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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제주 땅에 건축한다면 제주자연에 예의는 갖춰야”
“대기업이 제주 땅에 건축한다면 제주자연에 예의는 갖춰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3.11.08 08:4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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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건축을 말하다] <2> 안도 다다오가 바라보는 본태박물관의 의미

SK핀크스 리조트 건물 위치에서 바라본 본태박물관과 연못.
안도 다다오는 특이한 이력의 건축가이다. 건축이라는 행위는 아주 특별한 수행과정을 거치지만 안도에겐 그런 과정이 없기에 그렇다. 건축인이라면 대학의 정규수업을 밟은 뒤 건축사라는 면허를 따더라도 건축사사무소에서 일정 시간을 보내는 게 일반적이다. 안도가 특이한 건 바로 이런 과정이 없다는 점이다.

안도는 권투선수로도 활약했고, 독학으로 자신의 몸에 건축을 배게 했다. 현대 건축을 일으킨 르 꼬르뷔지에의 건축에 반해 그를 스승으로 모시려고 먼 원정을 떠나기도 했다. 그가 프랑스 파리에 도착했을 때는 르 꼬르뷔지에는 세상과 결별했으나 그의 이같은 일련의 행동은 안도의 건축에 대한 열정을 읽게 만든다.

안도의 열정은 자신만의 건축의 꽃을 피우는데 일조를 했다. 그에게 건축이란 자연이다. 안도의 건축은 자연을 배반하지 않는데 있다. 자연을 끌어들이려 하고, 자연을 거부하는 이들에겐 참으라고 한다. 그에게 첫 건축상을 준 스미요시 연립주택은 바로 자연을 배반하지 않는 그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보는 바로미터나 다름없다. ‘스미요시 연립주택은 비가 올 때 무척 불편하다. 방에서 방으로 옮길 때는 우산을 써야 한다.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그의 건축은 스미요시 연립주택에서처럼 자연이 건물에 들어 있고, 건물도 자연을 배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두가 길어졌으나 작품성 훼손 위기에 처한 본태박물관도 자연 속에 들어앉았고, 건축물로서의 본태박물관도 자연을 거부하려 하지 않는다.

안도 다다오는 물을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 물은 자신의 건축을 완성시키는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물과 건축물이 따로 놀지 않고, 하나로 합일된다. 일본 홋카이도에 있는 물의 교회도 그렇고, 일본 교토에 있는 타임즈역시 물과의 관계를 떠나서 얘기할 수 없다.

본태박물관도 마찬가지이다. 본태박물관의 핵심은 건축물 하나에 있는 게 아니라, 건축물과 그 건축물과 연계선상에 있는 연못에 있다. 물이 이 건축물의 핵심 요소인 셈이다.

그렇다면 안도 다다오는 SK핀크스에서 추진하는 리조트 건립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SK핀크스에서 추진하는 리조트 건물 도면. 안도가 그 도면 위에 자신의 생각을 써 넣었다. 도면대로라면 안도가 본태박물관의 핵심으로 여기고 있는 연못이 잘려나간다. 안도는 그 연못을 해치지 않게 건물을 앉게 해 줄 것을 도면 위에 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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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SK핀크스가 추진하고 있는 리조트시설 신축공사 도면에 안도 다다오가 문제점을 적시한 도면을 입수했다. <도면 참조>

그 도면에 안도는 연못을 존중해 줄 것을 강력하게 당부하고 있다. SK핀크스의 리조트 건물은 본태박물관 남쪽에 위치한 연못을 잘라내서 들어서게 돼 있다. 안도는 그 점을 지적하며, ‘건축물이 A보다 왼쪽으로 나오지 않도록 배치계획을 정해달라’(도면의 파란색 사각형)고 하고 있다.

또한 안도는 연못의 높낮이를 내지 말아달라’(도면의 초록색 사각형)고 했다. 안도는 자신이 설계한 본태박물관이 제주자연에 순응하는 건축물로 온전히 남아 있기를 도면 위에 쓴 글을 통해 펼쳐보인 셈이다.

  안도 다다오의 최근 작품집.
그렇다고 안도는 건물을 짓지 말라고는 하지 않고 있다. 기업이 소유한 땅에 건물을 짓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박물관에서 건물이 도드라져 보이지 않게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본태박물관은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니지만 안도는 그 작품에 상당한 애정을 기울이고 있다. 그의 최근 작품을 모은 작품집 안도 다다오 최신 프로젝트2’에 본태박물관이 소개돼 있다. 본태박물관은 이 작품집에 나온 20개의 건물 가운데 가장 작은 규모이지만 14쪽에 걸쳐 소개할 정도로, 애정을 가진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자신의 땅에 건물을 짓는 걸 뭐라고 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냥 개인도 아니고, 대기업이 제주의 땅에 건축을 한다면 제주의 자연과 제주의 건축에 대한 예의는 있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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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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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지적 2013-12-06 15:32:43
제주 땅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라는 매우 중요한 지적. 대기업의 자본은 그 기업의 창업자 또는 소유주만의 것이 아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은 이런 예의 또한 갖추고 있어야한다.

제주건축인 2013-11-08 16:34:37
제주의 자연과 건축에 대해 기자님의 건강한 철학과 관심에 먼저 제주건축인의 한사람으로서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 안도가 개입되지 않더라도 당사자간의 존중과 배려로서 해결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그리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콘도프로젝트의 배치에 대하여 안도의 의견을 담은 도면을 보니 서로의 건축에 대한 안도의 배려와 이해의 태도를 읽을 수 있다. 도면을 보니 크게 두가지이겠다.
먼저 콘도건물이 본태의 전면과 겹치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이며 더불어 차량의 진입이 본태의 출입구에서부터 연못을 가로 지르는 또다른 도로가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보이고 있다. 본태와 콘도가 겹치지만 않는다면(10미터 정도로 보임) 즉 콘도의 전면이 조망확보를 너무 길어져 거대한 스케일이 되지 않는다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란 얘기이고, 본태는 차량진입에서 부터 건축의 시작인데 콘도가 출입구를 같이 이용함으로써 기본 개념이 무너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두번째는 연못의 문제인데 연못을 중심으로 본태와 콘도 서로의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는 것이며 그때 물의 수면 레벨과 건축의 레벨에 대한 기본 아이디어도 공유하자는 것이다. 또한 안도의 스터디 모형(본태에 전시중임)을 보면 알수 있지만 연못물의 시점(출발)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고 뒤쪽 언덕에서 연못으로 흘러오는 물길을 유지하자는 제안이다. 또한 연못의 단부에 대한 처리도 인위적이지 않는 자연적 라인을 유지하고 현재와 같이 내부도로로 인위적 라인을 형성하지 않았으면 하는 제안으로 이해할 수 있다.
건축을 하는 입장에서 두가지의 조건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이다. 물론 콘도의 건축주도 대한민국 최고의 오피스 건축을 본사로 하고 있는 건축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분들이고 미처 설계내용을 검토하지 못하셨으리란 예상이 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은 상황에서 최소한 안도선생의 제안 정도는 수용해 주시어 본태와 콘도가 서로 제주의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존중과 배려가 있기를 바란다. 설계를 수정하는 것도 쉬운일은 아니고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손해가 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지만 만약 현 계획안으로 지어진다면 본태뿐만아니라 두 건축을 품은 제주땅은 치유가 어려운 병을 얻기되기 때문에 다시 한번 설계조정을 했으면 하는 것이다. 부디 양자간의 현명한 판단으로 상생의 방향으로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램일 뿐이다!

공감 2013-11-08 13:58:53
최근 본 기사중 최고의 기사다.제주 자연에 대한 예의.아마 제주 언론사상 제주 자연에 대한 예의를 거론한건 처음이지 싶다.이런기사가 참 좋은 기사다.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