물관도 자연을 거부하려 하지 않는다.
안도 다다오는 물을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 물은 자신의 건축을 완성시키는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물과 건축물이 따로 놀지 않고, 하나로 합일된다. 일본 홋카이도에 있는 ‘물의 교회’도 그렇고, 일본 교토에 있는 ‘타임즈’ 역시 물과의 관계를 떠나서 얘기할 수 없다.
본태박물관도 마찬가지이다. 본태박물관의 핵심은 건축물 하나에 있는 게 아니라, 건축물과 그 건축물과 연계선상에 있는 연못에 있다. 물이 이 건축물의 핵심 요소인 셈이다.
그렇다면 안도 다다오는 SK핀크스에서 추진하는 리조트 건립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미디어제주>는 SK핀크스가 추진하고 있는 리조트시설 신축공사 도면에 안도 다다오가 문제점을 적시한 도면을 입수했다. <도면 참조>
그 도면에 안도는 연못을 존중해 줄 것을 강력하게 당부하고 있다. SK핀크스의 리조트 건물은 본태박물관 남쪽에 위치한 연못을 잘라내서 들어서게 돼 있다. 안도는 그 점을 지적하며, ‘건축물이 A보다 왼쪽으로 나오지 않도록 배치계획을 정해달라’(도면의 파란색 사각형)고 하고 있다.
또한 안도는 ‘연못의 높낮이를 내지 말아달라’(도면의 초록색 사각형)고 했다. 안도는 자신이 설계한 본태박물관이 제주자연에 순응하는 건축물로 온전히 남아 있기를 도면 위에 쓴 글을 통해 펼쳐보인 셈이다.
그렇다고 안도는 건물을 짓지 말라고는 하지 않고 있다. 기업이 소유한 땅에 건물을 짓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박물관에서 건물이 도드라져 보이지 않게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본태박물관은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니지만 안도는 그 작품에 상당한 애정을 기울이고 있다. 그의 최근 작품을 모은 작품집 ‘안도 다다오 – 최신 프로젝트2’에 본태박물관이 소개돼 있다. 본태박물관은 이 작품집에 나온 20개의 건물 가운데 가장 작은 규모이지만 14쪽에 걸쳐 소개할 정도로, 애정을 가진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자신의 땅에 건물을 짓는 걸 뭐라고 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냥 개인도 아니고, 대기업이 제주의 땅에 건축을 한다면 제주의 자연과 제주의 건축에 대한 예의는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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