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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를 간첩, 前대통령을 ‘물태우’라는 도지사가 부끄럽다”
“기자를 간첩, 前대통령을 ‘물태우’라는 도지사가 부끄럽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3.06.03 08:4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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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우근민 지사님께 드리는 편지…“미디어제주에 공식 사과를”

 
지사님! 설화를 아시죠. 한자로 하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겠네요. ‘설화(舌禍)’라고 하면 아시겠죠? 모르신다면 제가 풀어서 설명을 드리죠. ‘혀 설()’재앙 화()’설화라고 하죠. 무슨 뜻인가 하면 혀를 잘못 놀려 재앙을 가져온다는 얘기입니다. 요즘 설화로 유명한 사람이 있잖아요. 일본 오사카의 하시모토 시장이 대표적이잖아요. 하시모토 시장은 국제적으로 설화를 끌고 다니잖아요.

지사님! 대체 무슨 뜻으로 설화를 꺼내느냐고 코웃음칠 수도 있겠으나 요 며칠전 지사님이 말씀하신 것들 있잖아요. 강정마을 주민들이 제주의 이미지를 해치고 있다고 한 것, 4.3을 폭도로 연결시키는 역사인식 문제, 기자를 간첩으로 모는 수준이하의 언론관, 전직 대통령을 향해 물태우라고 과감하게 평가를 하는 정부 비하발언. 하셨잖아요.

지사님! ‘설화(舌禍)’는 자칫하면 망언으로, ‘망발, 혹은 막말이라고 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며칠전 했던 말씀을 곰곰이 따져보면 이건 망언이면서 망발이고, 또한 막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나오는 대로 함부로 말하는 게 막말이며, 이치에 맞지 않게 망령되게 하는 말이 망언이며, 망령이나 실수로 그릇된 말을 하는 게 망발인데, 지사님이 며칠전 했던 말은 이들 사전적 의미의 단어와 뭐가 다를까요.

지사님! 우리 제주도민들은 제주도를 잘 다스려달라고 지사님을 선택했습니다. 그런 지사님께서 강정 마을 주민들을 향해, 4.3을 향해, 언론인을 향해, 전직 대통령을 향해 그런 말을 하는 건 그게 망언이면서 망발이면서 막말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부끄럽습니다. 이런 사실을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알아보십시오. 대체 제주도민들을 어떻게 판단을 하겠습니까.

더구나 지사님의 이번 발언엔 <미디어제주>도 당사자로 끼어들어가 있습니다. 저희가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뤄온데 대한 불만은 익히 있어왔던 건 사실일테고요. 그렇다 치더라도 간첩은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요. 여기에다 이번 발언에 로비까지 걸고 넘어지셨던데요.

기자가 간첩입니까? 묻고 싶습니다. 왜 간첩인가요. 지사님은 공인입니다. 공인은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는 게 원칙입니다. 밥을 먹는 자리에서, 길을 걸어가는 자리에서건 지사님의 발언 하나하나는 중요합니다. 그걸 취재 했다고 그게 어디 간첩이지 기자냐라고 하면, 그게 지사님의 위치에서 할 발언인가요. 지사님은 그 자리에서 지난 410일 단독보도를 한 <미디어제주>의 기자 이름까지 거명했습니다. ‘··이라는 세 글자를 똑똑히 말씀했습니다. 홍석준 기자가 간첩입니까? 그럼 <미디어제주>는 고정간첩을 키우는 집단입니까? 그럼 이 글을 쓰는 기자는 <미디어제주> 간첩국 소속, 간첩국장이겠네요.

지사님은 홍석준 기자를 간첩으로 몬 데 그치지 않고, “로비를 하는 건지, 로비를 받는 건지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건 또한 무슨 의미인가요. 우리가 로비를 받고 지금까지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문제를 보도했다는 뜻인가요? 그런 의미라면 매우 심각한 수준의 발언입니다. 기자가 로비를 받고 기사를 썼다는 건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입니다. 그걸 우리가 했다는 말인가요.

입이 터져있다고 나오는 대로 말씀을 하시는 모양인데, 제발 그러지 마십시오. 사람들이 비웃습니다. 아니, 지사님은 자신을 스스로 () 중의 갑으로 여기는 듯합니다. 지사님 외에는 모두 ()’로 평가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발언이 나올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건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미디어제주>에 공식적인 사과를 부탁드립니다. 기자를 간첩으로 몰고, 로비 운운하는 건 있을 수 없습니다. 우근민 지사님의 정성이 담긴 사과를 꼭 받아야겠습니다. 

201363일 월요일

미디어제주 편집국장 김형훈 드림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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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13-06-04 08:20:47
정성이 담긴 사과? 문장이 좀 그러네요~소위 언론이라면 자신의 감정을 낮추고 보다 더 논리적으로 그 뜻을 펼쳐야 하는데... 오히려 언론을 내세워 격하게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썩 보기에 안 좋다는 느낌!!

제주민 2013-06-03 18:41:14
지사는 요리조리 빠저나갈 궁리하지말고 망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공식사과하는 게 제주도의 수장으로서의 도리일 것입니다

제주민 2013-06-03 18:41:01
지사는 요리조리 빠저나갈 궁리하지말고 망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공식사과하는 게 제주도의 수장으로서의 도리일 것입니다